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베이비스텝’으로 속도조절 나섰지만…한미 금리차 역대 최대 ‘부담’

시간 입력 2023-03-24 10:00:11 시간 수정 2023-03-24 10: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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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사태 여파 미 정책금리 0.25%p 인상…숨 고르기 국면 돌입
한미 금리차 1.5%P 23년래 최대…자금 유출 우려 확대
미,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 일축…국내 투심 다소 위축

<자료=한국은행>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섰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크레딧스위스(CS) 은행 유동성 위기 등 금융 불안이 커지자 빅스텝(0.5%p 인상) 대신 0.25%p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밟았다.

시장 예측대로 금리인상 속도가 늦춰졌지만 한미간 금리 역전 차이는 22년여 만에 최대폭으로 벌어졌다. 금융당국은 대외 금융 시장 정세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 내다봤지만 금융 변동성 추가 확대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전망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23일 미국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4.75%에서 0.25%포인트 인상했다.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 한 차례 빅스텝을 밟으며 금리를 대폭 인상한 연준이 숨 고르기에 들어선 것이다.

한미 금리차 22년만에 ‘최대’…자금 유출 우려 증폭

미국 정책금리가 5%에 진입하면서 한미간 금리격차는 1.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는 2000년 5~10월 이후 22년여 만에 최대 역전 폭이다.

금리 역전 폭 확대로 정책당국의 고민도 깊어진 모습이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크게 벌어질수록 외화 유출 우려가 증대되면서 국내 금융 시장 변동성 역시 확대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SVB 파산에 이어 국제적 은행인 CS 유동성 위기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금융 시장 불안정성은 더욱 증폭된 상황이다. 미국 정책당국의 예금자 보호 조치, 스위스 USB은행의 CS 인수 등 신속한 대응으로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지만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실제 SVB 파산 이후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도 두드러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증시 투자자예탁금이 SVB 파산 직후인 10일보다 2조728억원 줄었다. 특히 연초 국내 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 투자자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1조3000억원가량 주식을 순매도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해 “세계경제가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상황에서 벗어나 고강도 통화긴축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미국 중소형 은행 위기와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재연 및 실물경제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높은 경계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주시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코스피 2400선 오르락내리락…한은 ‘셈법’ 복잡

미 연준의 결정에 국내 코스피 시장은 일단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전 9시 7분 기준 코스피는 전날 대비 17.54포인트(0.73%) 내린 2399.42를 기록했다. 연준이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긴축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하자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내달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한은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경기 침체, 고물가 장기화와 함께 SVB 사태 여파가 채 진정되지 않아 조심스러운 대응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무역 수지가 지난 10월부터 연속 적자인 상황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무작정 높이게 되면 경기 악화는 물론 금융 변동성까지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은 고물가와 경기, 금융 안정 등 금리 결정 변수 중 금융 안정에 중점을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인구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은 “그동안 주요국 통화긴축에 대한 불확실성이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쳤지만 현재는 SVB, CS 사태 등 글로벌 금융 기관에 대한 불안감과 움직임이 금리 인상에 더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어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4월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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