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코너 에어 서스펜션이 노면 요철 한 번에 정리
400마력 직렬 6기통·2490kg 차체에 제로백 6.1초
GLS 450과 223만원 차이…과제는 인포테인먼트
과속방지턱을 시속 30km로 넘었다. 앞바퀴가 턱을 지나며 차체가 한 차례 들렸고, 뒷바퀴가 넘어가는 순간 자세를 되찾았다. 뒤따르는 진동은 없었다. 전고 1967mm의 각진 차체에서 예상한 움직임은 아니었다.
랜드로버 디펜더 110 P400 X를 시승하며 가장 먼저 체감한 것은 400마력이 아니라 하체였다. 현행 디펜더의 부분변경 모델은 올해 2월 국내에 출시됐다. 시승차는 3.0L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을 얹은 P400 X로, 가격은 1억5487만원이다. 블랙박스와 하이패스, 원 케어 패키지가 포함된 금액이다.
부분변경의 핵심은 디테일에 있다. 전·후면 범퍼의 마감이 바뀌었고, 보닛과 사이드 벤트에 사각 패턴이 들어갔다. 헤드라이트는 새로 설계됐다. 점등하면 이전과 다른 그래픽이 드러난다. 테일램프는 어둡게 처리해 차체 면과 이어지도록 했다. 전면부는 랜드로버 로고가 삽입된 다크 오벌 배지와 글로스 블랙 그릴 바, 보닛 디펜더 레터링이 같은 톤으로 묶인다. 외장 색상으로는 보라스코 그레이와 울스톤 그린이 추가됐다. 시승차는 울스톤 그린이었다.
크기는 전장 5018mm, 전폭 1996mm, 전고 1967mm다. 전장은 후면에 장착된 스페어타이어를 포함한 수치이며, 제외하면 4758mm다.
기어 시프터 위쪽의 터치스크린은 13.1인치로 커졌다. 주행 모드와 차고를 이 화면에서 조작한다. 새로 들어간 운전자 주의 모니터는 안면 인식 카메라로 시선을 확인한다. 운전자의 시선이 전방에서 벗어나면 시청각 경고를 준다. 피비 프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설정을 조정하거나 기능을 끌 수 있다.
다만 시승 기간 중 안드로이드 오토 연결이 다소 불안정했다. 티맵 내비게이션은 정상 작동했으나, 유튜브 뮤직은 정상적으로 재생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랜드로버가 피비 프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적용하고 있어 개선 여지는 있다.
휠베이스는 3022mm다. 2열에 앉으면 무릎 앞으로 여유가 남는다. 좌석 위치가 높고 창의 세로 폭이 넓어 시야가 트인다. 운전석에서도 같은 조건이 적용된다. A필러가 수직에 가까워 교차로에서 사각지대가 적다.
적재 공간은 기본 972L, 2열을 접으면 2277L다. 견인 능력은 3500kg이다. 안전벨트를 풀면 에어 서스펜션이 온로드 기준보다 차고를 50mm 낮춘다. 전고가 2m에 가까운 차에서 내릴 때 바닥까지의 거리를 줄여줘 편리하다.
엔진은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56.1kg·m를 낸다. 토크는 2000rpm부터 5000rpm까지 유지된다. 공차중량 2490kg에 8단 자동변속기와 사륜구동이 맞물린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6.1초가 걸린다.
가속 페달을 절반만 밟아도 추월 차로 진입이 끝난다. 엔진 회전수를 올리는 과정에서 끊김이 느껴지지 않는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저속 구간의 토크 공백을 메우고,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가 응답 지연을 줄인 결과다.
그러나 이 차에서 가속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노면 처리다. 디펜더는 D7x 아키텍처의 알루미늄 모노코크 구조를 쓴다. 랜드로버는 기존 바디 온 프레임 방식보다 3배 더 견고하다고 설명한다. 프레임과 차체가 따로 움직이는 느낌이 없고, 4코너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이 그 위에서 감쇠를 담당한다. 도심의 요철과 고속도로 이음매에서 충격이 한 번에 정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프로드 사양도 그대로다. 지상고는 오프로드 모드에서 75mm, 극한 조건에서 70mm를 더해 최대 145mm까지 올라간다. 최대 도강 깊이는 900mm이며, 센서로 수심을 측정해 화면에 표시한다. 지형 반응 시스템은 컴포트와 에코, 스노우, 머드, 샌드, 암석, 도강 등 노면에 따른 주행 모드를 제공한다. P400 X에는 어댑티브 오프로드 크루즈 컨트롤이 디펜더 최초로 들어갔다. 험로에서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해 운전자가 조향에만 집중하도록 한다.
국내에서 이 기능을 쓸 일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시승 기간 대부분은 포장도로였다. 디펜더의 상품성이 오프로드 스펙보다 온로드 완성도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복합연비는 6.9km/L다. 도심 6.2km/L, 고속도로 7.9km/L이며 연비 등급은 5등급,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55g/km다.
디펜더 110의 가솔린 라인업은 세 단계다. 2.0L 4기통을 얹은 P300 X-다이내믹 SE가 1억2017만원, 시승차인 P400 X가 1억5487만원이다. 차액은 3470만원이다. 위로는 4.4L V8을 얹은 P635 옥타가 2억3017만원이다.
4기통에서 6기통으로 넘어가는 데 3470만원을 쓸 이유는 출력 차이만이 아니다. P400 X에는 어댑티브 오프로드 크루즈 컨트롤이 더해진다. 다만 P300에도 에어 서스펜션은 기본이다. 승차감만 놓고 본다면 차액의 근거는 약해진다.
1억5487만원이라는 가격대에서 비교 대상은 박스형 오프로더에 그치지 않는다. 메르세데스-벤츠 GLS 450 4매틱이 1억5710만원으로, 차이는 223만원이다. 두 차량의 가격 모두 9월 현재 권장 소비자 가격 기준이며, 디펜더 쪽에는 블랙박스와 하이패스, 원 케어 패키지가 포함돼 있다.
GLS 450은 3.0L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으로 381마력, 51.0kg·m를 내고 9단 자동변속기를 쓴다. 에어매틱 에어 서스펜션이 기본이며, 7인승이다. 전장은 5210mm로 디펜더보다 길다. 온로드 승차감과 실내 공간을 더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면 이쪽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럼에도 디펜더를 고르는 이유는 승차감 하나가 아니다. GLS가 도로 위에서 완성된 차라면, 디펜더는 도로를 벗어날 수 있도록 설계된 차체 위에 도로용 하체를 얹은 차다. 900mm 도강과 145mm 차고 조절은 GLS가 제공하지 않는 영역이다.
디펜더 110 P400 X는 가격대에 걸맞은 주행 완성도를 갖췄다. 온로드에서의 거동은 각진 외형에서 예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물론 인포테인먼트에는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러나 도심과 고속도로에서 확인한 승차감은 이 차를 고를 이유로 충분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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