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硏, ‘고령화 시대, 치매 돌봄과 사회안전망 강화 토론회’ 개최
치매 사고 ‘보호 공백’ ↑…지자체 중심 공적 배상체계 도입 필요
“배회 증가에 타해 위험 확대…가족·피해자 모두 사각지대”

이상우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이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고령화 시대, 치매 돌봄과 사회안전망 강화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급격한 고령화로 치매 환자의 돌발 행동에 따른 타인 피해 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 ‘공적 배상책임 보장 체계’를 국내에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치매 환자의 돌출 행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크게 자기 상해와 타해 행위에 따른 배상책임 위험으로 나뉜다. 특히 최근에는 배회 사례가 늘어나면서 타해 위험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경찰청에 신고된 치매 환자 배회 건수는 2023년 1만4677건으로, 2012년 7650건 대비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 “치매 가족, 보호자 책임에 경제적 부담까지 떠안아”
이상우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령화 시대, 치매 돌봄과 사회안전망 강화 토론회’에서 “치매 인구 증가에 대응해 시민의 안전한 일상을 지원할 다양한 보호 제도가 필요하다”며 “지자체 중심의 공적 배상책임 보장 체계는 치매 환자의 타해 사고로 인한 가족의 심리적·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국내 치매 현황의 심각성을 짚었다. 우리나라 치매 추정 인구는 1990년 약 20만 명에서 2025년 약 97만 명으로 77만 명(385%) 증가했다. 2026년에는 치매 환자와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합한 규모가 전체 인구의 10%를 넘어서는 ‘인지증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치매 환자 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신체적·정신적·경제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치매 사고에 대한 불안은 가족 간 갈등, 우울증, 나아가 간병 살인과 같은 사회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치매 환자의 돌출 행동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다. 현행 민법 제754조에 따르면 심신상실 상태의 치매 환자는 배상 책임이 면제되지만, 제755조에 따라 보호자(감독의무자)가 대신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수석연구원은 “독거노인이나 노노(老老) 간병 가구의 경우 감독의무자가 없거나 배상 능력이 부족해 피해자가 충분한 구제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며 “시민과 소상공인의 권리 의식은 높아지는 반면, 치매 가족의 부담은 가중돼 사회적 비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족이 성실히 간병했음을 입증하면 배상 책임이 면제될 수 있지만, 이 경우 피해자가 보상받지 못하는 ‘보호 공백’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간병을 소홀히 하면 경제적 파산 위험에 직면하고, 반대로 철저히 하면 피해자가 구제받지 못하는 모순적인 구조라는 설명이다.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고령화 시대, 치매 돌봄과 사회안전망 강화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 “살던 곳 중심 치매 환자 돌봄…치매 배상책임 담보 추가해야”
해결책으로는 지자체가 운영 중인 ‘시민안전보험’에 치매 배상책임 담보를 추가하거나, 일본 고베시처럼 별도의 공적 배상책임보험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일본은 2016년 ‘JR 치매 사건’에 대한 최고재판소 판결 이후 공적 보장 논의가 본격화됐다. 당시 법원은 치매 환자가 열차 사고로 사망해 발생한 운행 지연 손실에 대해, 멀리 떨어진 가족에게 감독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 이후 피해자 구제 공백이 우려되자 지자체들이 대응에 나섰고, 대표 사례가 ‘고베 모델’이다.
고베시는 2018년 조례를 제정해 시민에게 무료 인지기능 검사를 제공하고, 치매 환자로 등록될 경우 지자체가 보험료를 전액 부담해 사고 구제 제도에 자동 가입하도록 했다. 이 제도는 피해자의 신속한 회복을 돕는 동시에 가족의 부담을 크게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수석연구원은 “정부는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 선언 이후 시설 중심에서 ‘살던 곳에서의 돌봄(AIP)’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며 “지역사회에서 치매 환자가 안전하게 공존하려면 배상책임 역시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치매 사고에 대한 공적 보장은 단순한 금전 지원을 넘어, 환자와 가족이 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망”이라며 “관련 제도 정비와 민관 협력 모델 구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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