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기타포괄손익 77조 ‘흑자 전환’…삼성생명 홀로 73조↑
AIA·라이나 등 7개사는 오히려 지표 악화, 플러스는 단 세 곳뿐

주요 생보사 기타포괄손익누계액 현황. <그래프=CEO스코어데일리>
생명보험사의 실질적인 자본 건전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1년 만에 마이너스에서 벗어났다. 다만 개선분의 대부분이 삼성생명 한 곳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나 착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금리 변동에 따른 보험부채·채권 평가손익 등이 반영되는 항목이다. 당장 당기순이익으로 실현되지는 않지만, 생보사 자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숨은 성적표로 통한다. 새로운 보험회계 기준(IFRS17) 아래에서 중요한 이유는 신지급여력(K-ICS, 킥스)비율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늘면 자본이 그만큼 두터워져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응할 여력도 커진다.
6일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22개 생보사의 올해 6월 누계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77조1304억원이다. 지난해 6월 누계 -3조7693억원에서 80조8997억원 늘며 적자를 벗어났다.
반전을 이끈 것은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의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지난해 6월 13조3545억원에서 올해 6월 86조4064억원으로 73조519억원 급증했다. 업계 전체 개선분 80조8997억원의 90%를 웃도는 규모다.
삼성생명을 제외하면 그림이 달라진다. 나머지 21개 생보사의 기타포괄손익누계액 합계는 -17조1238억원에서 -9조2761억원으로 7조8478억원 개선되는 데 그쳤다. 여전히 9조원대 마이너스 상태다.
회사별로는 한화생명이 -2조1529억원에서 242억원으로 2조1771억원 개선되며 플러스로 돌아섰다. 이어 △교보생명 1조9648억원(-3조1177억원→-1조1529억원) △동양생명 9638억원(-1조4945억원→-5307억원) △신한라이프 6634억원(-2조657억원→-1조4023억원) △NH농협생명 6314억원(-2조1484억원→-1조5171억원) △DB생명 5567억원 △푸본현대생명 5372억원 △흥국생명 4518억원 순으로 개선 폭이 컸다.
다만 적자 규모 자체는 여전하다. 올해 6월 기준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플러스인 곳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KB라이프(201억원) 세 곳뿐이다. NH농협생명(-1조5171억원), 신한라이프(-1조4023억원), 교보생명(-1조1529억원), KDB생명(-1조667억원)은 여전히 1조원 넘는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1년 새 수치가 오히려 나빠진 곳도 7곳이다. AIA생명이 113억원에서 -3849억원으로 3963억원 줄며 낙폭이 가장 컸고, 라이나생명도 1702억원에서 -108억원으로 1810억원 감소하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어 △미래에셋생명 1423억원 △메트라이프생명 989억원 △하나생명 199억원 등의 순이었다.
◇ “자산 증가분, 금리와 주가라는 외부 변수에 기댄 측면 커”
업계에서는 최근의 금리 급등이 지표 개선의 1차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6월, 3년 만에 4%대를 넘어서며 1년 새 2%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참고로 금리가 오르면 보유 채권에는 평가손실이 생기지만, 부채 할인율이 함께 올라 보험부채 평가액이 줄어든다. 자산보다 부채의 만기가 긴 생보사일수록 후자의 효과가 커 자본이 개선되는 구조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등 대형사들의 적자 폭이 일제히 줄어든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반면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전자 보유지분의 주가 상승분이 기타포괄손익으로 잡힌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가 아니라 주가가 만들어낸 개선분인 셈이다. 문제는 주가가 내리면 이 이익이 같은 크기로 사라지는 데다,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FVOCI)로 분류된 지분상품은 실제로 팔아도 그 이익이 당기순이익으로 넘어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장부상 자본은 두터워져도 손에 쥐는 돈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런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얼마나 출렁이는 항목인지는 2년 전 사례가 보여준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생보업계의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2023년 말 28조8000억원에서 2024년 말 3000억원으로 28조5000억원 쪼그라들었다.
이때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3.183%에서 2.855%로 내리며 부채 할인율이 함께 떨어진 결과다. 당기순이익이 쌓여 이익잉여금은 늘었는데도, 생보업계 전체 자본은 82조1000억원으로 1년 만에 20조원 넘게 줄었다. 올해의 흑자 전환 역시 금리가 다시 내리면 되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자본이 두터워졌다고 자본 건전성 지표까지 함께 좋아진 것은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보사의 경과조치 적용 후 킥스비율은 올해 6월 말 206.8%로 올해 3월 말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금감원은 킥스비율 변동 주요 원인으로 가용자본 측면에서 △당기순이익 시현(4.5조원) △주가 상승으로 인한 기타포괄손익누계액 증가(+61.2조원) 등을 꼽았다.
제도 변화도 변수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기본자본 킥스비율 규제를 도입할 예정으로, 자본의 양뿐 아니라 질을 따지게 된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CEO 설문에서도 자본관리를 위해 추가로 필요한 제도 개선으로 ‘부채 할인율 현실화 방안 보완’(29%)이 1순위로 꼽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늘었다는 것은 자본이 두터워졌다는 의미지만, 이번 증가분은 금리와 주가라는 외부 변수에 기댄 측면이 크다”며 “방향이 바뀌면 같은 속도로 되돌아갈 수 있는 만큼 숫자의 크기보다 그 자본이 무엇으로 채워졌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자본 킥스비율 도입을 앞둔 생보사로서는 평가손익에 흔들리지 않는 자본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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