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고유가·고환율 변수까지…건전성 부담 확대
생산적 금융 확대 속 취약차주 증가…부실 전이 우려

4대 은행의 ‘깡통 대출’이 1년 새 20%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과 가계를 가리지 않고 부실 징후가 확산되는 가운데, 중동발 고유가·고환율 리스크까지 겹치며 은행권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무수익여신은 총 3조846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3조1887억원) 대비 20.64% 증가한 수치다.
무수익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채권과 이자 미계상 여신을 합한 것으로,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대출을 의미한다. 실제 손실 가능성을 반영하는 만큼 자산건전성의 선행 지표로 활용되며, 원금은 물론 이자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깡통 대출’로 불린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신한은행의 무수익여신은 지난해 말 9384억원으로 전년(6401억원) 대비 46.60% 급증했다.
이어 우리은행 8194억원(29.12% 증가), 하나은행 1조904억원(10.04% 증가), KB국민은행 9986억원(8.18% 증가) 등 모든 은행에서 증가세가 나타났다.
무수익여신은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을 가리지 않고 동반 증가했다. 가계 부문에서는 자영업자와 다중채무자 등 취약 차주의 상환 여력이 악화된 영향이 컸고, 기업 부문에서는 중소·중견기업의 업황 부진이 장기화된 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세부 공시가 없는 신한은행을 제외한 3개 은행 기준 기업 무수익여신은 1조9031억원으로 전년(1조6966억원) 대비 12.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 무수익여신은 1조54억원으로 19.45% 늘었다.
이와 함께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따른 고유가·고환율 환경이 지속될 경우 기업들의 상환 능력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가와 환율 상승은 원가 부담을 높이고, 금리 고점 상황에서 이자비용까지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수요 둔화까지 겹치면 기업의 현금창출력이 약화되며 전반적인 상환 여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가계 역시 고물가 부담으로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이나 내수 의존도가 높은 자영업자의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둔화와 금융비용 부담이 동시에 확대될 경우 은행권 부실 여신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까지 맞물리면서 은행권의 건전성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취약 차주에 대한 자금 공급이 늘어날 경우, 부실 위험이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는 국면에서 여신이 확대될 경우 부실 전이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상환 여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대출이 늘어나면 이자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무수익여신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무수익여신 확대는 자산건전성 부담을 키우며 은행의 대출 여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과 가계의 신용위험이 동시에 상승하는 상황에서 연체가 추가 확대될 경우 대손비용 증가 압력이 커지고, 은행의 리스크 대응 여력도 빠르게 소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이 본격적으로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할 경우 기업대출 확대와 재무안정성 유지 간 불균형적 성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경기 사이클과 맞물려 늘어나는 기업대출 수요에 맞춰 생산적 금융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경우, 적정 연체율과 자본비율 등 재무안정성도 확보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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