원·달러 환율 널뛰기 계속…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아
지정학 리스크에 금융시장 변동성↑…은행 외화 유동성 관리 부담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종전 가능성 발언에 일부 상승폭을 반납했다. 중동 정세가 급변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고, 원·달러 환율 역시 큰 변동성을 보이며 ‘롤러코스터’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권의 외화 유동성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평균 153.77%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176.75%)보다 22.97%p(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외화 LCR이란 30일간 은행이 순외화 유출에 대비해 쌓아 둬야 하는 자산을 일컫는다. 은행들은 달러(USD)화를 중심으로 유로(EUR)와 엔(JPY), 위안(CNY)화도 부가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외화 LCR이 높을수록 단기 유출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가장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외화 유동성의 확대 요인으로는 △고유동성 자산 확대 △환율 변동성 대응 △금융시장 불안 대응 △외화LCR 보유 규제 기준 충족 등이 꼽힌다.
현재 당국에서는 은행의 외화LCR 비율을 80% 이상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권의 경우 당장 외화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 변동성 심화에 따라 원·달러 환율 역시 널을 뛰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 관리에도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환율이 1500원을 상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에너지 수입의 70%를 중동에 의지하고 있으며, 전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중 우리나라의 비중이 12%에 달할 정도로 때문이다.
실제로 전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19.1원 오른 1495.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주간거래 종가 기준 대미 관세 충격으로 환율이 크게 올랐던 지난해 4월 9일(1484.1원) 종가를 넘어선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2일(1496.5원) 이후 가장 높아진 수준이다.
다만 전일 미 달러화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전쟁 조기 종료 발언 등에 따라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며 등락을 반복했다. 실제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가능성 시사에 국제유가(WTI)는 배럴당 100달러를 하회했으며, 다시 80달러대 중후반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이란 내부에서는 차기 지도자 선출과 이란을 지지하는 중동 내 무장단체들의 충성 맹세 등으로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시장에서는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만큼 환율을 비롯한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외화 조달 비용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국내 은행권의 외환 유동성 관리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거나 확전돼 유가가 다시 급등할 경우 국내 경상 흑자 대규모 축소와 외환시장 불안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환율 변동성 확대는 국내 은행권의 외화 유동성 관리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환율 상승 국면에서는 상환해야 할 외화부채 평가액이 올라 외화 조달 비용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연수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은행 모두 환위험 관리를 위해 외화부채를 외화자산 규모와 유사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면서 “국내 영업기반의 성장 여력이 제한적인 가운데, 시중은행의 해외 사업 확대 및 이익 다변화 전략 등을 고려하면 향후 시중은행의 외화 익스포저의 추가 증가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환율이 변동하는 상황에서는 매수 및 매도 포지션의 평가 손실에 따라 외환파생상품 관련 증거금을 추가적으로 납부해야 할 수 있다”며 “이때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 통화안정증권 등 고유동성자산을 매도해 증거금을 납부하게 되면 유동성 관련 비율이 저하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국내 시중은행들의 외화 유동성 지표가 규제 수준을 크게 상회화고 있는 만큼, 당장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시중은행은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시장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외화 유동성을 관리하고 있다”며 “현재 시중은행의 외화 유동성 수준을 감안할 때, 달러 강세에도 적절한 대응능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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