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정유, 공급불안·수익 부담 ‘이중고’…1분기 호실적에도 웃지 못한다

시간 입력 2026-03-30 17:52:26 시간 수정 2026-03-30 17: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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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고유가·정제마진 강세로 전 분기 대비 호실적 전망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봉쇄 가능성…원유 공급 불안 확대
석유 최고가격제·나프타 수출 통제 등 규제 강화…수익성 압박 가중

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국제공항이 폐쇄된 가운데 에미레이트 항공기들이 계류장에 세워져 있다. 그 뒤로 이란의 공격으로 발생한 연기 기둥이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제공=AP·연합뉴스>

국내 정유업계가 1분기 호실적 기대 속에서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에너지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유가 안정화를 요구하는 정부 압박까지 더해지며 수익성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는 전 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이노베이션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 분기 대비 90.3% 증가한 4491억원이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은 51.1% 증가한 561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실적의 배경으로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동시에 상승한 점이 꼽힌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여파로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두바이유 가격은 3월 초 배럴당 100달러선을 돌파해 지난 23일 169.75달러까지 치솟았다. 국제유가가 급등할 경우, 정유사가 미리 사둔 원유의 가치가 오르면서 회계장부 상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해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유사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정제마진도 전쟁 직후인 이달 5일 30달러 수준까지 상승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각종 비용을 뺀 금액으로, 업계에서는 통상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쓰오일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87.0% 증가한 7939억원으로 최근 높아진 시장 기대치(4064억원)를 크게 웃돌 전망”이라며 “수출주에 우호적인 환율 효과가 본격화한 가운데 현물 유가 반등으로 재고 관련 이익 급증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에쓰오일 울산 공장 전경. <사진제공=에쓰오일>

다만 정유업계는 긍정적인 실적 지표에도 불구하고 확대되는 대외 변수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가로막히면서 원유 수급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조달 비용과 환율 상승 등 원가 부담까지 가중되며 이중고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최근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전쟁 참전을 선언하면서, 원유 수입 우회로로 활용해 온 홍해마저 봉쇄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체 보유 원재료는 4월 중순이면 크게 소진될 것”이라며 “입항 기간 4주를 감안하면 4월 중순~말부터 가동률 조정 가능성이 대두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더불어 국내 유류가격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익성 확대 방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27일부터 4월 9일까지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 가격을 리터당 보통휘발유 1934원, 자동차용 경유 1923원 등으로 제한하는 2차 석유가격제를 시행했다. 수급 차질이 빚어진 나프타에 대해서는 국내 정유사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수출 물량을 내수로 전환하도록 지시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수급 환경 변수도 많아 실적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최고가격제에 따른 손실 보전 기준이 명확히 마련되지 않아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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