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연속 동결’ 택한 한은 금통위, 점도표는 ‘인상’…긴축 시사

시간 입력 2026-05-28 16:44:53 시간 수정 2026-05-28 16:4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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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고유가 변수에 일단 동결…점도표는 인상 가리켜
GDP 전망 2.6%로 상향…“적절한 시기 금리 인상 필요”
금통위 내 인상 소수의견 2명…증권가 “7월 인상 유력”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8연속 동결을 택했지만, 6개월 후 금리전망에서 21개 전망점 중 19개가 2.75% 이상을 가리키며 사실상 ‘인상 예고’를 보냈다. 증권가에서는 오는 7월 있을 회의에서 금리 인상 기조가 시작될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8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의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이로써 한국은행은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이후 8회 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가게 됐다.

이번 통화정책 결정의 가장 큰 변수는 중동 리스크였다. 중동전쟁 영향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진 가운데 반도체 경기 호조로 성장세는 예상보다 확대되고 있고, 중동사태 전개와 관련한 불확실성도 여전히 높다는 것이 골자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전개 상황을 아직 예단하기 어렵고, 종전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에너지 공급망이 정상화되고 높아진 국제유가가 안정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에 따라 세계경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높아지고 성장세는 약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경우 유가 상승의 영향이 확대되면서 물가상승률이 4%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유로지역과 영국도 상당기간 3%를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성장세는 주요국에서 대부분 둔화되겠지만, AI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미국과 일부 아시아 국가는 양호한 성장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월(2.0%)보다 0.6%포인트 높은 2.6%로 올려잡기도 했다. 반도체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장되면서 IT 수출 확대가 성장률을 0.7%포인트 끌어올린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정부 추경과 증시 호황에 따른 자산효과도 힘을 보태며 중동전쟁 충격을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

물가 전망도 일제히 상향 조정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월 2.2%에서 2.7%로 높여 잡았고,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도 2.1%에서 2.4%로 각각 올렸다. 4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급등으로 2.6%까지 치솟았고,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대 후반으로 올라왔다. 한은은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이 공업제품·서비스로 번지고, 수요 압력도 점차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외 불안이 현재 진행형인 점도 한은이 우선 동결을 택한 이유로 꼽힌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 강세와 외국인 주식 대규모 순매도 여파로 1500원 안팎으로 다시 상승했고, 국고채 금리 또한 인플레이션 우려에 큰 폭 올랐다. 수도권 주택 매매·전월세가 다시 오름세를 키우는 가운데 주택 관련 가계대출 증가폭도 확대됐다.

신 총재는 “물가의 상방리스크 확대 가능성에 한층 유의할 필요가 있고,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높은 환율 변동성과 수도권 주택시장 상황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당장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보다는 중동사태 전개와 반도체 경기 확장 속도 등 대내외 정책 여건 변화와 그것이 국내 물가와 성장에 미칠 영향을 좀 더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또 이날 회의에서 금통위원 7인 중 장용성·유상대 위원은 기준금리를 2.75%로 즉각 올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제출했다. 금통위 내 소수의견이 2명으로 늘어난 것은 인상 압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신호로 읽힌다.

신 총재 또한 향후 기준금리의 인상 방향성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중동전쟁과 반도체 경기 확장이 미치는 영향을 반영해 물가·성장 전망을 모두 크게 상향 조정한 만큼 향후 물가·성장 흐름이 예상대로 흘러가는지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향후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금리인상의 시기와 속도는 앞으로 입수되는 데이터를 토대로 물가상승 압력의 확대 정도와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회의에서 제시된 6개월 후 조건부 금리전망(K-점도표)은 인상 방향으로 큰 폭 이동했다. 전망점 21개 가운데 3.00%가 10개로 최다를 차지했으며, 2.75%가 7개에 달했다. 현 수준인 2.50%은 2개에 불과했는데, 이는 3.25% 상방을 전망하는 의견과 동일한 수준이다.

지난 2월만 해도 2.50% 유지가 16개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으며, 2.75%로 인상을 점치는 의견은 1개에 불과했다. 2.25% 인하를 점치는 의견도 4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석 달 사이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신 총재는 “성장이나 환율, 부동산, 금융 등에서 대체로 인식은 다 같이 했고, 의견을 모으기 상당히 쉬운 회의였다”면서 “이번에 금리를 올리는 것도 그 당위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득력 있게 그런 케이스를 만들 수가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불확실성을 감안했을 때, 아직까지는 근원물가에 대한 다음 통계가 없는 상황에서는 불확실성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약간 좀 지켜보자 하는 그런 의견이 조금 더 무게 중심을 이뤘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증권가에서는 7월 금통위를 첫 인상 시점으로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번 금통위에서 금리인상 소수의견 2명과 K-점도표 내 연내 2회 금리인상을 보는 위원의 수가 가장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한국은행은 7월부터 인상을 시작해 분기당 1회 속도의 금리 인상을 단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신현송 한은 총재는 현재로서 성장과 물가, 금융안정 모두 금리 인상이 필요한 상황을 가리킨다고 언급하며 향후 인상을 예고했다”면서 “반도체 중심의 성장에 따른 낙수효과 등 내년 성장에 대한 눈높이 또한 높은 점을 감안해 올해 7, 10 월 인상 후 내년에도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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