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4조 1000억원 증가…흥국생명 59%·DB생명 15% 급증
생보사 이익잉여금 63조 육박에도 절반 가까이 배당 재원서 제외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이익잉여금의 47%, 배당 생보사는 1곳뿐”

주요 생보사 이익잉여금 현황. <그래프=CEO스코어데일리>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쌓아둔 이익잉여금이 6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법으로 묶여 배당에 쓸 수 없는 자원이다.
이익잉여금은 회사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 중 배당으로 지급하지 않고 내부에 쌓아둔 돈을 의미한다. 상법상 주주에게 줄 수 있는 배당금의 원천이자, 대규모 보험금 지급이나 금리 변동 같은 외부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18일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22개 생보사의 올해 6월말 기준 이익잉여금 합계는 62조8991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6월말 기준 58조7892억원보다 4조1100억원(7.0%) 늘어난 수치다.
회사별로는 삼성생명이 14조5624억원에서 16조3100억원으로 1조7477억원(12.0%) 늘리며 규모와 증가액 모두 1위를 지켰다. 업계 전체 증가분의 42.5%를 혼자 채운 셈이다. 이어 △교보생명 7조8778억원 △한화생명 7조5069억원 △신한라이프 7조2718억원 △라이나생명 5조8176억원 순으로 이익잉여금 규모가 컸다.
증가율로 보면 순서가 바뀐다. 흥국생명이 1조50억원에서 1조5995억원으로 59.2% 불리며 가장 가팔랐다. 이어 △DB생명 15.3%(1조9366억원→2조2335억원) △AIA생명 12.7%(1조3781억원→1조5528억원) 순이었다. 결손 상태였던 KDB생명은 -160억원에서 43억원으로 돌아섰고, ABL생명도 결손 규모를 -584억원에서 -97억원으로 줄였다.
반대로 4곳은 이익잉여금이 뒷걸음질했다. 미래에셋생명이 2조176억원에서 1조7821억원으로 2355억원(11.7%) 줄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메트라이프도 3조5966억원에서 3조4001억원으로 1965억원(5.5%) 감소했다.
◇이익잉여금 절반은 ‘쓸 수 없는 돈’…기본자본 킥스 시행까지
업계는 이처럼 이익잉여금이 늘어난 것과 관련해 영업보다 시장 쪽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생보사 당기순이익은 3조925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892억원(17.7%) 증가했다. 그런데 보험손익은 1조9297억원으로 6850억원(26.2%) 줄었고, 투자손익이 2조6803억원으로 9126억원(51.6%) 불어나며 격차를 메웠다. 이자·배당과 금융자산 처분·평가이익이 늘어난 결과다.
쌓인 돈의 성격을 들여다보면 또 다른 문제가 드러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해약환급금준비금은 53조원으로, 2023년 이후 3년간 연평균 24.2% 늘었다. 이 준비금이 이익잉여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생보사 47%, 손보사 45%에 달한다. 일부 생보사는 90%를 넘는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새 보험회계 제도인 IFRS17 도입으로 보험부채는 시가, 해약환급금은 원가로 평가하게 되면서 생긴 항목이다. 금리가 오르면 시가 부채가 해약환급금보다 작아지는데, 그 부족분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법정준비금으로 쌓게 한 것이다. 법정준비금인 만큼 배당가능이익에서 제외된다.
실제 배당으로 이어진 결과도 뚜렷하다. 보험연구원 분석을 보면 지난해 주주배당을 실시한 상장 생보사는 삼성생명 한 곳뿐이다. IFRS17 시행(2023년) 전인 2021년만 해도 삼성·동양·미래에셋생명 3곳이 배당했다. 배당을 한 삼성생명의 이익잉여금 내 해약환급금준비금 비중은 6%인 반면, 배당하지 않은 한화생명은 92%, 동양생명은 69%, 미래에셋생명은 59%였다.
여파는 자본 건전성 지표로도 번진다. 준비금으로 적립하지 못한 부족분은 보완자본으로 분류되는 탓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 생보사 기본자본비율은 2023년 148.0%에서 지난해 111.8%로 36.2%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은 6조3000억원 늘었지만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13조2000억원 줄었고, 보완자본으로 밀려난 금액은 13조1000억원 증가했다.
설상가상, 금융위원회는 기본자본 신지급여력(K-ICS·킥스)비율 제도를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지난 1월 밝혔다. 기본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이 50%에 미달하면 경영개선권고, 0% 미만이면 경영개선요구가 내려진다. 적기시정조치 부과는 2035년말까지 9년간 경과조치를 두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익잉여금 총액만 보면 체력이 좋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절반은 배당도 자본 활용도 어려운 돈”이라며 “내년 기본자본 킥스 시행을 앞두고 숫자의 크기보다 구성이 더 중요한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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