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고성 700km 시승…실연비 15.1km/L
2.0L 190마력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조합
M 스포츠 서스펜션, 단단함에 안락함까지 구현

BMW 520i M 스포츠 패키지.<사진=김병훈 기자>
700km를 달린 뒤 트립 컴퓨터에 찍힌 숫자는 15.1km/L였다. BMW 520i의 공인 복합연비 12.1km/L를 25% 가까이 웃돌았고, 공인 고속도로 연비 13.7km/L보다도 10% 이상 높았다. BMW 520i M 스포츠 패키지를 경기 용인에서 강원 고성까지 왕복하며 시승한 결과다.
시승은 2박 3일에 걸쳐 이뤄졌다. 시승 구간에는 고속도로와 함께 경사와 커브가 이어지는 산악 국도가 포함됐다. 별도의 연비 주행은 하지 않았다. 에어컨은 켠 채로 두었고, 주행 모드는 대부분 구간에서 퍼스널 모드를 유지했다. 190마력이라는 수치가 5m를 넘는 차체에 충분한지 확인하는 것이 이번 시승의 목적이었다.

BMW 520i M 스포츠 패키지.<사진=김병훈 기자>

BMW 520i M 스포츠 패키지.<사진=김병훈 기자>

BMW 520i M 스포츠 패키지.<사진=김병훈 기자>
시승차의 외장 색상은 옥사이드 그레이 메탈릭이었다. 채도가 낮은 회색 계열이어서 M 에어로다이내믹 패키지의 굴곡과 19인치 휠의 음영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BMW 키드니 아이코닉 글로우는 M 스포츠 패키지와 530i에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으로, 야간 주차장에서 그릴 테두리에 빛이 들어올 때 존재감이 커졌다.
8세대 5시리즈는 전장 5060mm, 전폭 1900mm, 전고 1515mm, 축거 2995mm로 이전 세대보다 커졌다.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전장 4955mm에 축거 2960mm, 지난 4월 국내 출시된 아우디 신형 A6는 전장 5005mm에 축거 2923mm다. 세 모델 가운데 5시리즈의 덩치가 가장 크다.
실내는 BMW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BMW 인터랙션 바가 인상을 좌우한다. 시트는 5시리즈 최초로 완전 비건 소재인 베간자가 기본이며, 시승차에는 스모크 화이트가 적용됐다. 밝은 시트에 파노라마 글래스 선루프가 더해지면서 실내는 제원에서 짐작한 것보다 넓어 보였다. 다만 밝은 색 시트는 관리 부담이 따른다.

BMW 520i M 스포츠 패키지.<사진=김병훈 기자>

BMW 520i M 스포츠 패키지.<사진=김병훈 기자>
물리 버튼을 줄인 구성은 우려만큼 불편하지 않았다. 공조 기능이 디스플레이 화면 안으로 들어갔지만, 스티어링 휠 버튼과 음성 명령으로 주행 중 필요한 조작은 대부분 해결됐다. 하만 카돈 하이파이 라우드 스피커 시스템은 12개 스피커와 205W 출력을 내며, 고속 주행 중에도 저음이 뭉개지지 않았다.
디스플레이 구성에서는 경쟁 모델이 한 발 앞서 있다. A6는 조수석 전용 10.9인치 MMI 디스플레이를 선택할 수 있지만, 현행 5시리즈에는 비슷한 구성이 없다. 2023년 5월 글로벌 최초로 공개된 뒤 3년이 지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는 대목이다.
520i는 2.0L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을 조합해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31.6kg·m를 낸다. 수치만 보면 경쟁 모델 대비 열세다. 벤츠 E200은 204마력에 32.6kg·m, 아우디 A6 40 TFSI는 203마력을 낸다.
실제 주행에서 이 격차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48V 시스템이 개입하는 지점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정차 후 재출발과 시속 60km 안팎에서의 재가속처럼 엔진 회전수가 낮은 구간에서 초기 응답이 매끄러웠다. 시동이 꺼졌다 다시 걸릴 때의 진동도 억제돼 있었다.
8단 자동변속기의 세팅도 여기에 관여한다. 오르막길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면 토크로 버티는 성향을 보였다. 엔진 회전수를 끌어올려 힘을 만드는 방식보다는 낮은 회전수를 유지하며 밀고 나가는 쪽에 가깝다.

