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사후조정 결렬…삼성 총파업 수순
파업 장기화 땐 경제 손실 100조 추산
납기·신뢰 흔들리면…K-반도체 경쟁력 훼손
중국·일본 등 경쟁국에 추격 허용 가능성

삼성전자 노사 간 성과급을 둘러싼 막판 협상이 끝내 결렬됐다. 노사가 최종 합의에 실패하면서, 21일 예고된 총파업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18일간의 파업이 현실화 되면, 24시간 가동되던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 장기간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춰설 경우, 직간접 경제적 손실 규모가 1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일 오전 삼성전자 노사간 사후 조정 협상을 재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최종 결렬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입장문을 통해 노조는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에 동의했지만, 사측이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경영진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사후조정 절차가 종료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파업 기간 중에도 타결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회사측도 입장문을 통해 “어떠한 경우에라도 파업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종 합의가 불발된 배경과 관련해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고 토로했다.
노사간 대 타협이 불발된 가장 큰 이유는 성과급 분배와 관련한 입장차가 큰 때문으로 보인다. 노조는 반도체(DS) 부문 내 적자 사업부인 시스템LSI·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부에 대해서도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의 요구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을 위배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중앙노동위원회 중재로 이틀이 넘는 2차 사후 협상을 가졌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파국을 맞게 됐다. 한국은행은 노조가 예고한 대로, 21일부터 최장 18일간 파업이 현실화 될 경우, 회사와 노조는 물론 산하 협력업체 등 한국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산업은 공정 특성상 24시간 연속 가동이 필수인데, 생산라인이 멈추면 경제·안전 피해가 불가피 하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1일 메모리 생산량을 단순 계산하면 61억5317만 개로 추산된다. 여기서 지난해와 동일한 생산라인이 가동된다고 가정할 때,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춰설 경우 하루 62억개에 달하는 메모리를 생산하지 못하게 된다.
당장,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전면 중단되고, 파업 이후 복구까지 약 3주 기간이 소요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 반도체 생산 차질 규모는 약 30조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정부 차원에서는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고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한국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40% 수준인 만큼, 삼성전자 라는 한 기업의 손실을 넘어 한국 경제 전반에 큰 후폭풍을 몰고 오기 때문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앞서 지난 17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단 하루만 정지되어도 최대 1조원에 달하는 직접적인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제적 피해는 최대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4월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노조의 파업이 단순히 실적 하락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망 구조에 심각한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실제, 이미 범용 반도체 분야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추격중에 있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를 대표하는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는 범용 D램 이외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까지 진출하면서, K-반도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무리한 성과급 요구는 오히려 회사 성장을 억누르고 중국, 일본, 대만 등 경쟁국의 추격을 허용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파업이 현실화되면 기술 추격의 기회를 내줄 뿐 아니라, 삼성전자가 그동안 힘들게 구축해 온 신뢰를 무너뜨리게 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첨단 공정일수록 공급의 안정성과 일정 준수가 고객사 선정의 핵심 기준으로 작용한다. 또한 메모리칩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부문에서 납기 지연은 고객사로부터 외면을 받고 수주 경쟁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결국 납기와 신뢰가 최고의 경쟁력인 반도체 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생산 차질은 곧장 고객사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성과를 당장의 보상으로 받기 위한 행동은 회사의 중장기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의 대체 가능한 공급선이 있다는 점과 HBM이 당장은 고급 기술이지만, 글로벌 각국이 반도체 육성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시간이 지나면 기술 격차가 좁혀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도 무리한 성과급 요구는 장기간 지속적으로 투자할 동기 부여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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