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전망] ‘IFRS17’ 도입에 흔들렸던 보험업계…올해 ‘본업 경쟁력’ 집중

시간 입력 2024-01-04 07:00:00 시간 수정 2024-01-04 09: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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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⑤-보험사, 2023년은 IFRS17 적응기로 보낸 한 해
당국 상생금융 압박 가중…저축보험·보험료 조정 나서
올해도 경기 불확실성 지속…본업 경쟁력 강화 주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제활동이 정상화 됐지만, 한국 경제는 또다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이른바 ‘3고(高)’ 현상이라는 바이러스의 위협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가계·기업부채가 급증하고,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연체율이 오르면서 금융권 건전성 관리 부담이 대폭 늘어나는 결과를 접했다. 전 금융권이 나서 연체·부실채권 대책 마련과 충당금 적립을 독려하면서 성장 동력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지만 그 와중에도 금융기업이 성장을 위한 날개짓을 멈추지 않은 해로 기록된다. 작년 한 해 불확실성의 틈바구니를 헤집고 수익성 확보에 나선 금융권의 활동상과 올해 시장 상황을 전망해 본다. <편집자 주>

올해 보험업계는 혼란스러운 한 해를 보냈다. 수년간 준비를 거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본격적으로 도입됐으나, IFRS17 도입에 역대급 실적을 다시 썼던 대형 보험사들은 예상보다 크게 증가한 이익에 ‘실적 부풀리기’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에 당국은 올 3분기 가이드라인 적용 계획을 발표하며 한 해의 절반 이상을 IFRS17 적응기로 보낸 셈이다.

고금리와 고물가 등 전반적인 경제 환경이 악화되자 금융당국에서는 전 금융권에 상생금융을 강조했다. 이에 생명보험사들은 저축보험 등 상생금융 상품을 출시하고, 손해보험사는 실손보험료와 자동차보험료를 조정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올해는 혼란스러웠던 IFRS17 적응기를 끝마치고, 재무적인 불확실성 역시 걷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저성장·고물가 기조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여전한 만큼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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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FRS17 도입에 ‘역대급 성적’ 쓴 보험사…‘실적 부풀리기’ 논란에 신뢰↓

지난해 보험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다시 썼다. 지난해 1월 1일부터 도입된 IFRS17에 따라 보험손익이 개선된 영향이다. 2023년 도입한 IFRS17는 금리 변화 등 시장 상황에 따른 보험계약의 수익·손실을 시가로 인식하자는 것이 골자다. IFRS17 적용시점 및 회계기준 소급 적용 시기에 따라 이익 규모가 달리 평가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5조23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3조700억원) 대비 70.36% 늘어난 수준이다. 이 가운데 6200억원이 새로 도입된 회계제도(IFRS17·9)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도입 직후 보험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자 일각에서는 실적을 부풀리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IFRS17 특성상 보험사들이 손해율, 해약률 계리적 가정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데, 이에 따라 계약서비스마진(CSM)이 크게 달라지며 지표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나왔다.

이에 당국은 지난해 5월 주요 계리적 가정에 대한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3분기부터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일괄 적용토록 했다. 가이드라인을 통해 금융감독원은 IFRS17 계리적 가정을 ‘소급법’이 아닌 ‘전진법’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또 소급 적용하는 회사의 경우에는 전진 적용과의 재무영향 차이를 재무제표 주석과 경영공시에 포함토록 했다.

전진법은 회계상 변경 효과를 당해년도 및 그 이후 기간의 손익으로 전액 인식하는 방법이다. 또 소급법은 회계상 변경 효과를 과거 재무제표에 반영해 당기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3분기 보험사 53곳의 당기순이익은 11조42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2% 증가했다. 상반기까지의 누적 순익(9조1440억원)이 전년 대비 63.2%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가이드라인이 3분기 실적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며 실적 착시 현상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혼란한 와중 당국 ‘상생’ 압박…저축보험 출시·보험료 조정으로 골머리

고금리와 고물가 등 경기 침체 상황이 지속되자 금융당국에서는 전 금융권에 ‘상생금융’을 주문했다. 이러한 기조는 보험업권에도 번졌다. 보험계약자들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만큼, 보험사가 계약자들의 어려움을 덜어낼 수 있도록 관심과 배려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형 생보사들을 중심으로 상생금융 상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먼저 한화생명이 지난해 8월 2030 청년들을 대상으로 5년 만기 저축보험 상품인 ‘2030 목돈마련 디딤돌저축보험’을 출시하며 신호탄을 쐈다.

