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신용, GDP 대비 200% 육박…‘부동산 신용 집중’이 자원배분 왜곡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은 돈 푸는 정책 아냐”…선별적 지원 강조

이윤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22일 오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정부 1주년 경제정책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가계·부동산 대출 쏠림을 줄이는 방향은 타당하지만 신용축소는 소비·주택시장·취약차주의 충격을 키울 수 있습니다. 가계부채 정책의 목표는 단순한 대출 억제가 아니라 부동산 담보 중심의 신용배분을 줄이고 차주의 상환능력에 기반한 금융구조로 전환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윤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2일 오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정부 1주년 경제정책 토론회’에서 이같이 강조하며 고부채와 저성장 고리를 끊기 위한 금융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기형적으로 부동산에 집중된 자금을 첨단·실물 산업으로 재배분하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민간신용이 GDP 대비 약 200%에 육박하는 가운데 가계신용 역시 90% 수준에 달한다”며 “가계부채는 지난 2012년부터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불렸다. 최근에는 기업 대출마저 부동산에 과도하게 집중되며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이 극대화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계부채 총량 증가의 이면에 ‘부동산 신용의 집중’이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런 부동산 신용 집중이 가져온 3대 문제점으로 ▲자원배분 왜곡에 따른 생산성 저하 ▲비은행 금융기관(NBFI) 중심의 PF 부실 등 금융불안정성 증가 ▲기술·신용 평가 기능 미비로 인한 금융산업 혁신 저해 등을 꼽았다.
이 교수는 “국내 5대 금융지주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증가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며 “담보만 보고 아파트 대출을 너무 쉽게 해주다 보니, 정작 기술력 있는 기업을 평가하는 신용평가 기반의 금융 역량은 전혀 발달하지 못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22일 오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정부 1주년 경제정책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 “역대 성장펀드 실패 경계…美 테슬라식 ‘장기 투자 생태계’ 배워야”
이 교수는 이런 고부채·저성장 경제 상황일수록 금융중개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과 가계대출에 쏠린 금융지원을 실물경제의 생산적 영역으로 공급해 우리 경제의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신정부 역시 이를 인지하고 현재 ‘국민성장펀드’ 등을 통해 자본시장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혁신 추진 과정에서 과거 정부 주도로 조성된 역대 성장펀드들이 겪었던 관치금융 논란, 민간자금 구축 효과, 도덕적 해이와 같은 역사적 문제점은 특히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 교수는 투자 대상 확대 자체가 자동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고, 펀드 조성과 집행 과정에서 민간 중심의 수익성 기반 투자 대상 선별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과평가를 사후가 아닌 사전적으로 설계해 자금 투입 이후의 고용 창출 및 생산성 증대 효과를 엄격히 추적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금융 생태계 체질을 바꾸려면 미국의 ‘테슬라 자금 조달 사례’를 배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테슬라는 나스닥 상장 후 10년 동안 적자였음에도 꾸준히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했다. 미국의 벤처 투자는 만기가 15~20년에 달해 장기 성장 스토리를 믿고 기다려주기 때문”이라며 “반면 한국은 만기가 7~10년에 불과해 기업들이 쪼개기식으로 연명해야 한다. 얼마를 퍼줄 것인가보다 생태계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생산적 금융과 함께 취약계층을 위한 ‘포용적 금융’도 중요하다”고 역설하며 두 정책 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생산적 금융이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정책이라면, 포용적 금융은 금융 전환 과정의 충격을 완화하는 일종의 안전망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다만 포용적 금융과 관련해 “취약계층의 상환 능력 회복 없이 대출 상품만 늘려주는 것은 취약계층 보호가 아니라 부채의 시간만 끄는 ‘에버그리닝(Evergreening)’에 불과하다”면서 “취약계층에게 필요한 것은 고용과 소득 회복을 돕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결국 생산적 금융도 포용적 금융도 단순히 돈을 더 푸는 정책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며 “기업에는 무조건 돈을 더 주고 취약계층에는 무조건 금리를 낮춰주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금리는 시장의 핵심적인 가격 기능인데, 이를 억지로 낮추면 가격 기능이 훼손돼 취약계층이 결국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 정책의 핵심은 금리를 인위적으로 인하하는 것이 아니라,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상환 가능한 부채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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