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사이버 공격 연 40% 급증…보험시장 구조 바꿔야”

시간 입력 2026-03-19 17:10:02 시간 수정 2026-03-19 17: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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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공격’ 늘지만 국내 사이버 보험은 고사 위기…“글로벌 0.2% 수준 불과”
손재희 보험硏 실장 “경영과제 인지 못한 한계가 원인…제도적 연결도 미흡”
보험연구원·유동수 의원·포스텍, 19일 사이버 보험 공동국제세미나 개최

손재희 보험연구원 소비자·디지털연구실장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사이버 리스크의 일상화, 보험산업의 과제와 대응전략은 ?’ 국제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인공지능(AI) 기반 공격은 고도화되고 침해사고는 매년 40%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 이제 사이버 리스크를 일상적인 경영 위기로 인식하고, 국내 보험산업의 구조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소비자·디지털연구실장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사이버 리스크의 일상화, 보험산업의 과제와 대응 전략은?’ 국제세미나에서 이같이 강조하며 갈수록 커지는 사이버 리스크에 대한 보험산업의 위기의식을 환기했다. 최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며 기술 성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을 보호할 안전망인 국내 사이버 보험 시장은 고사 직전이라는 진단도 내놨다.

이번 국제세미나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 반복되는 환경에서 국내 사이버 보험 시장의 현황과 과제를 짚어보고 기업들의 사이버 보안 역량 강화와 사이버 보험 시장 확대를 위해 제도와 시장 간 균형 있는 협력 모델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침해사고 연 36% 급증…국내 시장 규모는 530억원 남짓

손 실장은 먼저 지표를 제시하며 국내 보험산업이 마주한 사이버 리스크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 그에 따르면 인터넷진흥원(KISA)에 신고된 침해사고 건수는 2025년 기준 2383건으로, 연평균 36.6%에 달하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AI를 활용한 정교한 피싱과 글로벌 공급망을 타고 번지는 랜섬웨어 공격이 국내 기업들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방어선인 사이버 보험 시장은 국내에서 처참한 수준이다. 2024년 기준 글로벌 사이버 보험 시장이 153억 달러(약 20조원) 규모로 급성장하는 동안, 국내 시장은 글로벌의 0.26%에 불과한 0.4억 달러(약 530억원) 수준에 그쳤다.

이에 손 실장은 국내 시장의 사이버 보험 성장 부진 원인을 수요와 공급, 그리고 제도의 미흡이라는 ‘3각 프레임’으로 분석했다. 그는 “국내 사이버 보험 시장은 사이버 리스크를 보험으로 관리할 경영과제로 인지하지 못한 수요 측 한계와 고난이도 리스크를 완화하기 어려운 보험사의 보수적 보험 공급, 그리고 이를 보완할 제도적 연결의 미흡으로 인해 성장 동력이 막혀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손 실장에 따르면 사이버 리스크는 사고 확률 및 손해 추정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연계돼 발생하고 빠르게 진화하며 사고 후 평판 비용까지 포함된 ‘복합 리스크’라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이런 사이버 리스크의 특징은 소비자의 위험 인지를 저해하고, 보험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또는 인식 이후에도 가입과 활용 회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게다가 사이버 리스크의 복합성은 부보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낮춰 사이버 보험 상품의 요율 상승, 인수 한도 축소, 면책 및 조건부 보장 확대, 심사 강화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시장 내 사이버 보험의 침투율과 체감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설상가상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인센티브와 데이터 표준화 작업이 미비한 데다가 표준화와 위험 관련 데이터 인프라의 부족도 보험사의 불확실성 완화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시장의 성장을 저해한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사이버 리스크의 일상화, 보험산업의 과제와 대응전략은 ?’ 국제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 “단순 교육 넘어 ‘경량형 인증 제도’ 등 행동 유인 모델 도입해야”

손 실장은 시장 활성화를 위한 파격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단순히 기업에 보안 교육을 받으라고 권고하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행동 유인 모델을 도입하고 표준화와 위험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소비자가 보험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도록 상품 설계와 서비스 제공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자발적인 리스크 인지를 위해 보안 행동 변화와 보험료 할인을 결합한 ‘경량형 인증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며 “기업이 보안 수칙을 잘 지키면 보험 가입이 쉬워지고 혜택이 커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손 실장은 보험사의 불확실성을 걷어내기 위한 ‘데이터 표준화’도 핵심 과제로 꼽았다. 그는 “사고 분류, 손해 규모, 청구 데이터 등을 표준화해 언더라이팅에 활용하고, 기업의 통제 수준과 사고 이력을 종합 분석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손 실장은 보험 상품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가입자가 사고가 났을 때만 보험금을 받는 구조로는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며 “보안 인식 교육 등 ‘예방 서비스’와 사고 발생 시 법률 자문·디지털 포렌식·피해 통지 등 ‘대응 서비스’를 패키지로 연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험이 기업의 사이버 대응 역량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종합 솔루션’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김헌수 보험연구원장은 “사이버 보험의 핵심 과제는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지는 위험을 시장 내에서 평가·인수·관리 가능한 체계로 정립해 나가는 데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앞으로 국내 사이버 보험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위험평가 역량의 고도화, 보장 구조에 대한 신뢰 제고, 사고 대응 체계와의 연계, 그리고 제도적 기반 정비라는 다각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국제세미나를 공동으로 주최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책적 뒷받침을 약속하면서 “대형 사이버 사고에 대비해 공공과 민간이 위험을 분담하는 협력 모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논의를 계기로 국내 사이버 보안 제도와 사이버 보험 시장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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