BMW 520i M 스포츠 패키지.<사진=김병훈 기자>

BMW 520i M 스포츠 패키지.<사진=김병훈 기자>

BMW 520i M 스포츠 패키지.<사진=김병훈 기자>
후륜구동 기반의 무게 배분은 산악 국도에서 확인됐다. M 스포츠 서스펜션은 연속 코너에서 롤을 빠르게 잡아냈고, 조향 초기 반응도 지연 없이 따라왔다. 다만 절대 출력이 넉넉한 편은 아니기 때문에 추월할 때 안전 거리를 확보하려면 미리 가속을 시작해야 했다.
승차감은 M 스포츠 서스펜션 특유의 단단함을 유지하면서도 장거리에서 피로를 남기지 않는 쪽으로 조율돼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다리를 지날 때 올라오는 충격은 한 번에 정리됐고, 잔진동이 이어지지 않았다. 노면이 거친 국도에서는 요철이 비교적 또렷하게 전달됐다. 19인치 휠을 장착한 점을 감안하면 무난한 수준이다. 풍절음과 노면 소음은 시속 100km까지 잘 억제됐고, 그 이상의 속도에서는 A필러 주변에서 소리가 조금씩 들어왔다.
서스펜션의 성격은 경쟁 모델과 갈린다. E클래스는 안락함 쪽에 무게를 두고, A6는 상위 트림에서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과 최대 5도의 후륜 조향을 지원한다. 520i M 스포츠 패키지는 스프링과 댐퍼 세팅만으로 균형점을 잡았다.
주행 보조는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이 담당한다. 최대 시속 210km까지 차선과 차간 거리를 유지하며, 정체 구간에서 정차한 뒤 자동으로 다시 출발했다. 차로 중앙 유지는 안정적이었고, 크게 휘어지는 램프에서도 조향을 유지했다.
520i의 공인 복합연비는 12.1km/L이며, 도심 11.1km/L·고속 13.7km/L다. 경쟁 모델의 공인 복합연비는 E200이 12.3km/L, A6 40 TFSI가 10.7km/L다. 520i는 세 모델 가운데 출력이 가장 낮은 대신 공인 연비에서는 A6를 1.4km/L 앞선다. 이번 시승에서 기록한 15.1km/L는 E200과 A6의 공인 복합연비를 모두 웃도는 수치다. 실주행 결과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배기량과 출력을 낮게 가져간 선택이 연료 효율로 회수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BMW 520i M 스포츠 패키지.<사진=김병훈 기자>

BMW 520i M 스포츠 패키지.<사진=김병훈 기자>
BMW 520i의 가격은 7200만원, 520i M 스포츠 패키지가 7610만원부터다. 두 트림의 가격 차이는 410만원이다. M 스포츠 패키지는 M 에어로다이내믹 패키지와 M 스포츠 서스펜션, 19인치 휠 등을 포함한다. 외관보다 서스펜션 세팅의 차이가 더 크게 다가왔다.
경쟁 모델과 나란히 놓으면 위치가 분명해진다. 벤츠 E200은 기본 트림인 익스클루시브와 아방가르드가 각각 7750만원, AMG 라인이 8100만원이다. 아우디 A6 40 TFSI는 컴포트 6630만원, 어드밴스드 6880만원, S 라인 7330만원이다. 세 모델의 시작 가격은 A6가 가장 낮고 E클래스가 가장 높으며, 520i는 그 사이에 있다. 스포츠 성향의 트림으로 보면 순서가 달라진다. 520i M 스포츠 패키지는 A6 40 TFSI S 라인보다 280만원 높지만, E200 AMG 라인보다 490만원 낮다. E200의 기본 트림인 익스클루시브보다도 140만원 낮은 가격이다.
520i는 5시리즈 라인업에서 출력이 가장 낮은 모델이다. 그러나 이 차가 출력 경쟁에서 밀린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그보다 경쟁 자체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차에 가까웠다. 매일 고속도로를 타고, 뒷좌석에 사람을 태우며, 연비를 중요시하는 운전자라면 5시리즈 라인업에서 굳이 상위 모델을 찾을 이유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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