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산 넘어 산’…화물사업 매각 결론 못내

시간 입력 2023-10-30 21:43:27 시간 수정 2023-10-31 08:59:54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할 매각 두고 고심 거듭
부결 시 기업결합 사실상 무산…독자 생존 어려워
가결되도 과제 산적…‘항공사 해체’ 노조 반발 우려

대한항공 보잉 747-8F.<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보잉 747-8F.<사진제공=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 통합 항공사(FSC) 출범을 추진 중인 대한항공이 대형 암초에 직면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절차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화물사업 분할 매각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요구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할 매각 방안을 담은 시정조치안 제출 기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만큼 대한항공은 시계제로 상태에 놓이게 됐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이사진은 전날 오후 2시부터 9시 30분까지 약 7시간 30분 동안 이사회를 진행했으나, 화물사업부 분할 매각 등 안건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정회했다. 구체적인 이사회 안건명은 ‘현재 진행 중인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EU 집행위원회(EC)에 제출할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제출에 대한 동의 여부’다.

아시아나항공 이사진은 이르면 다음달 2일 다음 이사회를 열고 회의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이날 공시를 통해 “해당 시정조치안은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제한성 해소를 위한 신주인수계약 거래 종결 후 당사의 화물사업부 분할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며 “해당 안건에 대한 이사회 속개일자는 미정이며, 향후 관련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내 재공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이사회에는 사내이사인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와 배진철 전 한국공정거래조정위원장,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강혜련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 등 사외이사 4인까지 총 5명이 참석했다. 재적 5명(사내이사 1명·사외이사 4명) 중 과반인 3명이 찬성하면 화물사업 매각과 관련한 안건은 가결 처리된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지난 24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화물사업 매각에 대해 의견을 나눴던 만큼 당초 결론 도출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사외이사진 중 일부가 화물사업 매각 시 주주에 대한 배임 소지와 직원 반대 등을 우려해 매각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화물사업 매각을 반대해 온 사내이사 진광호 아시아나항공 안전·보안실장(전무)이 지난 29일 돌연 사임 의사를 표명한 것을 놓고도 격론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화물사업 분할 매각 안건이 부결될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사실상 무산된다. EU 집행위원회가 지난 5월 양사의 합병 시 유럽과 한국 간 주요 화물 노선의 독점 가능성을 이유로 슬롯 반납과 화물사업 매각 등의 시정조치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항공사 간 합병은 필수 승인 국가 중 한 곳만 반대해도 성사될 수 없기 때문에 EU 집행위원회의 요구를 수용한 시정조치안 제출은 심사 통과를 위한 선결 조건이다.

더 큰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12조원, 부채 비율은 1741%에 육박한다. 대출 만기 등으로 현금이 말라가는 상황에서 대한항공과의 합병 없이는 홀로서기가 불가능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KDB한국산업은행이 이미 3조6000억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한 만큼 매각 불발 시 자금 회수가 어려운 데다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현재로선 대한항공이 아닌 제3의 인수자 찾기 또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사진제공=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사진제공=아시아나항공>

만약 아시아나항공 이사진이 전날 화물사업 매각 안건을 가결했다면 대한항공은 이날까지 EU 집행위원회에 시정조치안을 제출할 방침이었다. 대한항공 이사진은 앞선 전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할 매각 시 인수 측이 고용 유지, 처우 개선 등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올해 12월 말 또는 내년 1월 초에 EU 집행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고, 내년 11월까지 시정조치를 완료해 최종 승인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화물사업 매각에 따른 아시아나항공 노조의 반발은 넘어야 할 산이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화물사업 매각이 항공사 해체나 다름없다며 합병을 반대해왔다. 전임 아시아나항공 사장단은 “화물사업 분사는 생존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부결 요구 성명서를 이사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이 EU 집행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남은 필수신고 국가인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합병 승인도 남은 과제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이사진이 화물사업 매각 동의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면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며 “가결이든 부결이든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에는 차악에 대한 견해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