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전폭지원, ‘퐁피두 서울’ 개관 임박…“높은 로열티·임대료에 ‘기대반 우려반’”

시간 입력 2026-03-18 07:00:00 시간 수정 2026-03-18 15: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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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19년 자체 미술관 대신 세계적 브랜드 임대 전환
프랑스 퐁피두와 4년 계약, 6월 개관 예정…로열티만 90억 원 지급
퐁피두 한화, 연 40만 명 전망에도…높은 로열티·임대료 충당 어려워
퐁피두 해외 분관, 재정난 이유로 중단 사례 많아…우려 목소리 커져

한화문화재단에서 오는 6월 ‘퐁피두센터 한화 서울’(이하 퐁피두 한화) 개관을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한화그룹 계열사 10곳이 2024년 한화문화재단에 쏟아부은 기부금은 450억 원. 이전년도에 지원한 기부금 141억 원 대비 3배가 넘는 규모다. 해당 재원의 상당 부분은 여의도 63빌딩에 올해 6월 개관할 예정인 미술관 퐁피두 한화 건립과 운영에 대거 투입됐다. 말라가·상하이·브뤼셀 등 퐁피두의 해외 분관은 모두 지방정부나 국영기업이 운영을 맡아왔다. 그러나 퐁피두 한화는 전 세계적으로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될 전망이다. 

퐁피두 한화 설립과 운영을 위해 한화문화재단은 지난 2024년 한 해에만 로열티로 약 90억 원을 지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제는 개관 후 입장료 수입만으로는 로열티는 물론 임대료, 인건비 등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화그룹 계열사의 지속적인 지원이 없이는 퐁피두 한화 운영은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 한화 계열사·오너일가, 퐁피두 한화에 전폭적인 지원 

국세청 재단 공시에 따르면 지난 2024년 한화문화재단 기부자 명단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81억), 한화솔루션(71억 원), 한화생명(62억 원), 한화토탈에너지스(46억 원), 한화손해보험(41억 원), ㈜한화(40억 원), 한화시스템(39억 원), 한화비전(31억 원), 한화투자증권(25억 원), 한화오션(15억 원) 등 한화그룹 내 계열사 전체가 망라돼 있다. 

그 이전 년도인 2023년엔 한화그룹 총수인 김승연 회장과 그의 아들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도 토지·주식 등이 약 9억6000만 원을 보탰다. 같은 해 계열사 기부금(141억 원)의 6.8%에 해당하는 규모를 총수 일가가 직접 지원한 것이다. 

◇ 한화미술관, 19년 간 전시 3번…프랑스 퐁피두 브랜드로 방향 전환

한화문화재단은 한화그룹 창업주인 고(故) 김종희 회장의 배우자인 고 강태영 여사가 개인 소장 미술품(45억 원 상당)과 현금 10억 원을 출연해 2007년 설립됐으나, 그 이후 활동이 미진했다. 

실제 한화문화재단 주도 하에 2007년 말 준공된 서소문 한화미술관은 올해까지 19년 간 개최된 전시가 세 차례에 그쳤다. 2009년 개관 준비전 ‘주머니 속 UTOPIA’를 연 뒤에는 12년 간 전시회를 갖지 않고 있다, 2021년, 2022년에 각각 한 차례씩 전시를 개최했다. 이 때문에 대중적인 인지도도 낮고 자체 문화 플랫폼으로 기능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자체 문화 콘텐츠 구축에 어려움을 겪던 한화문화재단은 2023년 방향을 틀었다. 프랑스 퐁피두센터와 4년간 계약을 체결하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미술관을 운영키로 한 것이다. 

삼성(리움미술관 및 호암미술관), 한솔(뮤지엄 산), DL(대림미술관 및 디뮤지엄) 등 국내 여타 그룹들은 수십 년 간 독자 콘텐츠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는 미술관을 구축해왔다. 반면 한화는 소장품을 쌓는 대신 세계적 브랜드를 통째로 임대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프랑스 퐁피부센터와의 계약이 끊기면 미술관의 정체성 자체가 사라지는 구조다. 

◇ 성공한 말라가·상하이, 좌초한 저지시티…엇갈리는 퐁피두 해외 분관 실험 

한화와 퐁피두 간 계약은 재정 압박과 본관 보수공사 국면에서 해외 협력 확대 필요성이 커진 시점에 이뤄졌다. 프랑스 감사원은 2024년 보고서에서 퐁피두의 경제 모델이 ‘지속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기에 2025년부터 파리 본관 대규모 보수공사가 시작됐다. 

