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 공개 의무화 이후 이용자 검증·신뢰 요구 더 커져
“대박 한 번 보다 지속가능 BM 개발”… 게임사들 수익 구조 개편
전액 환불·피해구제센터까지… BM 책임 기준 변화 조짐

확률형 아이템 규제와 이용자 인식 변화, 글로벌 경쟁 심화 등이 맞물리면서 국내 게임업계가 큰 패러다임 변화를 맞고 있다. 과거 국내 게임업계가 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와 확률형 아이템 중심의 수익모델에 의존했다면, 최근에는 확률형 아이템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안정성과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모델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강도높게 시행되면서, 과거 특정 대작에 회사의 사운을 걸던 포토폴리오 전략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 자체 지식재산(IP)을 활용해 꾸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체질 개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가 이처럼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는 것은 최근 몇년간 강도높게 추진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 영향이 컸다.
과거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오랜 기간 동안 자율규제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일부 게임의 확률 조작·오표기 논란이 반복되며 이용자 불신이 커졌고, 결국 게임산업법 개정을 거쳐 법적 의무화 단계로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자율규제 시대와 비교해 이용자 감시와 검증 강도가 심화됐다는 평가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담긴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지난 2024년 3월 22일 시행된 이후, 이달 말 기준 시행 800일을 맞는다. 게임사들은 개정안에 따라, 인터넷 홈페이지와 게임 내 구매 화면 등에 유료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별 확률 정보를 공개하고, 홈페이지에는 이용자가 검색 가능한 형태로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 “‘확률형 BM’ 벗어나 생존 위한 새 BM 찾아라”
과거 국내 게임업계는 MMORPG 대작을 중심으로, 확률형 아이템 BM을 통해 높은 수익을 확보해왔다. 특히 일부 대형 게임들은 특정 업데이트나 신규 아이템 출시만으로, 단기간에 수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견인했다.
그러나 최근 몇년 사이에 게임업계 분위기가 급변했다. 정부 주도로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강화된 데다 이용자들의 피로감과 반감이 커지면서, 과거와 같은 수익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당장,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이후,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제재 건수가 급증해 게임업계 전반에 큰 압박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웹젠의 ‘뮤 아크엔젤’은 확률형 아이템 획득 구조를 은폐·누락한 사실이 적발돼 시정명령과 함께 1억5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또한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온라인’, 위메이드의 ‘나이트 크로우’, 크래프톤의 ‘PUBG: 배틀그라운드’, 컴투스의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등도 실제 적용 확률과 다른 내용을 고지한 사실이 확인돼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여기에 게임 개발 비용 상승과 글로벌 경쟁 심화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형 게임 하나에 수백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흥행 성공 가능성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시장에서 콘솔·PC 플랫폼 기반 대작 게임과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 “‘큰 한방’보다 지속가능한 게임을 만들어라”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전방위로 강화되고,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은 더 치열해지면서, 국내 게임업체들은 점차 ‘대박형 수익 구조’에서 ‘지속형 수익구조’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 대작이 회사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장기간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는 라이브 운영 역량과 다수의 매출원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주요 게임사들도 기존 MMORPG·확률형 아이템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콘솔·PC 패키지 시장 공략과 글로벌 스팀 출시 확대에 나서고 있다. 또 다른 기업들은 서브컬처·캐주얼·협동형 게임 등으로 장르 다변화를 시도하는 분위기다.
단일 게임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IP를 중장기적으로 프랜차이즈화 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게임 외 애니메이션·굿즈·오프라인 이벤트 등으로 IP 사업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제 게임산업은 단순히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단계를 넘어, 얼마나 안정적으로 장기간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느냐가 중요한 생존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넥슨은 실제 게임 내 확률이 다르다는 논란이 터지자 결국 ‘메이플 키우기’ 결제액 전액 환불을 결정했다. <출처=넥슨>
◆ 전액 환불·피해구제센터까지…달라지는 책임 기준
규제 수위가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에 대한 피해구제 및 보상체계도 과거보다 더 엄격해지고 있다.
최근 넥슨의 ‘메이플 키우기’ 전액 환불 결정이 업계의 분위기를 대변해 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넥슨은 유료 아이템 계산식 오류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았던 사실을 인정하고, 출시 이후 일정 기간 발생한 결제 금액을 전액 환불키로 했다. 환불 규모가 약 1300억원대에 달하는 큰 결정이다. 과거에는 확률 오류 논란 시 일부 보상이나 확률 수정 선에서 대응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이용자 신뢰 회복을 위한 이례적 결정이라는 평가다.
올해 초 게임물관리위원회의 ‘확률형 아이템 피해구제센터’ 출범도 주목받고 있다. 센터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표시의무 위반 관련 피해 신고 접수와 분쟁 절차 안내 등을 맡는다. 필요 시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의 연계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업계에서는 향후 이용자 권리 보호 체계가 보다 구체화될 경우, 게임사의 BM 설계와 라이브 운영 방식에도 추가적인 압박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게임산업이 ‘흥행 산업’에서 ‘지속 가능한 사업 구조 경쟁’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흥행 가능성이 높은 일부 장르와 BM에 업계 전반이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과 장기 운영 역량 확보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예림 기자 / leeyerim@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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