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이 키운 성장세…3년 6개월 만에 긴축기조 돌입
한은, 추가 인상 시사…8월 vs 10월 인상 시점은 엇갈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이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추가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강화되는 가운데, 물가와 금융 안정 리스크가 동시에 커졌다고 판단한 결과다.
시장에서는 AI·반도체 호황으로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해진 가운데,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확대,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는 등 긴축 여력이 충분한 만큼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0.25%p(포인트) 인상한 연 3.00%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이번 금리 결정에는 반도체 중심의 경기 회복으로 인상 여건이 마련된 가운데,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확대로 인한 금융 안정 우려가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물가가 목표 수준을 웃도는 흐름을 이어간 점도 인상 결정에 힘을 보탰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국내 경제는 수출과 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소비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성장세가 확대됐다”며 “앞으로도 국내 경제는 반도체 경기 호조에 힘입어 수출과 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그에 따른 소득 여건 개선으로 소비 회복세도 확대되면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물가는 그간 높아진 비용과 환율의 영향으로 공급 측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가계의 소득 여건 개선으로 수요 측 압력도 점차 확대되면서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금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전망치에 부합하겠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기존 전망치를 다소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 총재는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상황에 대해 “주택가격은 높은 상승 기대가 지속되면서 서울과 경기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확대됐으며, 금융권 가계대출은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가 지속되고 기타 대출도 크게 늘어나며 월 8~9조 원대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장세가 강화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보이며, 금융 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다”며 “이 같은 대내외 정책 여건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으며, 이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 일치였다”고 부연했다.
◆ 반도체 호황에 커진 GDI… 통화정책 방향의 새 변수
이번 회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AI와 반도체를 경기 회복의 핵심 동력으로 제시한 점이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AI 확산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밸류체인의 핵심 국가로서 수혜를 입고 있으며, 반도체 경기 호조가 수출·투자 확대는 물론 기업 이익과 임금, 세수 증가를 통해 내수까지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성장률도 지난 5월 전망치인 2.6%를 큰 폭으로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이러한 성장세의 배경으로 국내총소득(GDI)의 가파른 증가에 주목하며, GDP보다 GDI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 조건 개선이 국민 소득 증가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한은은 이러한 소득 확대가 향후 소비와 물가를 자극하는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신 총재는 “1분기 GDP는 전년 동기 대비 3.8% 성장했지만 GDI는 13.2% 증가했다”며 “교역 조건 개선으로 GDI가 GDP보다 강하게 성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소득 개선이 현실화된다면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 사진=한국은행
◆ 추가 긴축 시사한 한은… 인상 시점은 ‘제각각’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한은은 소비자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유가 하락에도 높아진 비용과 환율의 영향이 지속되고,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측 물가 압력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특히 기조적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크고 오래 지속될 가능성을 진단하며 향후 추가 긴축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신 총재는 “국내 경제 개선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금융 안정 리스크에도 유의해야 하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는 데이터를 토대로 물가 압력 정도와 경기 흐름, 금융 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며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8월 동결 후 10월 인상을 점치는 의견과 2분기 성장률 지표에 따라 8월 연속 인상을 예상하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원유승 SK증권 연구원은 “연내 추가 인상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GDI 증가세가 1분기만큼 강하기 어렵고 반도체 호황의 내수 확산 시차 등을 고려할 때 10월 추가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분석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신 총재가 매 회의를 ‘라이브 미팅’이라 언급한 만큼 인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향후 발표될 2분기 GDP와 7월 물가 지표를 확인한 뒤 대응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연속 인상에 대한 직접적인 포워드 가이던스는 없었다”며 “2분기 GDP 마이너스 폭이 미미할 경우 올해 성장률 상향 조정이 유력하며, 이 경우 선제적 대응 차원의 8월 연속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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