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적립금 165조원…직전 분기 대비 16.5% 증가
증시 호조에 투자상품 인기…원리금 비보장 35% 급증

증시 호조에 힘입어 증권사 퇴직연금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2분기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이 45조 가량 늘어난 가운데, 증권사의 퇴직연금은 1개 분기 만에 23조원 넘게 늘어나며 전체 증가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선택해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을 중심으로 자금이 불어난 가운데, 원리금 비보장 상품 적립금이 한 분기 만에 35% 넘게 증가하면서 투자형 상품 선호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23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의 자료를 종합한 결과, 올해 2분기 말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553조877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508조7326억원) 대비 45조1453억원(8.87%) 증가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15개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165조468억원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확정급여형(DB) 43조9061억원 △확정기여형(DC) 55조4145억원 △개인IRP 65조6262억원 등으로 개인IRP와 DC형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이는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1개 분기만에 큰 폭 오른 수준이다. 지난 6월 1일자로 퇴직연금 사업을 시작한 키움증권을 제외할 경우 올해 2분기 말 기준 증권사의 퇴직연금 잔액은 164조9819억원으로, 직전 분기(141조6797억원)보다 23조3022억원(16.4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 비교해 보면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DC형과 개인IRP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먼저 14개 증권사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DC형 잔액은 55조5415억원으로, 직전 분기(43조4950억원)보다 12조195억원(27.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개인IRP 잔액은 11조8988억원(22.17%) 늘어난 65조561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하고 근로자가 사전에 정해진 퇴직급여를 받는 형태의 DB형은 몸집이 줄었다. DB형 잔액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43조9061억원으로, 직전 분기(44조5222억원)보다 6161억원(1.38%) 가량 되레 감소했다. 증권사 퇴직연금 성장세가 DC형과 IRP에 집중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 퇴직연금 시장에서 한 분기 동안 늘어난 45조1453억원 가운데 증권사의 증가분은 23조3022억원 규모에 달했다. 전체 증가분의 약 51.62%를 차지한 것으로, 2분기 전체 퇴직연금 증가액의 절반 이상이 증권사에서 발생한 셈이다.
특히 원리금 비보장 상품으로 범위를 좁히면 증가세가 더욱 뚜렷했다. 14개 증권사의 원리금 비보장 상품 적립금은 1분기 말 71조3316억원에서 2분기 말 96조4617억원으로 25조1301억원(35.23%) 늘었다. 같은 기간 증권사의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율인 16.45%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먼저 DC형의 원리금 비보장 상품 적립금은 29조7759억원에서 42조2811억원으로 42.00% 급증했으며, 개인IRP의 원리금 비보장 상품 역시 36조476억원에서 48조3971억원으로 34.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DB형 원리금 비보장 상품은 5조5081억원에서 5조7835억원으로 5.00% 소폭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세는 퇴직연금 시장의 무게중심이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선택하는 DC·IRP로 이동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기업이 운용을 책임지는 DB형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퇴직연금 시장이 가입자의 상품 선택이 가능한 DC·IRP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무게중심 변화는 최근 증시 호조와 함께 상장지수펀드(ETF)나 펀드 등 투자상품에 대한 퇴직연금 가입자의 관심이 높아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는 은행·보험사와 비교해 다양한 투자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강점을 앞세워 퇴직연금 고객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024년 10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된 이후 금융사 간 고객 유치 경쟁이 확대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기존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다른 퇴직연금 사업자로 이전할 수 있게 되면서 상품 라인업과 수익률, 수수료 등을 앞세운 사업자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에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는 ETF 상품을 확대하거나 모바일 퇴직연금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증권사들이 DC·IRP 고객을 겨냥한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원리금 보장형 상품보다 적극적인 운용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려는 가입자 수요도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실적배당형 증가의 상당 부분은 주식 및 위험자산 선호 확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특히 2분기 적립금 증가분이 DB보다 DC·IRP에 집중됐다는 점에서도 개인의 ETF·펀드 투자 확대가 주된 변화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주식형 상품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2분기 주식시장 강세 속 위험자산 선호가 높아지면서 지난 6월 기준 주식형과 주식혼합형 상품의 1년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 골자다.
안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위험자산 선호가 높아져왔던 만큼 채권으로의 자금 규모가 적극적으로 확대되기보다는 주식 중심으로 확대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DC·IRP 중심의 퇴직연금 성장이 지속된다면 채권형 ETF와 펀드를 통한 채권 수요 역시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과정을 겪을 것”이라면서 “DC·IRP 자금이 늘어날수록 주식 등 위험자산과 함께 포트폴리오 변동성을 낮추기 위한 채권 편입 수요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 있으며, 특히 가입자 관점에서 접근성이 높은 채권 ETF와 채권혼합형 상품을 통한 간접적인 채권 수요가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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