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여성 이사, ‘1명 채우기’·‘법률 편중’ 탈피해야…AI·글로벌 인사 부재

시간 입력 2026-04-23 07:00:00 시간 수정 2026-04-22 17: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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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증권사 女사외이사 선임 ‘구색 맞추기’ 여전…7곳이 1명
KB증권, 사외이사 절반이 여성…NH투자증권 40%로 2위
하나증권, 이사회 규모는 1등‧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최하위
“토큰이즘 넘어서야”…여성 이사, 미래산업 전문가로 확대 필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여성 등기임원 선임이 의무화 된지 수년이 지났다. 그러나 국내 대형 증권사들 대부분은 여전히 법적 제재를 피하기 위해 최소 요건인 1명만 선임하는 ‘형식적 구색 맞추기’ 행태를 보이고 있다.

법률전문가 등 특정 직군 편중 문제도 제기된다. 단순한 법률·회계 전문가 중심의 영입을 넘어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글로벌 비즈니스 등 미래 경쟁력을 갖춘 여성 이사 풀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의 여성 사외이사 수는 전체 사외이사 46명 중 총 13명으로, 평균 28.3%의 비중을 기록했다. 수치상으로는 4분의 1을 넘긴 것으로 보이지만 10개 증권사 중 7곳이 사외이사를 단 1명만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개의 증권사 중 여성 사외이사가 2명 이상인 곳은 KB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등 3곳이다. 그 중 ESG 경영의 핵심인 지배구조(G) 부문에서 가장 돋보인 곳은 KB증권이다. KB증권은 총 4명의 사외이사 중 절반인 2명(50%)을 여성으로 선임하며 가장 높은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KB증권의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4명 중 1명인 25%였다. 남혜정 이사가 유일한 여성 사외이사였으나 지난달 양정원 이사와 현종훈 이사가 임기 만료로 물러난 후 신규로 김인숙 이사와 최철 이사를 선임하며 여성 임원의 비율을 늘렸다.

뒤를 이어 NH투자증권이 전체 5명 중 2명(40%)의 여성 사외이사를 두며 2위를 차지했다. NH투자증권은 유일하게 신규 선임을 통해 여성 임원 비율을 늘리지 않고 2년 이상 꾸준히 여성 사외이사를 2명 이상 유지한 증권사다. 강주영 이사는 지난 2024년부터, 서은숙 이사는 지난해부터 NH투자증권의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전체 6명 중 2명(33.3%)을 여성 이사로 선임했다. 지난해 5명의 사외이사 중 여성은 1명에 불과했던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김유리 이사를 선임하며 ‘복수 여성 사외이사’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단순한 법적 의무를 채우는 것을 넘어 이사회 내 성별 다양성을 보장하고 다양한 시각을 의사 결정에 반영하려는 실질적인 노력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들 3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7개사는 모두 여성 사외이사를 단 1명만 두며 전형적인 ‘토큰이즘(Tokenism)’ 행태를 보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비율상으로는 33.3%를 기록하며 공동 3위 자리에 올랐지만 전체 사외이사가 3명으로 모수가 적어 나타난 착시 효과가 크다.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삼성증권은 각각 전체 사외이사 4명 중 1명(25%)을 선임하는데 그쳤다. 그 중 삼성증권의 최혜리 이사는 한국투자증권의 최수미 이사와 함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전면 시행된 2022년부터 사외이직을 맡아온 ‘장수 사외이사’다.

신한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나란히 5명의 사외이사 중 여성을 단 1명만 두며 20%의 낮은 비율을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25%였으나 올해 김경한 이사를 제외한 모든 사외이사들의 임기 만료로 물러난 후 이용국‧김석동‧조성표‧강현정 이사 등 남성 3명, 여성 1명의 사외이사를 신규로 선임하며 여성 비중이 줄었다.

최하위는 하나증권이다. 하나증권은 10대 증권사 중 가장 많은 6명의 사외이사 진용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사외이사는 단 1명만 선임해 비율이 16.7%로 집계됐다. 이사회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도 성별 다양성에 대한 고려가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숫자 부족 외에 ‘전문성의 편중’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10대 증권사에 포진한 13명의 여성 사외이사 대부분이 법대 교수,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이거나 회계 전문가에 쏠려 있다. 법률 리스크 방어와 감사위원회 구성을 위한 ‘스펙 위주’의 영업에 치중한 결과다.

업계는 단순히 규제 회피를 위한 법률‧회계 전문가 1명의 영입을 넘어 증권업계의 미래 먹거리인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글로벌 비즈니스 전문가 등으로 여성 이사 풀을 다변화해 실질적인 이사회 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팽정은 기자 / paeng@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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