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발 AI 대전, 갈 길 먼 한국] ② AI, 국가 기간산업 검토돼야…“빅테크에 데이터 막 줘선 안돼”

시간 입력 2023-06-02 07:00:01 시간 수정 2023-06-02 08:12:01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미국·일본 등 AI 활용에 방점…규제는 ‘최소화’
한국정부, AI 규제강화…올 9월 ‘디지털 권리장전’ 발표
AI 업계 “AI 주권 확보 차원, 빅테크에 국내 데이터 제공 막아야”

<출처=로이터연합뉴스>
<출처=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오픈AI가 초대규모 AI(인공지능) 기반 챗봇 ‘챗GPT’를 대중에 공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 경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 계열의 챗GPT에 맞서 올해 초 구글, 메타 등이 차례로 신규 LLM을 선보이면서 글로벌 빅테크간 AI 패권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도 자체 LLM을 고도화하며 글로벌 빅테크와 대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은 연구개발(R&D) 투자규모나 생태계에서 워낙 격차가 커 버거운 상황이다. 구글, MS 등 글로벌 빅테크의 AI 시장을 겨냥한 파상공세가 예고되는 가운데, 향후 ‘AI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국내 민간기업 뿐만 아니라 범 정부 차원의 AI 산업육성 정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AI 패권경쟁 구도와 국내 AI 산업의 경쟁력, 그리고 정부의 AI정책과제 등을 3편에 걸쳐 점검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국에서 생성형 AI 관련 규제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면서, 국내에서도 AI 발전에 따른 새 질서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생성형 AI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지털 권리장전’을 오는 9월에 마련할 계획인데, 학습 데이터의 개인정보 및 저작권 침해, AI 창작물에 대한 지식재산권 인정 여부 등에 대한 규범을 세우겠다는 방침이다.

AI 선진국인 미국과 중국을 따라잡아야 하는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규제를 적용해 국내 AI 기업들에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생성형 AI 기술을 단순히 한 기업의 AI 모델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전방위 산업 기술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일본은 ‘AI 활용에 방점…미국 빅테크에 다 내준 유럽은 ‘강력 규제’

AI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국은 AI 산업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장 진보적인 규제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AI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오픈 공공 데이터 정책’을 통해 기업과 연구기관이 열람할 수 있는 공공데이터의 사용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 보호와 관련된 규제보다 기술 발전을 중시하며, 개별 기업들에 가급적 혁신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AI 산업이 본격화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규제의 칼날을 들이댈 경우, 중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도 AI 기술 발전에 따른 규제 완화 방안을 구상중이다. 국가 전략적 특구를 지정해 규제 혁신을 이루고, 외국인 기술인력 유치를 위해 비자 취득에 대한 특별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일본도 AI 기술에 대한 규제보다 활용에 방점을 두고, 서비스 투명성과 안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기준을 모색 중이다.

반면, 자체 초대규모 AI 모델 보유 기업이 전무한 유럽연합(EU)은 AI 기술 활용에 대해 가장 강도 높은 규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다. EU는 ‘유럽 ​​데이터 보호 위원회(EDPB)’에서 AI 규제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고, 프라이버시와 개인 데이터의 보호를 중요시하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시행된 ‘일반 개인정보보호 규정(GDPR)’은 기업들에 개인정보 처리 및 활용에 관한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가혹한 과태료도 부과한다.

EU는 2년 전부터 논의해 온 소위 ‘인공지능법(AI Act)’ 제정안을 내달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법안은 AI 프로그램을 위험도에 따라 4개 등급으로 분류하고, 인간 조종이나 취약계층 위해 가능성이 있는 경우 ‘용납불가’로 평가해 배포·사용을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AI 새질서’ 짜는 정부…업계 “AI, 기간산업 관점에서 규제 마련해야”

국내에서도 생성형 AI 상용화로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생길 수 있는 디지털 쟁점에 대한 규범인 ‘디지털 권리장전’ 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 권리장전은 오는 9월 발표를 목표로 학계, 업계,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쟁점으로 △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과 개인정보 침해 △AI가 만든 콘텐츠의 지식재산권 인정 여부 △AI 로봇의 의료행위 허용 여부 △비대면 진료와 디지털 헬스케어의 허용 범위 △가상공간에서의 경제 활동에 대한 세금 부과 여부 등을 꼽고 이에 대한 규범 체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국내 기업들은 초대규모 AI 기술 자체를 ‘국가 경쟁력’으로 보고, AI 산업 육성에 방점을 두고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기술패권을 선점한 상황에서,  국내 AI 기업들을 글로벌 빅테크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 또한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AI 산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은 초대규모 AI 기술이 국가 경쟁력 전반과 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AI 규제를 시장 경제적 관점 뿐만 아니라 정치, 안보,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국가 기간산업 관점에서 검토하기 시작했다”면서 “한국 역시 AI 기술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관점의 정책 구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그는 “국내 AI 산업 경쟁력을 키우고 AI 주권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빅테크들이 국내 플랫폼을 통해 생산된 한국어 데이터를 제약없이 학습에 활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방안을 국가적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AI가 연구 분야를 넘어 비즈니스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고, 빅테크들은 개발한 AI에 대한 기술 디테일을 더이상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이용자가 생산한 데이터가 보호받지 못하고 빅테크에 공유된다면 국내 AI 기술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국내 AI 업계의 이같은 입장을 의식해 당장 강도높은 법제화를 통해 AI 산업을 규제하는 것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글로벌 차원에서 나오는 새로운 AI 논의를 반영하면서 구체적인 규제 입법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