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한양대 교수, ‘TIDEI’ 4대 정산 전장 제시
“한국만 가진 핵심역량에 화력 모아야”
“금산분리보다 금융·산업 결합한 ‘금산 종합역량’ 살려야”

강형구 한양대 교수가 21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금융질서 대전환과 K-스테이블코인 발행 성공방정식’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이 본격화하고 올 하반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하 K-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K-스테이블코인 발행 전략의 방향을 둘러싼 전문가 논의가 국회에서 점화됐다. 이 자리에서 K-스테이블코인의 성패는 활용처를 넓게 벌이는 데 있지 않고, 경쟁국이 갖지 못한 우리나라의 핵심역량에 선택과 집중하는 데 달려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공동으로 ‘금융질서 대전환과 K-스테이블코인 발행 성공방정식’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강형구 한양대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성공전략’을 발표하며 K-스테이블코인 전략의 핵심을 짚었다.
강 교수는 경영전략의 기본 원리에서 논의를 시작했다. 그는 “경쟁에서 이기려면 기본이 선택과 집중”이라며 “경쟁 국가는 가지고 있지 않은데 대한민국은 가지고 있는 핵심역량을 찾아 그것을 스테이블코인에 적용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핵심역량이 무엇인지 뚜렷하기 때문에 어디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지도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가 제시한 해법은 ‘TIDE’ 전략이다. 무역(Trade), 내부 자본시장(Internal capital market), 방어(Defense), 신흥 수요(Emerging)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수출입 대금 정산 △대기업 계열사 간 내부 정산 △국내 플랫폼 생태계 방어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간 거래 등 네 개의 정산 전장을 단계적으로 공략하자는 구상이다. 네 영역 모두 우리나라가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거나, 내주면 되돌리기 어려운 자산을 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 “무역 정산은 놓칠 수 없는 전장”…“쌓이는 달러코인은 외환보유고 밖에”
첫 번째 전장인 무역에 대해 강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비판론에도 동의하지 않는 대목이 하나 있다”며 “국제무역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압도적 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전제했다.
국제송금이 통상 5% 안팎의 수수료와 5일가량의 결제 기간을 요구하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즉시 결제되고 경제학적 관점에서 수수료는 사실상 0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이어 “우리나라는 GDP의 3분의 1을 훨씬 넘게 수출에 의존하는 세계적 무역 강국”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이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분야가 곧 우리가 가장 강한 분야인 만큼 여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 흐름을 방치할 때 벌어지는 일이다. 강 교수는 “반도체를 팔았는데 매수자가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겠다고 하면 매도자가 이를 거절하기 어렵다.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면서도 “그렇게 쌓인 스테이블코인은 외화이자 외환인데 공식 외환보유고에는 잡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네트워크를 거치지 않고 오가는 탓에 당국이 그 규모를 파악할 통로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짚었다. 그는 “미국은 발행 단계에서 파악할 수 있지만 우리는 뉴욕이나 엘살바도르에 가서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곧 외환 방어망의 문제로 이어진다. 강 교수는 “글로벌 투기자본의 공격을 막는 두 축이 외환보유고와 중앙은행·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인데, 스테이블코인 확산은 이 두 축을 동시에 흔든다”며 “우리는 IMF 사태로 그 대가를 이미 경험했다. 당장 닥친 문제인데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렇다고 전면 허용을 주문한 것은 아니다. 그는 용도를 좁힌 단계적 허용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강 교수는 “K-스테이블코인이 걱정된다면 한일 간 무역 통로에서만 쓰도록 하고 소매 결제는 막으면 된다”며 “휴대전화에서 4G는 되고 5G는 안 된다고 할 수 없듯, 무역 채널에서만이라도 열어주는 방식으로 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연내 통과를 전제하면서도 지금 당장 실증 가능한 영역부터 열자는 취지다.
◇ “JP모건은 되는데 우리 기업은 안 되나”…계열사 정산·플랫폼으로 확장
두 번째 전장인 내부 자본시장은 대기업 집단의 해외법인 간 정산을 겨냥한다. 강 교수는 “삼성 한국과 삼성 일본, 삼성 미국이 거래한다면 거래 상대방이 모두 계열사”라며 “국제무역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갖는 수단이라면 내부 정산에서도 당연하고, 여기에 정산 조건을 코드로 심어 자동 실행하는 프로그래머빌리티까지 더하면 정산·비용 처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이 대목에서 규제의 비대칭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이 분야를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곳이 JP모건으로, 자체 블록체인을 만들어 글로벌 정산을 하고 그 시스템을 국내 대기업에 팔고 있다”며 “JP모건 시스템을 쓰는 것은 되고 우리 기업이 같은 기능을 스스로 만드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논리는 세 번째 전장인 방어로 확장된다. 강 교수는 국내 플랫폼 생태계를 지키는 문제로 이를 규정하며 “네이버·카카오 같은 플랫폼도 따지고 보면 내부 정산”이라며 “미국과 중국을 빼면 세계적 플랫폼 기업을 보유한 나라가 사실상 없는 만큼, 스테이블코인의 강점이 살아나는 영역과 우리가 경쟁력을 가진 영역이 겹치는 지점이 바로 여기”라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의 기름이 데이터라면 그 유전은 플랫폼”이라며 “커머스 플랫폼뿐 아니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거래되는 금융 플랫폼도 마찬가지로, 이 영역을 지키는 것이 국민 주권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결제 수단을 내주는 순간 그 위에서 쌓이는 거래 데이터도 함께 넘어간다는 뜻이다.
네 번째 전장으로는 AI 에이전트 간 거래라는 신흥 정산 수요를 꼽았다. 강 교수는 “소버린 AI에 국민성장기금 150조원을 투입하고 있는데, 정작 더 중요한 것은 소버린 AI의 인프라”라며 “AI를 성공시켜 놓고 밑단 정산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나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쓴다면 수익은 그대로 빠져나간다”고 지적했다.
이미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AI 에이전트가 사람을 거치지 않고 직접 결제하는 표준이 지난해 4월 등장한 뒤, 하루 수십 건 수준이던 거래가 연말 월 1000만 건을 넘어섰고 누적 건수도 1억 건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그는 “CBDC나 예금 토큰도 가능할지 모르지만 아직 보여준 바가 없다”며 “현시점에서 유일하게 작동하는 방법은 스테이블코인”이라고 말했다.

