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르노, 현주소는] ②그랑 콜레오스론 역부족…‘수출 절벽’ 직면

시간 입력 2026-06-23 17:40:00 시간 수정 2026-06-23 17: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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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나·필랑트 동반 부진…1~5월 판매 25%↓
KGM은 수출 7만대 최고인데…르노는 수출 절벽
내수마저 테슬라에 추월…중국 BYD 등도 공세

르노코리아가 분기점에 섰다. 지난해 내수는 그랑 콜레오스를 앞세워 3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06억원으로 78% 급감하며 이익률이 1% 아래로 내려갔다. 중견 완성차 3사 중 내수 1위 차종을 보유하고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다. 니콜라 파리 사장은 부산공장을 생산 허브로 키워 반등을 꾀하고 있으나, 판매 다변화·수출 재건·수익성 회복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본지는 지난해 9월 출범한 파리 사장 체제의 현주소와 과제를 세 차례에 걸쳐 진단한다.<편집자 주>

르노코리아의 약점은 판매 쏠림 현상 심화에 있다. 그랑 콜레오스가 내수를, 아르카나가 수출을 떠받치며 회사의 판매 실적을 이끌어 왔지만, 두 차종 모두 경쟁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르노코리아와 같은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는 KG모빌리티(KGM)와 한국GM을 함께 놓고 보면 르노코리아의 위기감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23일 르노코리아 판매 실적 분석 결과,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30만대 이상 판매된 아르카나는 이 회사의 수출을 견인해 왔다. 하지만 아르카나의 수출 물량 감소로 르노코리아의 지난해 연간 수출이 전년 대비 줄었다. 지난달 수출도 3020대로 전년 동월 대비 46.6% 감소했고, 아르카나는 1308대로 68.8% 급감했다.

내수의 신차 효과도 기대만큼 오래가지 못했다. 르노의 준대형 CUV 신차 필랑트의 출발은 좋았다. 지난 2월 말까지 누적 사전계약 7000대를 기록했고, 3월 둘째 주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했다. 무기는 4331만원부터 시작하는 가격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인도가 본격화한 뒤 인기는 빠르게 식었다. 필랑트의 내수 판매는 3월 4920대, 4월 2139대, 5월 1201대 수준에 머물렀다. 그랑 콜레오스가 출시 초반 월 6000대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기록했던 것과 대조된다.

아르카나와 필랑트가 흔들리자 판매 실적은 곧바로 꺾였다. 올해 1~5월 누적 판매는 내수 1만7787대, 수출 1만946대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8%, 29% 감소했다. 전체 판매량은 2만8733대로 25.3% 줄었다. 5월만 놓고 보면 내수 2893대와 수출 3020대를 합쳐 총 5913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월 대비 40% 쪼그라들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2종의 신차를 투입한 점을 고려하면 뼈아픈 숫자다. 신차 효과로 메우려던 구멍이 더 커진 셈이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불안정한 국제 정세에 따라 생산과 선적 스케줄을 최적화 중”이라며 “필랑트와 그랑 콜레오스 실소유 고객들의 차량 만족도가 지속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전국 전시장 시승 이벤트, 로드쇼 등 고객 참여 프로모션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르노 필랑트.<사진제공=르노코리아>

반면 르노코리아와 함께 중견 완성차 3사로 묶이는 KGM과 한국GM은 선방했다. KGM은 이들 3사 중 유일하게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4조2433억원으로 설립 이래 최고치를 찍었고, 영업이익은 536억원으로 전년 대비 335.8% 급증했다. 한국GM은 매출 12조6128억원, 영업이익 4897억원으로 실적이 뒷걸음치긴 했지만, 르노코리아의 영업이익보다는 훨씬 높은 이익을 거뒀다.

이처럼 큰 차이를 만든 변수는 수출이다. KGM은 지난해 해외에서 전년 대비 12.7% 늘어난 7만286대를 팔았다. 2014년 이후 최대 수출 실적으로, 서유럽에서만 2만2496대를 기록했다. 르노코리아가 아르카나의 퇴장을 메우지 못해 수출 절벽 앞에 선 사이 KGM은 정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KGM은 2024년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유럽 판매법인을 세워 직영 체제로 전환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같은 내수 부진 중견사로 한 해를 출발했지만, 수출 전략의 차이에서 운명이 갈렸다.

르노코리아가 KGM의 매출을 거의 따라잡은 시기도 물론 있었다. 르노코리아는 2024년 매출 3조6997억원으로 전년 대비 12.4% 성장하며 KGM(3조7825억원)과의 격차를 800억원 안팎으로 좁혔다. 비결은 그랑 콜레오스의 신차 효과였다. 하지만 지난해 들어 KGM이 수출로 매출을 4조원대로 끌어올리는 동안 르노코리아는 3조5767억원으로 후퇴하면서 좁혀졌던 격차가 다시 7000억원 가까이 벌어졌다.

중견 3사의 내수 점유율이 하락 국면에 처한 상황에서 르노코리아는 그나마 내수 1위를 지켰다. 지난해 누적 내수는 르노코리아 5만2271대, KGM 4만249대, 한국GM 1만5094대 순이었다. 다만 이 기간 테슬라가 모델Y를 앞세워 5만9916대를 신규 등록하며 전년 대비 101.4%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빛이 바랜다. 7개 차종을 판매하는 중견 완성차 업체의 내수 1위를 사실상 1~2개 차종으로 경쟁하는 수입 전기차 브랜드가 추월한 것이다. 여기에 BYD, 지커, 샤오미 등 중국 브랜드의 한국 공략도 가속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SUV와 하이브리드차, 전기차를 중심으로 내수 방어를 하면서 르노 필랑트 같은 모델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며 “위에서는 현대차·기아의 물량 공세, 아래에선 테슬라와 BYD의 가격 공세를 막아야 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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