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총서 영풍·MBK에 ‘승리’…‘이사 5인 선임안’ 최윤범, 경영권 수성

시간 입력 2026-03-24 19:09:11 시간 수정 2026-03-24 1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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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 개회·표결 지체 등 ‘마라톤 주총’
고려아연 제안 ‘이사 5인 선임’ 최종 채택
이사 투표서 고려 3명 vs 영풍·MBK 2명
최윤범 체제 유지…이사회 주도권 지속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제52기 정기 주주 총회. <사진=박대한 기자>

경영권을 놓고 영풍·MBK파트너스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이 정기 주주 총회(주총)에서 이사회 과반 수성에 성공하며 경영권을 방어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또한 이사직을 유지하면서 이사회 주도권을 계속 거머쥐게 됐다.

고려아연은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제52기 정기 주총을 열었다. 다만 개회 예정 시간인 오전 9시보다 3시간가량 지난 정오부터 본격 시작됐다. 지난해 9월 영풍·MBK파트너스가 적대적 M&A(인수합병)를 시작한 이후 진행된 두 차례의 임시 주총·정기 주총과 마찬가지로 중복 위임장 문제 때문이다.

정오를 넘겨 개회 선언이 진행된 이번 주총은 의결 사항으로 넘어가 다시 지연되기 시작했다. 총 7개 의안을 심의·결의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안건을 마칠 때마다 표결을 수작업으로 확인하면서, 매 표결부터 발표까지 30분에서 1시간 이상 소요된 탓이다.

특히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표 대결은 제2호 의안부터 첨예하게 부딪혔다. 해당 의안은 정관 일부 변경의 건으로, 회사에서 제안한 제2-1호에서 제2-4호까지는 모두 출석 의결권 기준 찬성 100%를 달성했다. 제2-5호부터 제2-7호까지도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과 발행 주식 3분의 1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서 가결됐다.

그러나 유미개발과 와이피씨, 영풍, 한국기업투자홀딩스(MBK) 등의 주주 제안은 부결됐다. 유미개발이 제안한 분리 선출 감사위원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과 영풍·MBK파트너스가 제안한 4건의 제안은 모두 부결됐다. 대신 영풍·MBK파트너스의 제안 중 이사회 소집 절차 변경에 대한 정관 변경만 유일하게 가결됐다.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제52기 정기 주주 총회. <사진=고려아연>

이번 주총의 핵심 안건인 제3호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선임의 건은 고려아연의 판정승으로 돌아갔다. 이날 주총에서 고려아연이 제안한 이사 5인 선임과 영풍·MBK파트너스가 제안한 이사 6인 선임 모두 보통 결의 요건을 충족했다. 그러나 고려아연의 이사 5인 선임이 다득표를 해 최종 채택됐다. 이에 영풍·MBK파트너스가 더 많은 이사를 진입시키기 위해서 추진했던 이사 6인 선임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어진 이사 투표에서도 양측의 공방은 매우 치열했다. 경영권 행사 기구인 이사회의 구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영풍·MBK파트너스는 표결에 앞서 예탁결제원으로부터 받은 외국인 및 기관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내용을 공유하라고 요구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인해 적은 주식 차이로도 결과에 차이를 줄 수 있기에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고려아연은 “사전 공개는 어렵다”며 “예탁결제원에게 전달받은 자료라 임의로 조작하거나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일축했다.

또 고려아연은 이사 5인 선임에 대한 집중투표제를 앞두고, 시스템으로 인해 전체 의결권보다 과소하게 투표가 이뤄지는 점을 비례적으로 재분배하는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못한 의결권 대리 행사 플랫폼의 시스템 문제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 주주 의사를 그대로 반영하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주 개인의 의사로 사표를 만들거나 실수가 아닌 시스템상의 문제라면 최대한 주주의 표결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위임의 취지라고 생각한다”며 “이에 모든 후보에게 남은 표를 비례적으로 행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결정에 영풍·MBK파트너스는 이미 전년도 주총에서 확정된 기준을 변경하는 것은 절차적 일관성과 주주 평등 원칙을 훼손할 소지가 크다고 반발했다. 이때 고성이 오가면서 주총장은 혼란을 빚기도 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상법상 주주 간 평등하게 처우해야 하는데, 주주들 사이 정보의 불균등성 없이 평등하게 처우했는지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전체 표 행사가 이뤄졌다는 가정 하에 표결을 진행하지만, 표결을 행사하지 않았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모든 결과를 검사에게 전달하겠다”며 “이는 결국 법원에 제출될 것인 만큼, 향후 문제가 있다면 판단할 문제다”고 맞받았다.

이은선 고려아연 노조위원장이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제52기 정기 주주 총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대한 기자>

다득표순으로 확정되는 이사 투표에서 크루서블JV가 제안한 월터 필드 맥랠런 원스파월드홀딩스 이사가 가장 많은 득표를 하며 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됐고, 뒤이어 최 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황덕남 변호사도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이들은 모두 고려아연측 추천 후보들이다.

영풍·MBK파트너스측이 추천한 후보 중에서는 최연석 MBK파트너스 전무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선숙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각각 신규 선임됐다.

이에 고려아연측과 영풍·MBK파트너스측 이사 수는 기존 ‘11대 4’에서 ‘9대 5’로 재편됐다. 최 회장에 우호적인 이사회가 또한번 꾸려지면서 최 회장은 고려아연 경영권을 수성하게 됐다. 

한편 고려아연 노동조합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날 주총에도 참석해 영풍·MBK파트너스의 적대적 M&A에 대해 규탄 시위를 벌였다. 

이은선 고려아연 노조위원장은 “영풍은 매년 적자에 허덕이며 환경 오염과 중대재해로 경영진이 구속됐고,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지난 11년 동안 자산을 팔아치우고 알짜 매장을 폐점시키며 오로지 ‘자산 환수’에만 혈안돼 있다”며 “고려아연 노조는 회사와 함께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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