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협상 교착에 후티 공격 재개…호르무즈·홍해 동시 차질 우려
국내 정유사, 비중동산 원유 확대·우회 항로 검토…장기화 땐 물류비 부담

호르무즈 해협 통과하는 유조선. <사진제공=연합뉴스>
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공급망 불안도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까지 재개되면서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가 동시에 막히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점쳐지고 있다. 정유사들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등으로 조달처를 확대하는 등 수급선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항로 불안이 장기화하면 원유 조달 비용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둘러싼 협상에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란 측이 미국의 종전과 대이란 제재 해제, 동결자산 반환 등을 요구하는 가운데, 미국 역시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당초 양국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대이란 해상봉쇄 해제에 합의하고 60일간 이란 비핵화 등을 의제로 후속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이후 무력 공방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홍해 상황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홍해 봉쇄를 선언한 친이란 후티 반군은 지난 11일 홍해 입구인 바르엘만데브 해협에서 이집트 회사 소유 소형 화물선을 공격했다. 예멘 정부에 따르면, 후티가 발사한 탄도미사일 3발로 선원을 포함해 총 6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까지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원유 조달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홍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원유를 수출할 수 있는 주요 대체 항로다. 사우디 동부 유전에서 생산된 원유를 동서 횡단 송유관을 통해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옮긴 뒤 선박으로 수출한다. 그러나 홍해까지 통항 차질이 발생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응할 수 있는 우회 수출로가 제한되면서 중동산 원유 공급망 불확실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도 호르무즈와 홍해가 동시에 봉쇄되는 경우를 최악의 상황으로 보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일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8~9월 원유 도입 물량을 전년 평균 이상 확보했으며, 10월 물량도 순차적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장기적인 운송 차질에 대비해 수에즈운하와 이집트 수메드 송유관 등 우회 경로 활용과 비축유 스와프 제도 재개도 준비하기로 했다.

에쓰오일 울산 공장 전경. <사진제공=에쓰오일>
정유사들도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전쟁 이전 70% 이상이었던 중동산 원유 비중이 전쟁 이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감소분을 미국·캐나다·아프리카 등 역외 원유로 채웠다고 밝혔다. 다만 가격과 설비 효율성 측면에서 중동 의존도를 단기간에 크게 낮추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2분기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에 대응해 얌보와 푸자이라에서 원유를 구매하고 정부 보유 비축유 수입을 활용했다”며 “기 확보한 대체 원유, 비축유 수입 등을 활용하면 당분간 통상적인 가동량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단기적으로는 의존도를 줄이기 쉽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원유 도입 다변화 정책에 발맞춰 설비 보완 투자 및 다변화 비율 확대 추진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쓰오일은 호르무즈 통항 제한 이후 홍해 우회 선적과 비중동산 원유 도입을 병행하고 있으며,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에 저장된 사우디산 원유와 정부 비축유 임차 등도 활용하고 있다. 또 최근 홍해 지역 분쟁에 따라 통항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수에즈운하를 통한 우회 수송으로 원유 도입 일정이 약 30일 지연될 수 있다고 보고, 정부 비축 원유 임차와 긴급 스팟 원유 활용 등 단계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통항 차질이 장기화하면 원유 도입 차질과 더불어 우회 운송에 따른 물류비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특히 수에즈운하 등을 통한 우회 운송이 늘어날 경우 운송 기간과 비용이 함께 증가해 정유사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단기간에 크게 낮추기는 어렵지만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대체 원유 확보와 도입선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항로 차질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두고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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