한화에 앞서 퐁피두와 계약한 해외 국가 사례를 살펴보면, 성공적인 사례로 말라가, 상하이 정도가 꼽힌다. 스페인 말라가 분관은 2015년 개관 이후 말라가 시정부가 재정을 부담하는 구조로 운영되며 오는 2034년까지 재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말라가 퐁피두의 연간 방문객 수는 2024년 기준 약 20만 명에 달한다. 중국 상하이 분관도 국영 웨스트번드그룹이 운영을 맡아, 2024년부터 2029년까지 추가로 5년 더 운영키로 했다. 상하이 분관은 지난 2019년 개관해 5년 간 2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추산한 연간 방문객 수는 약 40~5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퐁피두의 해외 분관 모델이 항상 성공한 건 아니다. 미국 뉴저지 저지시티는 퐁피두 북미 첫 분관 유치를 선언했지만 막대한 운영 적자 전망에 올해 2월 신임 시장이 사업 중단을 공식 선언했다. 또한 벨기에 브뤼셀 소재 카날-퐁피두도 당초 올해 11월 정식 개관할 예정이었지만, 건설비 상승과 연간 수천만 유로 규모의 운영비 부담, 퐁피두 협력 비용 등을 둘러싼 재정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선 한화 뿐만 아니라 부산시가 1083억 원을 투입해 2032년 퐁피두 분관 개관을 추진 중이지만, 적자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 연 40만 명 방문해도 높은 로열티·임대료 충당 어려울 듯 

한화문화재단 측은 퐁피두 한화 입장료와 함께 계열사로부터 받은 기부금을 제외하면 이자수익(약 2억4000만 원)이 사실상 전부인 상황에서, 퐁피두에 로열티로 지급해야 하는 90억원과 한화생명보험에 지급하는 63빌딩 임대료(약 25억) 까지 포함해 연간 115억 원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연간 방문객 수를 말라가의 2배 수준인 40만 명으로 잡는다고 해도, 낮은 입장료 만으로는 높은 로열티와 임대료를 충당 하기도 벅찬 실정이다. 현재 국내 주요 기업 미술관의 성인 입장료는 한솔그룹 뮤지엄 산의 기본 패스권이 2만3000원, 삼성의 호암미술관 통합권이 2만 원, 리움미술관 ‘티노세갈’ 전이 1만6000원, DL 디뮤지엄 ‘취향가옥 2: Art in Life, Life in Art 2’의 티켓이 1만2000원이다. 

문화계에서는 서울이라는 도시 특성을 경제성 변수로 꼽는다. 말라가의 경우 해변 관광도시라는 입지와 크루즈 관광객 유입, 유럽 미술관 투어 루트라는 장점이 결합되면서 방문객 확보에 유리 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중국 상하이도 인구가 2400만 명 이상이고, 외국인 관광객 수가 연간 900만 명을 넘는 대도시다. 반면 서울은 이미 국립현대미술관과 주요 사립미술관이 밀집해 경쟁이 치열한 실정이다. 또한 외국 관광객의 전시회 소비 비중도 상대적으로 낮아, 한화 퐁피두가 개관 이후 기대만큼의 수익을 기록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 4년 계약 후가 더 문제…뉴욕까지 문화사업 확장한 재단의 셈법은? 

한화그룹은 최근 문화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한화문화재단은 퐁피두 서울 개관과 맞물려 2025년 11월 뉴욕 맨해튼 트라이베카에 ‘스페이스 제로원’을 열었다. 한국 동시대 예술가의 국제 진출을 지원하는 전시 공간으로, 뉴욕 유일의 한국 기업 산하 전시 공간이라고 재단은 소개한다. 2024년 공시에서도 뉴욕 전시실 공사비·설계비·임차료 등으로 약 14억 원이 지출된 것이 확인된다. 

문제는 퐁피두와의 4년 계약 종료 후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를 감안하면 재계약 없이 사업을 종료하기 어렵고, 재계약을 위해서도 계열사의 추가 기부가 필수적이다. 결국 재단의 운영 지속 여부는 이사회의 독립적 판단이 아니라 그룹의 지원 의지에 달려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한화가 경제적 수익보다는 전략적 목적을 염두에 두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방산·에너지 중심 기업 이미지를 넘어 글로벌 문화기업으로 브랜드 영역을 확장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김동관, 김동원, 김동선 등 오너 3세의 경영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된 이후 대외 이미지 제고와 ESG 경영 강화 차원에서 문화 프로젝트에 적극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화문화재단 관계자는 “여타 문화재단과 마찬가지로 퐁피두 서울은 수익성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면서 “내부적으로 연간 예상 방문객이나 적자 및 흑자 여부는 추산해 보기는 했지만, 입장료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윤선 기자 / ysk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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