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보험硏 “기후 보장공백 커진다…지수형 보험으로 손실 메워야”

시간 입력 2026-10-13 17:13:50 시간 수정 2026-10-13 17: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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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감소도 피해는 피해…풍수해보험 소상공인 가입률 4.6% 불과”
기후보험 활성화하려면…정부가 초기 위험 분담하고 민간 참여 유도해야

한진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에서 열린 ‘기후위기 시대, 자연재해 위험관리와 기후보험’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기후위기로 자연재해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보험산업의 대응 과제를 짚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는 기존 실손형 보험으로 메우지 못하는 보장공백이 넓어지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지수형 보험을 대안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보험연구원은 13일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에서 ‘기후위기 시대, 자연재해 위험관리와 기후보험’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한진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외 기후보험 사례와 보험산업의 역할’을 발표했다.

한 연구위원은 먼저 국내 기후보험의 역사가 짧지 않다는 점부터 짚었다. 그는 “기후보험이라는 것이 극단적인 날씨나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상품이라고 한다면 역사적으로 예전부터 이미 운영돼 왔다”며 농작물재해보험과 양식수산물재해보험, 풍수해보험을 꼽았다.

그에 따르면 이들은 정책성 보험으로 모두 실손형이다. 그러면서 “피해가 발생하면 손실 규모를 계산하고 그에 비례해 보험금이 나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보험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한 연구위원은 “최근 등장한 상품들은 결이 다른데 특징으로는 지수형 보험이라는 것이다. 다만 지수형 보험은 손실을 계산하지 않는다”며 “지표가 어느 조건을 만족하면 바로 보험금이 나간다. 기온이 35도 이상이면 사전에 정해둔 금액만큼 바로 지급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물론 약점도 있다. 그는 “지수형은 손실 규모와 보험금이 다를 수 있다“면서도 “실손형 보험은 부족하니 지수형으로 다 가자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기존 실손형도 다 운영하되 거기서 보장되지 않는 영역, 보장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를 두고 지수형이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 연구위원은 국내 기후보험 사례를 들었다. 그에 따르면 경기도는 지자체 중 처음으로 기후보험을 도입했다. 그는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다면 굳이 가입 절차를 밟지 않아도 자동으로 가입이 된다“고 소개했다. 보건소에 등록된 방문건강관리 서비스 대상자와 임산부 등 22만명가량은 기후취약계층으로 따로 묶여 보장이 두텁다. 진단 시 15만원을 주는 정액형이다.

제주도는 올해 7월 말 건설 일용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기후보험을 들였다. 한 연구위원은 "일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이고 이틀 연속으로 예상될 때 폭염경보가 발령되는데, 기온이 지표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에는 KB손해보험이 전통시장 날씨 피해 보상보험을 선보였다.

한 연구위원이 주목한 대목은 KB손보의 상품이 보상하는 손실의 성격이다. 그는 "비가 많이 오거나 기온이 올라간다고 해서 직접적인 재산상의 피해가 꼭 발생하는 건 아니다. 장비가 망가지고 그러진 않는다“면서도 "그럼에도 매출이 감소하는 것 역시 피해는 피해“라고 말했다.

이어 "직접적인 피해가 없으니 기존 실손형 보험으로는 커버하기 어려운 피해일 수 있다"며 "이런 경우는 지수형 보험으로 접근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해외는 취약계층 기준부터 달라…“초기 위험은 정부가, 가격은 시장이”

한 연구위원은 이런 국내 사례에서 세 가지 질문을 끌어냈다고 말했다. 보장하는 기후취약계층이 충분한지, 날씨에 민감한 사업체가 전통시장뿐인지, 지수형 보험이 앞으로도 필요한지다.

해외는 취약계층을 가르는 기준부터 다양했다. 미국 뉴욕시 지수형 홍수보험은 저·중소득 가구가 대상으로, 정부가 보험료를 대고 주민은 자동 가입되는 시범사업이었다. 캘리포니아주 아이슬턴시는 홍수가 잦아 모든 자산 소유자가 분담금을 걷어 함께 가입했다. 인도 여성자영업조합(SEWA)의 폭염 지수형 보험은 비공식부문 여성 근로자가 대상이다.

한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야외 노동자로 기후취약계층을 봤지만, 해외는 소득 수준이나 거주 지역, 종사 산업군 등 여러 기준으로 취약계층을 나눌 수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사업체 대상 상품도 마찬가지다. 그는 미국 메인주의 풍력발전 지수형 보험을 들며 “바람이 적다고 해서 발전기가 고장 나진 않는다. 고장은 안 나도 매출은 줄어든다”며 “실손형으로는 접근이 어렵지만 지수형으로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연구위원은 “한국은 변화 속도가 더 빠르다. 전 세계는 파리협정의 1.5도보다 높냐 낮냐를 얘기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2도를 넘느냐 마느냐를 얘기한다”며 “기존 기후취약계층의 피해는 더 커지고, 없던 새로운 취약계층이 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업 쪽은 가입률이 걸림돌이다. 그는 “기업성 보험 중 중소기업 비중이 34%인데 해외는 60%가 넘는다”며 “아무리 기후보험을 공급하자고 해도 기업이 가입을 안 하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기후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알려주는 기후위험 관리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 연구위원은 정부와의 역할 분담도 제시하며 “새롭게 발생할 기후위험에 민간이 항상 첫 번째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며 “시장 형성을 위한 마중물로 정부가 시범사업을 통해 초기 위험을 부분적으로라도 분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결국 이게 얼마큼의 위험이고 가격이 얼마인지를 결정하는 건 시장이 하는 게 맞다"며 “초기에는 정부가 위험을 인수하되 마지막에 그 위험은 민간 시장이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말을 끝맺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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