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고객 ‘이자율 단일화’…자산관리 역량에 자신감
단일 고금리 전략, 트레이딩 변동성 막는 ‘안전판’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1분기 증권업계 최고 수준의 이자수익을 거뒀음에도 예탁증권담보융자 이자율을 연 9%로 통일했다. 이미 확실한 현금 창출원을 확보한 상황에서 대출 금리 할인을 없앤 행보를 두고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를 분석한 결과,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이자수익은 8240억원으로 전년 동기(7012억원) 대비 20.11% 증가했다. 이자수익 규모 기준으로는 업계 1위다.
한국투자증권의 예탁증권담보융자 이자율 체계는 VIP, 골드, 프라임, 패밀리 등 모든 고객 등급에 대해 연 9%로 동일하다. NH투자증권(탑클래스 7.6%), KB증권(VVIP 7.5%), 신한투자증권(프리미어 7.6%) 등 경쟁사들이 고액 자산가 이탈을 막기 위해 7%대 중반의 낮은 이자율을 제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이 고객 등급별 금리 차등을 두지 않고 9% 단일 금리를 적용한 가장 큰 이유는 수익 구조의 안정성 확보로 분석된다. 예탁증권담보융자는 고객의 우량 주식을 담보로 잡는다. 담보비율 하락 시 반대매매라는 안전장치가 작동해 사실상 대손 리스크가 매우 낮은 수익원으로 평가된다.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평균 신용공여 및 담보대출 잔고는 5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 자산에 대해 타 증권사처럼 우수 고객에게 7%대 우대금리를 제공하지 않고 9%의 금리를 적용할 경우 분기당 수백억원의 추가 마진을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금리 정책은 한국투자증권이 20.9%의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달성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트레이딩이나 기업금융(IB) 부문은 분기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발생한다. 반면 안정적인 이자수익은 실적 변동성을 방어하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또한 VIP 고객의 반발이나 이탈 우려를 감수한 배경에는 한국투자증권의 자산관리(WM) 부문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자리 잡고 있다.
고액 자산가를 묶어두는 수단으로 ‘대출 이자 우대’라는 방법을 쓰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공모주 소싱 능력, 비상장 주식 투자, 사모펀드(PEF) 등 차별화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우수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이 단일 금리 정책은 고객 역차별 논란을 잠재우는 효과도 있다. 대다수 증권사는 우수 고객에게 7%대 중후반에서 8% 초반대의 저금리를, 일반 투자자에게는 8% 후반에서 9%대의 고금리를 부과한다. 이에 일반 투자자들의 이자 마진이 VIP 혜택을 보전해 준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9% 금리를 적용해 등급 간 교차보조 논란을 피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당사는 대면·비대면 계좌의 이자율에도 차등을 두지 않고 있다”며 “일전에 고객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이를 통합했기 때문인데, 당시 고객 등급별로도 차등을 두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기간별로는 차등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도한 마진에 대한 지적은 극복해야 할 업계 공통의 과제로 남아 있다. 코스피 지수가 고점을 경신하는 증시 호황 속에서 조달금리도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업계 최고 수준의 가산금리를 유지하며 과도한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박용진 규제합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T+1 결제 시스템’의 국내 도입을 주장하며 “지난 3년간 12개 증권사가 최대 5일간 주식 판매대금을 묶어두며 벌어들인 돈이 1805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팽정은 기자 / paeng@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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