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테슬라 모델Y 대신 살 만할까…기아 EV5 롱레인지

시간 입력 2026-08-23 07:00:00 시간 수정 2026-08-24 17: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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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공간과 좋은 실전비, 아쉬운 충전 속도
모델Y와 좁혀진 가격차, 공간·완성도로 대응
실주행 전비 6.1km/kWh로 공인치 웃돌아

기아 EV5 롱레인지 GT-라인.<사진=김병훈 기자>
기아 EV5 롱레인지 GT-라인.<사진=김병훈 기자>

최근 몇 년간 국내 전기 SUV 시장의 기준은 수입 브랜드가 제시해 왔다. 테슬라 모델Y는 지난 한 해에만 5만대 넘게 팔리며 세그먼트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고, 폭스바겐과 BYD가 그 아래 가격대를 공략했다. 기아 EV5는 이 구도에 가성비와 실용성을 앞세운 국산 모델이다. 지난해 9월 국내 판매를 시작해 누적 1만대를 넘겼고, 올해 1월에는 롱레인지 전 트림 가격을 280만원씩 내리며 가격 경쟁에 적극 대응했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EV5의 주력인 롱레인지 2WD의 최상위 트림 GT-라인이다.

EV5의 전장은 4610mm, 전폭은 1875mm, 전고는 1675mm, 휠베이스는 2750mm다. 제원 수치만 보면 준중형 SUV 체급이며, 전장은 스포티지보다 오히려 짧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곡선을 배제한 면 처리다. 후드에서 도어, 리어 펜더로 이어지는 선이 대부분 직선에 가깝게 처리돼 있어 상위 모델인 EV9의 축소판 같다.

EV5는 E-GMP를 전륜구동 기반으로 설계한 전용 모델이다. 후륜 기반인 EV6·EV9과는 플랫폼 활용 방식이 다르다. GT-라인 트림은 19인치 전용 휠과 전용 범퍼, 블랙 하이그로시 벨트라인 몰딩, 블랙 아웃사이드 미러로 하위 트림과 차별화했다. 다만 GT-라인은 고성능 트림이 아니라 내·외장 디자인 패키지로, 파워트레인은 하위 트림과 같다.

기아 EV5 롱레인지 GT-라인.<사진=김병훈 기자>
기아 EV5 롱레인지 GT-라인.<사진=김병훈 기자>
기아 EV5 롱레인지 GT-라인.<사진=김병훈 기자>
기아 EV5 롱레인지 GT-라인.<사진=김병훈 기자>
기아 EV5 롱레인지 GT-라인.<사진=김병훈 기자>
기아 EV5 롱레인지 GT-라인.<사진=김병훈 기자>

실내로 들어서면 GT-라인 전용 블랙&화이트 조합이 먼저 눈에 띈다. 헤드라이닝까지 블랙으로 마감해 다른 트림보다 어둡지만, 그만큼 실내 분위기는 고급스럽다. 조작계는 경쟁 모델들과 달리 공조와 주요 기능을 물리 버튼·다이얼로 상당 부분 유지했다. 주행 중 시선 분산 없이 조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12.3인치 내비게이션과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아 AI 어시스턴트가 들어가고 GT-라인에는 운전석 릴렉션 컴포트 시트가 더해진다.

강점은 공간이다. 2열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 모두 성인이 장거리를 이동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실내 V2L 콘센트, 콘솔 슬라이딩 트레이 등 편의 사양도 갖춰 패밀리카로서 요구받는 항목들을 고르게 충족한다.

기아 EV5 롱레인지 GT-라인.<사진=김병훈 기자>
기아 EV5 롱레인지 GT-라인.<사진=김병훈 기자>
기아 EV5 롱레인지 GT-라인.<사진=김병훈 기자>
기아 EV5 롱레인지 GT-라인.<사진=김병훈 기자>

기아 EV5 롱레인지 GT-라인.<사진=김병훈 기자>
기아 EV5 롱레인지 GT-라인.<사진=김병훈 기자>

EV5 롱레인지 2WD는 최고출력 160kW(217마력), 최대토크 295Nm(30.1kgf·m)의 싱글 모터로 앞바퀴를 굴린다. 초기 반응은 매끄럽고, 도심 가속과 고속도로 합류에서 부족함은 없되 강하게 밀어붙이는 가속감은 아니다. 고성능을 원한다면 다른 라인업인 듀얼 모터 4WD의 EV5 GT가 있다.

