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환율 1540원대 첫 돌파…외화 유동성 관리 부담↑
하나 192% ‘최고 수준’, KB·신한·우리도 개선세…평균 175.7%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가운데 국내 은행권의 외화 유동성 관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안착하면서 외화 조달 비용 상승과 건전성 부담 확대 가능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규제 기준을 크게 웃돌고 있지만, 환율 상승세가 장기화될 경우 외화 조달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의 자료를 종합한 결과,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외화 LCR은 평균 175.67%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68.50%) 대비 7.17%p(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외화 LCR이 가장 높은 곳은 하나은행이었다. 하나은행의 올해 1분기 외화 LCR은 192.00%로 집계됐다. 다만 전년 동기(205.03%)보다는 13.03%포인트 낮아졌다. 외화 유동성이 악화된 곳은 하나은행이 유일했으나 여전히 4대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뒤이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외화 LCR은 각각 186.54%, 172.63%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58%포인트, 18.75%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의 외화 LCR은 4.36%포인트 오른 151.50%로 집계됐다.
외화 LCR은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은행이 한 달 동안 외부 지원 없이 견딜 수 있는 고유동성 외화자산의 보유 비중을 뜻한다. 이 지표가 높을수록 단기 외화 유출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외화 유동성 확대 배경으로는 △고유동성 자산 확충 △환율 변동성 대응 △금융시장 불안 대비 △규제 기준 충족 노력 등이 꼽힌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의 외화 LCR을 8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은행권의 외화 유동성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최근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은행들이 외화 유동성 확보에 나선 점도 외화 LCR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머무르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외화 조달 환경에 대한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7원 상승한 1541.8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154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9일(1549.0원) 이후 약 17년 만에 처음이다.
이와 같은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 확대로 인한 달러 수요 증가, 한미 기준금리 격차 등이 손꼽힌다.
일반적으로 환율 상승 국면에서는 외화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외화부채 규모가 확대될 수 있어 외화 유동성 관리 부담이 커진다. 이에 따라 외화 LCR에도 하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이처럼 환율 상승으로 외화 LCR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 은행이 보유한 외화자산의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할 수 있다. 이는 은행의 자본 건전성 관리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환율 오름세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외화채 발행 등 해외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면서 현재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외화 유동성 지표에도 점차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단기 충격보다 환율 상승 장기화에 따른 누적 영향을 더욱 경계하는 분위기다. 당장 외화 유동성 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은행권의 외화 건전성에도 서서히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대규모 외화 예금 인출이나 외화 차입금 상환 수요가 발생할 경우 유동성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원화·외화 LCR 관리와 함께 만기별 자산·부채 구조 점검 등 유동성 관리 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김도영 예금보험공사 차장은 “환율 변동성 확대는 은행업권에 수익성 저하와 유동성 관리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안겨 줄 수 있다”며 “특히 순외화자산이 마이너스 상태에서 환율이 지속 상승할 경우, 당기순이익 감소는 내부 유보 축소로 이어져 대손충당금 적립 여력 및 자본 적정성(BIS비율) 관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행 차원에서는 외화 포지션에 대한 한도 관리와 헤지 전략을 재점검하고, 단순한 만기 매칭을 넘어선 보수적인 관점의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를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며 “특히 외환손익 민감도가 높거나 단기 조달 비중이 높은 경우, 외화 자금 조달 구조의 장기화 및 다변화를 통해 대외 충격에 대한 흡수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현재 외화 LCR이 규제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만큼 단기간 내 외화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고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우려가 해소될 경우,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는 만큼, 은행의 외화 유동성 관리 부담 역시 완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하반기 들어 환율 상승 압력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경제인협회 주최로 열린 ‘2026년 하반기 환율 전망과 산업별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김진욱 씨티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주제 발표를 통해 환율을 포함한 한국 금융시장을 전망했다.
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향후에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출 확대, 국내 투자자의 국내 주식 투자 증가, 경상수지 흑자 지속 가능성 등이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은 향후 3개월간 1480원 안팎을 나타낸 뒤, 6∼12개월 사이에는 1450원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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