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硏 “달러 중심 국제통화체제 시험대…한국 경제, 달러 노출 더 커져”
“대미 투자, 외환보유액 같은 보험으로…위기 때 담보 대출 협상”

김효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세계경제 패러다임 전환기, 한국 경제의 나아갈 길’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지정학적 분절화와 디지털 금융 확산으로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체제가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한국 경제의 대응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변화의 형태가 달러의 ‘대체’가 아니라 여러 결제망이 겹쳐지는 ‘다층화’라는 분석이 나왔다. 동시에 분절화가 한국 경제의 대외 위험을 줄인 게 아니라 미국 쪽으로 재배치했으며, 대미 투자를 외환보유액과 같은 보험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효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팀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세계경제 패러다임 전환기, 한국 경제의 나아갈 길’ 정책세미나에서 ‘글로벌 경제질서 변화와 한국의 대응’을 주제로 발표했다. 연구원이 올해 진행 중인 ‘분절화와 디지털 금융 확산에 따른 국제통화체제 변화 가능성 연구’ 보고서(이하 보고서)를 토대로 한 발표다.
이 자리에서 김 팀장은 먼저 달러의 위상이 기능에 따라 다르게 움직인다고 짚었다. 그는 “미국의 세계 국내총생산(GDP) 비중이나 무역 비중은 각각 26%, 13%인데도 달러의 위상은 굉장히 공고하다”며 “교환수단으로 보면 외환거래의 거의 90%”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다변화가 진행된 쪽은 준비자산이다. 세계 외환보유액 내 달러 비중은 2000년대 초반 72%에서 57%로 내려왔다. 다만 김 팀장은 “그 하락분이 위안화로 간 건 아니고 비전통적인 통화들, 예를 들면 스위스 프랑이라든지 원화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결론은 대체가 아닌 다층화였다. 김 팀장은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체제가 대체되는 건 아니고 다층화되는 측면은 있을 것”이라며 “은행 중심의 거액결제에서는 달러의 위치가 굉장히 중요하지만 송금이나 해외여행 결제 같은 소액결제에서는 확장이 굉장히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받은 영향은 세계 평균보다 컸다. 보고서의 중력모형 분석 결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진영 간 무역은 진영 내부 대비 약 11% 줄었는데, 한국이 상대 진영과 주고받은 무역은 17.7% 감소했다. 비동맹국과의 무역도 10.5% 줄었다. 김 팀장은 “세계화로 무역이 축소됐다기보다 재편된 것”이라며 “한국은 그중에서도 조금 더 심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자본 흐름의 변화는 더 뚜렷하다. 한국의 대미 대외자산은 2015년 2000억 달러에서 올해 1조 1500억 달러로 불어나며 순자산이 600억 달러 적자에서 6300억 달러 흑자로 돌아섰다”면서 “반면 대중 순자산은 730억 달러에서 430억 달러로 줄었다. 미국으로는 자산이 엄청 늘었고 대미 투자가 크게 증가한 반면 중국으로부터는 자산이 늘지 않고 오히려 부채가 늘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런 차원에서 분절화라는 게 위험을 줄이는 게 아니라 재배치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커져 자산가격이나 환율 충격에 대한 노출이 늘었고 대중 관계는 투자 회수 위험에서 자금 이탈 위험으로 바뀐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 통화정책 긴축 충격은 분절화 이후 더 크고 오래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팀장은 “우리나라는 2018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중립국 쪽에 가까워 거기 포함된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이후 한국의 위치 변화를 생각하면 미국 근접국에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12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세계경제 패러다임 전환기, 한국 경제의 나아갈 길’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달러 스테이블코인 변화 따라가야…디지털 제도 보완 필요”
김 팀장은 디지털 금융에 대해서는 과대평가를 경계했다. 그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두고 “새로운 화폐는 아니고 유통망을 확장하는 것”이라며 “영향은 준비통화 기능보다 소액결제나 자본이동에서 먼저 발생한다”고 봤다. 중국이 2024년 사용을 전면 차단했는데도 수출 금액의 4%가량이 여전히 스테이블코인으로 처리된다는 연구를 들며 “아예 막는 건 큰 의미가 없고 자국 규제에 어떻게 편입시키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미 투자 패키지에 대해서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대미 투자로 3000억 달러를 쓰나 외환보유액을 3000억 달러 늘리나 해외자산이 늘어난 것은 같다”며 “외채를 빌려 투자하면 대외자산과 부채가 함께 늘고, 기존 자산을 대체하면 총량은 같은데 구성이 달라진다. 결국 파이낸싱 방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배분도 정해져 있어 수익성을 담보하기는 굉장히 어렵다”며 “때문에 이것을 금융안정 쪽과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외환보유액을 쌓았던 게 기본적으로 보험 같은 성격”이라며 “평소에는 비용을 지출하다가 위기가 생겼을 때 경제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처럼, 대미 투자도 위기 시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식의 협상이 가능하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특수목적법인(SPC) 지분 투자 형태여서 제도적으로는 어렵다는 점을 한계로 꼽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그 변화를 따라가야 하는 부분은 당연히 있다”며 “결국 국경 간 거래를 한다는 건 원화가 해외에서 쓰인다는 뜻인 만큼, 원화 국제화와 연계해 디지털 쪽도 제도적으로 보완하면 좋겠다”며 말을 끝맺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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