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IB 순익 420억원, 전년 동기比 77%↓…S&T는 2147억원, 53%↑
6월 이사회서 홍콩법인 설립 승인…현지 딜 발굴해 국내 본사 사업과 연계

메리츠증권이 홍콩에 첫 해외법인을 세우며 글로벌 사업 확대에 나선다. 메리츠증권의 상반기 기업금융(IB) 부문은 신규 딜 소싱 둔화 등으로 순이익이 줄어든 반면, 세일즈앤트레이딩(S&T)은 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홍콩법인이 부진한 IB에는 새로운 딜 파이프라인을, 성장하고 있는 S&T에는 해외 투자 기회를 공급하는 거점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메리츠증권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 이사회는 지난 6월 11일 ‘홍콩법인 설립 승인의 건’을 의결했다. 장원재·김종민 대표 등 이사 5명이 모두 찬성했다. 단순한 사업 검토 단계를 넘어 법인 설립을 위한 공식적인 내부 의사결정까지 마친 셈이다.
메리츠증권은 하반기 출범을 목표로 홍콩 현지 금융당국의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인가 일정에 따라 설립 시점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신설 법인은 현지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거래를 중개하는 한편, 해외 딜 소싱 등 브로커리지 업무를 수행해 본사의 IB와 S&T 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초대 법인장도 내정하고 전문인력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홍콩 진출은 메리츠증권의 최근 실적 구조와도 맞물려 있다. 메리츠증권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5140억원으로 전년 동기(4435억원)보다 15.9%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501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4485억원)에 비해 11.8% 늘었다. 그러나 사업부문별로 보면 실적 방향은 크게 엇갈렸다.
올해 상반기 메리츠증권의 IB 부문 순이익은 4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18억원)보다 77% 감소했다. 메리츠증권 측은 부실여신 회수 지연과 대규모 충당금 적립뿐 아니라 시장 위축에 따른 신규 딜 소싱 둔화를 실적 감소의 원인으로 꼽았다. 홍콩법인이 맡을 핵심 업무 가운데 하나가 해외 딜 소싱이라는 점에서 해외 거점 확보의 필요성이 커진 대목이다.
반면 S&T는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 메리츠증권의 S&T 부문 순이익은 2147억원으로 전년 동기(1404억원)보다 53% 증가했다. 금리 등 대내외 변수로 시장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채권과 주식 운용수익이 늘었고, 기관 거래량 증가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메리츠증권의 S&T 순이익은 전체 연결 기준 순이익의 40%를 웃돈다. 홍콩법인이 현지 금융상품과 투자 기회를 발굴하면 이미 성장하고 있는 S&T 부문의 사업 범위를 넓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메리츠증권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외화증권 보유액은 2조2608억원이다. 외화증권 장외 거래실적도 9조8595억원에 달한다. 해외주식과 외화채권, 해외파생상품 중개도 이미 국내에서 영위하고 있다. 홍콩법인 설립은 해외 투자 자체의 시작이라기보다 국내에서 수행해 온 해외 금융사업에 처음으로 현지 영업거점을 붙인다는 의미가 크다.
메리츠증권의 해외 진출은 경쟁사보다 늦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상위 10개 증권사 가운데 해외 거점이 없었던 곳은 메리츠증권이 유일했다. 타 경쟁사들은 이미 홍콩을 포함한 해외 시장에서 법인이나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글로벌 자금이 모이고 중국 본토 시장과 연결되는 홍콩을 첫 거점으로 택해 IB와 브로커리지, 투자 기회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메리츠증권의 홍콩법인은 ‘딜 소싱 허브’에 가까운 형태로 출발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사업의 무게 중심은 홍콩법인의 초기 납입자본금과 인력 규모, 현지 금융당국에서 취득하는 라이선스 범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해외법인 설립에 관한 내용은 내년 초쯤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사업 준비가 초기 단계인 만큼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의 홍콩법인은 기존 수익구조를 해외로 확장하는 첫 시험대라는 의미가 크다. 국내에서는 신규 딜 확보가 주춤한 IB와 실적이 가파르게 늘어난 S&T가 서로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 홍콩에서 확보한 투자자와 자산, 딜을 두 사업부문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메리츠증권의 뒤늦은 해외 진출 성과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CEO스코어데일리 / 팽정은 기자 / paeng@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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