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구조개편 속도 내는데”…기업별 온도차, ‘NCC 통합’ 안갯속

시간 입력 2026-03-23 16:58:36 시간 수정 2026-03-23 16: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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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여수 재편 속도…통합으로 수익성 개선 기대
정유-화학 수직계열화를 통한 운영 효율 향상 추진
GS칼텍스·에쓰오일 등 기업별 구조개편 ‘온도차’

대산석유화학단지 전경. <사진=서산시>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개편이 본격화 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별로 이해관계에 엇갈리며 구조개편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여수와 대산 산업단지 내 석유화학 업체 간 구조개편이 추진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1월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케미칼과 함께 ‘대산 1호 프로젝트’인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에 따른 공동사업재편계획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 정부는 세제지원, 상법 특례 등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의 기존 인센티브에 더해 부처 간 협의를 거쳐 금융·세제·R&D·원가절감·규제완화 등을 포함한 맞춤형 지원 패키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20일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DL케미칼, 여천NCC는 ‘여수 1호 프로젝트’로 불리는 사업재편계획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 대산 산단에서는 업스트림 부문부터 다운스트림 부문까지 전반적으로 통합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지난 대산과 같이 3개월가량을 심사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제품 생산체계를 통합함으로써 설비 운영 효율성이 제고되어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에쓰오일 울산 공장 전경. <사진=에쓰오일>

이처럼 구조개편이 속도를 내고 있는 곳이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더딘 곳도 있다. 정부가 석화 업계의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재편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나, 자율 협상에 기반한 구조적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롯데케미칼과 여천NCC에 이어 NCC 통합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LG화학은 GS칼텍스와의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LG화학과 GS칼텍스는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구조개편을 추진 중이지만, 논의가 공전하고 있다.

정유 업체인 GS칼텍스는 LG화학에 비해 NCC 생산 규모가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구조개편 압박이 제한적이다. 정유-화학으로 이어지는 공정 연계를 통한 사업 확장이 가능하지만, 두 업체간 입장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GS칼텍스의 주주 구성도 협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GS칼텍스는 GS에너지가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50%는 미국 정유 업체인 쉐브론이 보유하고 있다. 기존 자산 재평가와 투자비 분담, 설비 효율화 등 기본적인 쟁점에 더해 글로벌 주주 구조까지 얽히며 의사결정이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설 합작법인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복잡한데, 글로벌 주주 구조까지 포함되면서 협상에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의 경우에는 오히려 회사 경쟁력을 바탕으로 증설을 추진하면서 국내 NCC 통폐합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인다.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최대주주로, 차별화된 원유 조달 능력을 갖추고 있다.

최근 중동 전쟁 속에서도 아람코가 총 6척에 원유 1200만 배럴을 실어 한국 자회사인 에쓰오일에 보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이후 민간에서 확보한 원유가 대체 경로를 통해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에쓰오일이 샤힌 프로젝트로 확보하게 될 에틸렌 생산능력만 180만톤에 달한다. 특히 국내에서 처음으로 TC2C(Trans Crude to Chemicals·원유에서 석화 제품으로)를 도입해 기존 석유화학 업체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국내 다수의 업체들이 에쓰오일과 공급 계약을 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기업으로부터 에틸렌을 공급받는 한 업체 관계자는 “에쓰오일로부터 공급받던 물량을 샤힌 프로젝트 가동 시점에 맞춰 늘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제시한 자율적인 사업재편에는 책임있는 자구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다른 기업들 설비 감축의 혜택만 누리려는 무임승차 기업에게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석유화학산업 재도약을 위한 산업계 사업재편 자율 협약식에서 구조개편 3대 방향과 정부지원 3대 원칙을 확정했다. 구조개편 3대 방향은 △과잉 설비 감축 및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의 전환 △재무 건전성 확보 △지역경제·고용 영향 최소화를 골자로 한다.

정부지원 3대 원칙은 △3개 석유화학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구조개편 동시 추진 △충분한 자구노력 및 타당성 있는 사업재편계획 마련 △정부의 종합지원 패키지 마련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해 8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조선업이라는 좋은 선례가 있다”며 “조선업의 고강도 자구노력이 열매를 맺어 세계 1위로 재도약하고, 최근 한-미 관세협상에서도 결정적인 기여를 한 만큼 석유화학산업도 고통스럽겠지만 조선업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면 화려하게 재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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