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지정학적 리스크 공식화…실질적 꼬리 리스크로 인식
변수는 중동 전쟁…종전·장기화에 한은 시나리오 달라질까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매파적으로 해석하며 한국은행 역시 금리 인하보다는 장기 동결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중동 전쟁이 변수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불가피하게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은 17~18일(현지시간) 열린 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연 3.50~3.75%로 유지했다. 이로써 연준은 지난해 9·10·12월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한 이후, 올해 1월과 3월 회의에서 잇따라 동결을 선택했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판단 속에서 성장과 물가 전망치를 모두 상향 조정하며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계한 것이 동결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로 유지됐다.
연준은 경제전망요약(SEP)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4%로 소폭 상향했고, 실업률은 연말 4.4%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전망은 2.5%에서 2.7%로 올려 잡았다.
점도표에서는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 중간값을 3.4%로 유지하며 연내 약 한 차례(0.25%포인트)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중동(Middle East) 상황 전개가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의 불확실성’을 성명서에 직접 명시했다는 점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공식적으로 통화정책 변수로 인정한 셈이다.
하건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특정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성명서에 직접 적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연준이 에너지 가격 및 공급망에 미칠 파급 효과를 실질적 꼬리 리스크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회의를 전반적으로 매파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책회의는 표면적으로는 기존의 정책 경로를 유지했으나, 내용 측면에서는 다소 매파적인 성격이 강화된 것으로 평가된다”며 “점도표상 세부 분포를 보면 연내 금리 동결을 예상한 위원이 7명에 달하는 등 인하에 대한 컨센서스가 약화한 점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실현 가능성과 무관하나, 연준 내부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까지 이뤄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3월 FOMC는 매파적인 성격이 다분한 통화정책 이벤트였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 열릴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은행 역시 이미 장기 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지난달 공개된 한국은행의 ‘6개월 후 조건부 금리전망(점도표)’도 동결 기조를 반영했다. 총 21개 점 가운데 16개가 6개월 뒤 기준금리가 2.50%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2.25%(인하) 전망이 4개, 2.75%(인상) 전망이 1개로 나타났다.
다만 변수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5월 이후 6차례 연속 금리 동결을 선택하며 장기간 동결 기조를 이어온 가운데, 전쟁 장기화로 물가 상승 압력이 현실화될 경우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NH금융연구소는 ‘이란 전쟁 전개 시나리오별 경영 환경 변화·대응 포인트’ 보고서를 통해 전쟁이 1개월 내 조기 종결될 경우 추가경정예산 등 정부 지출 확대로 국채 발행이 증가하면서 시중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기준금리는 인하가 어려워지고 동결 또는 소폭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쟁이 3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에는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수출과 소비가 동시에 위축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정책금리는 당분간 동결을 유지하다 경기 둔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인하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전쟁이 1년 이상 장기화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물가 상승 부담과 경제 부작용이 누적되면서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중심이 경기 부양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높은 물가 상승률과 금리 인상이 동시에 나타나며 고금리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한국은행은 당분간 신중한 대응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 주재로 ‘중동 상황 및 미 FOMC 결과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국제금융시장 흐름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유 부총재는 “간밤 미 FOMC 회의 결과로 연준 통화정책 경로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며, 중동 지역 정세 불안 지속 등 대외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금융·외환시장에서도 높은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대내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양상과 이에 따른 금융·경제 영향을 점검하고 필요 시 시장안정화 조치 등을 통해 적기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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