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에 RWA 확대…고환율 장기화에 자본관리 부담
기업금융 늘수록 RWA 부담 확대…은행 자본관리 시험대
가계대출 편중·안전자산 부족…한국형 바벨 포폴 제언도

환율 상승의 여파로 국내 주요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이 1년 새 5%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따른 기업대출 확대까지 본격화될 경우 위험가중자산이 추가로 늘어나면서 시중은행의 자본비율 관리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를 종합한 결과,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말 위험가중자산은 총 891조31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848조284억원) 대비 5.10% 증가한 수준이다.
위험가중자산(RWA)은 은행이 보유한 자산에 위험도별 가중치를 적용해 산출한 값이다.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과 보통주자본(CET1)비율 산출의 기준이 된다.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면 자본 규모가 같더라도 자본비율은 하락한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의 위험가중자산 증가폭이 가장 컸다. 신한은행의 올해 1분기 위험가중자산은 240조805억원으로 전년 동기(220조7828억원)보다 8.74%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213조4496억원으로 6.34%, KB국민은행은 247조119억원으로 4.68% 늘어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우리은행은 위험가중자산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위험가중자산은 190조7756억원으로 전년 동기(190조5393억원)보다 0.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자산 리밸런싱을 통해 위험가중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보통주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기업대출 규모를 조정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기업대출은 가계대출보다 높은 위험가중치가 적용돼 같은 규모의 대출이라도 위험가중자산 증가폭이 더 크다.
위험가중자산 증가의 가장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꼽힌다. 은행이 보유한 외화대출과 외화 유가증권은 환율이 오르면 원화 환산 가치가 커지고, 이는 위험가중자산 증가로 이어진다.
금융권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CET1비율이 0.01~0.03%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12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금융기관의 외화자산 원화 환산액이 증가해 자본비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여기에 생산적 금융 확대에 따른 기업대출 증가도 중장기적인 위험가중자산 관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생산적 금융 기조에 따라 기업대출이 확대되면 위험가중치가 높은 자산이 늘어나면서 위험가중자산 부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4대 은행의 초저위험자산 비중은 평균 11.8%에 그쳤다. 초저위험자산은 현금성 자산과 국채, 기관보증 주택저당증권(MBS) 등 위험가중치가 0%에 가까운 자산을 의미한다.
반면 글로벌 은행의 초저위험자산 비중은 미국 JP모건체이스(JPM)가 29.2%, 일본 미쓰비시UFJ(MUFG)가 41.8%로 국내 은행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초저위험자산은 위험가중자산 부담을 낮춰 고위험·고수익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는 '완충재' 역할을 한다. 반면 국내 4대 은행의 평균 가계대출 비중은 27.8%로 JPM(14.5%)과 MUFG(3.1%)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자산구조는 생산적 금융 확대 과정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기업 등에 대한 자금 공급이 확대되면 위험가중치가 높은 기업대출도 함께 증가해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초저위험자산 비중이 낮은 국내 은행은 글로벌 은행보다 위험가중자산 증가 부담을 흡수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국내 은행권의 보통주자본비율 하락 요인 가운데 하나로 기업 익스포저 증가가 이미 지목됐다. 환율은 외부 변수인 만큼 향후 안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생산적 금융 확대에 따른 기업대출 증가는 구조적인 위험가중자산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자본 관리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업대출 확대를 조절하기보다 자산구조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초저위험자산을 충분히 확보해 자본 여력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금융을 확대하는 이른바 ‘바벨형 포트폴리오’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자산구조 개선이 뒷받침돼야 기업금융 확대 과정에서도 위험가중자산 증가에 따른 자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대형 은행은 가계대출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중장기적으로 한국형 바벨 포트폴리오로의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 도입과 주택담보대출 유동화 등을 정책 수단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모별 비례성 규제를 통해 대형 은행은 도매금융과 글로벌금융, 간접지원에 집중하고 중소형 은행은 소매금융과 포용금융, 직접심사를 담당하는 역할 분담 체계를 구축해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을 효율적으로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가계대출을 급격히 줄이는 방식에는 선을 그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주택금융 시장의 특수한 수요 구조를 고려하면 가계대출을 급격하고 인위적으로 조정할 경우 시장 충격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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