21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금융질서 대전환과 K-스테이블코인 발행 성공방정식’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 “금산분리 아닌 금산 종합역량”…“초크포인트 논쟁은 한국뿐”
강 교수는 TIDE 네 영역이 공통적으로 금융과 산업 역량의 결합을 요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무역 대금이든 계열사 정산이든, 실물 거래를 일으키는 산업 기반과 이를 결제로 받아내는 금융 기능이 한 몸으로 움직여야 작동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는 “금산분리는 매우 중요한 원칙이지만, 스테이블코인에서는 금산 종합역량이 결정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역설적이게도 그동안 금산분리 문제로 비판받아 온 대한민국 기업집단들이 세계에서 금산 종합역량을 가장 잘 갖춘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처럼 금융과 산업 역량을 모두 보유한 기업은 세계적으로 찾기 어렵다”며 “이 역량을 제대로 살리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내 논의가 두 개의 초크포인트에 묶여 있다고 진단했다. 스테이블코인을 누가 발행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과, 주요 유통 채널인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지분 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이다.
강 교수는 “이 정도로 중요한 이슈라면 다른 나라도 같은 논쟁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 문제로 발이 묶인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뿐”이라며 “소모적 논쟁을 걷어내고 핵심역량을 살려 국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빨리 나아가야 한다”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그래픽] 글로벌 9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설비투자 전망](https://www.ceoscoredaily.com/photos/2026/10/16/2026101610521458238_m.jpg)
























































































![[26-08호] 외국계기업 특수관계자 거래비용 분석](https://www.ceoscoredaily.com/photos/2026/09/22/2026092209074802558_m.png)





![[이달의 주식부호] 반도체 기업 강세…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 6위로 3계단 상승](https://www.ceoscoredaily.com/photos/2026/10/02/2026100211155431699_m.jpg)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