하체 세팅은 단단한 편이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잔진동이 오래 가지 않고, 고속에서 차체 흔들림도 잘 억제한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기대한 운전자에게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안정감 측면에선 설득력이 있다. 회생제동은 i-페달 3.0과 스마트 회생제동 3.0을 통해 단계 조절이 가능하고, 가속 페달만으로 정차까지 이어지는 원 페달 드라이빙도 매끄럽다.

안전 사양은 기대 이상이다. 가속 페달을 잘못 밟거나 과도하게 밟았을 때 급가속을 억제하는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와 가속 제한 보조,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 차로 유지 보조 2, 고속도로 주행 보조 2가 들어간다. 특히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와 가속 제한 보조는 최근 사회적 관심이 큰 페달 오조작 사고에 대응하는 장치로, 실제로 매끄럽게 작동했다.

배터리는 중국 CATL의 81.4kWh NCM 배터리를 탑재했다. 공인 복합전비는 5km/kWh이며,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60km다. 이번 시승에서 기록한 실주행 전비는 6.1km/kWh였다. 공인치를 약 22% 웃도는 수치다. 공차중량이 2톤을 넘는 준중형 전기 SUV를 타면서 연비 운전을 의식하지 않고 얻은 결과라는 점을 고려하면 효율은 준수하다고 평가할 만하다.

기아 EV5 롱레인지 GT-라인.<사진=김병훈 기자>
기아 EV5 롱레인지 GT-라인.<사진=김병훈 기자>
기아 EV5 롱레인지 GT-라인.<사진=김병훈 기자>
기아 EV5 롱레인지 GT-라인.<사진=김병훈 기자>

약점은 명확하다. EV5는 800V 초고속 충전 대신 400V 시스템을 채택했다. 350kW급 충전기에 연결해도 배터리 10%에서 80%까지 충전에 약 30분이 걸린다. 800V를 적용해 같은 구간을 10분대 후반에 마치는 형제 모델 EV6·아이오닉5와 비교하면 10분가량 뒤진다. 도심 출퇴근과 주말 가족여행이 중심이라면 체감이 크지 않지만, 고속도로에서 급속 충전을 자주 하는 운전자라면 이 차이가 누적돼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V5 롱레인지 GT-라인의 가격은 5060만원 수준으로, EV3와 EV6 사이에 놓인다. 여기에 국고·지자체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더 내려간다. EV5는 보조금 산정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아 정가 차이보다 실구매가 격차가 더 벌어지는 특징이 있다.

EV5의 위치는 형제 모델과 나란히 두면 뚜렷해진다. 800V를 적용한 EV6와 아이오닉5는 충전 속도에서 앞서지만, 가격이 5300만~6500만원대로 올라간다. EV5는 400V로 충전 속도를 양보하는 대신 준중형급의 실내 공간과 편의 사양을 더 낮은 가격에 담아 실용성을 높인 모습이다.

기아 EV5 롱레인지 GT-라인.<사진=김병훈 기자>
기아 EV5 롱레인지 GT-라인.<사진=김병훈 기자>

국내 전기차 판매 1위인 테슬라 모델Y는 후륜구동이 4999만원, 롱레인지 사륜구동이 6699만원이다. EV5 롱레인지는 모델Y 롱레인지보다는 낮지만, 모델Y 후륜구동과는 가격 우위가 좁혀졌다. 대신 EV5는 물리 버튼과 시트 구성 등 편의 사양, 국산 정비망에서 앞선다. 모델Y는 충전 속도와 충전 인프라, 중고 잔존가치에서 여전히 우위다. 아래로는 BYD 씨라이언7 등 4000만원대 중반의 모델이 경쟁 중이다. 이런 가운데 EV5는 가격뿐 아니라 공간과 완성도로 대응하고 있다.

EV5 롱레인지 2WD GT-라인의 강점은 공간·실용성·전비이고, 약점은 400V 충전 속도다. 도심과 주말 가족여행 위주라면 합리적이지만, 고속도로 급속 충전이 잦다면 800V를 갖춘 모델을 함께 살펴야 한다. 모델Y의 가격 인하로 가격 우위는 약해졌어도 EV5는 공간과 실용으로 여전히 유효한 대안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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