이후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11월 사회초년생, 결혼과 자녀 출산을 앞둔 청년들에게 중장기적으로 자산 형성을 도울 수 있도록 혜택을 강화한 ‘신한아름다운연금’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상품 가입 시 △아름다운 사회 만들기에 서약할 경우 5% △결혼할 경우 5% △자녀 출산할 경우 한 명당 5%씩 ‘상생 보너스’가 추가되는 것이 특징이다. 최대 30% 한도로 보너스 연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다.

교보생명은 12월 자립준비청년의 안정적인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5년간 연 5%의 확정이율을 제공하는 저축보험을 내놨다.

아울러 삼성생명은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순수보장형 정기보험 상품을 지난 8월 선보였다. 부채 대물림을 방지하는 신용생명보험 상품 ‘인생금융 대출안심보험’은 다자녀 가정이나 내집마련을 위한 대출 사용자를 대상으로 보험료가 20% 할인되는 것이 특징이다.

손보사는 상생금융 주문에 맞춰 실손보험료와 자동차보험료 조정안 등을 내놨다. 올해 실손의료보험의 전체 인상률 평균(보험료 기준 가중평균)은 약 1.5% 수준으로 산출됐다. 이는 2022년 약 14.2%, 2023년 약 8.9% 인상된 것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다.

세대별로 보면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료가 평균 4% 인하된다. 2세대는 평균 1%대, 3세대는 평균 18%대로 인상한다. 4세대는 동결될 예정이다.

자동차보험료도 인하한다. 손해보험사 빅4는 자동차보험료 인하 계획을 앞다퉈 발표했다. 상생금융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자동차보험료를 2.5~2.6% 가량 인하한다는 것이 골자다. 2022년 4월과 2023년 2월에 이은 3년 연속 인하다.

11일 오전 생명보험협회 강당에서 제36대 김철주 회장의 취임식이 진행됐다. <사진=생명보험협회>
11일 오전 생명보험협회 강당에서 제36대 김철주 회장의 취임식이 진행됐다. <사진=생명보험협회>

◆ IFRS17 안정세에도 경기침체 위기 계속… ‘본업 경쟁력 제고’ 방점 

올해는 IFRS17에 대한 재무적인 불확실성이 보다 축소될 것이라는 게 증권가 전망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은 IFRS17 제도 도입 첫 해”라며 “회계적 이익은 크게 증가했지만 손익 변동성이 커진 데다 금융당국의 가정 변경으로 재무적인 불확실성도 크게 확대된 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지난해 3분기 IFRS17 계리적 가이드라인 적용에 이어, 4분기 주요 가정 변화 CSM 경험조정이 반영되는 2024년부터는 안정적인 이익 시현 및 재무적 불확실성 축소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또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2024년 보험사 실적은 핵심 보장성 보험 중심의 견조한 흐름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CSM 우상향 추세가 이어지며 보험 손익 측면에서 안정적 흐름을 전망한다”면서 “또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및 연말 가정 조정에 따라 예실차 측면의 손실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보험업 역시 저성장·고물가 기조에 따른 경기침체 및 소비 여력 감소로 인한 단발적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위기 극복을 위한 타개책 논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고물가 기조의 거시경제 환경에서는 경기침체와 소비여력 감소가 유발돼 보험사의 경영환경 악화로 이어진다. 또 저출생과 초고령사회 진입은 보험수요의 가파른 감소 및 사회적 부담 확대를 야기하게 된다.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이 26일 열린 취임식에서 업무 추진 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손해보험협회>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이 26일 열린 취임식에서 업무 추진 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손해보험협회>

이에 최근 임기를 시작한 양대 보험협회장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보험업의 난관을 돌파할 방안으로 ‘본업 경쟁력 강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과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은 지난달 9일, 26일 각각 취임식을 갖고 주요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은 △생명보험의 본업경쟁력과 사회안전망 역할 강화 △신(新)시장 진출을 통한 생보사 수익기반 다각화 △고객신뢰 제고와 사회적 책임 확대 등 이 발표한 3대 핵심 과제를 꼽았다.

아울러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은 △소비자 신뢰 바탕의 선순환 구조 구축 △건전성 기반의 손해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경제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상생금융 협력 강화 등 3가지 과제를 앞세웠다.

김철주 생보협회장은 “거시경제 환경과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로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와중, 생명보험 시장 포화에 따른 성장정체와 빅테크·핀테크 기업 등 새로운 플레이어의 출현으로 생명보험산업은 중대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도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 난관을 돌파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또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은 “지속되고 있는 고물가·저성장 기조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 및 디지털 전환 등 변화의 파도를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성장과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 손해보험산업의 ‘새로운 바다’를 찾아 나서겠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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