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신규 투자 2배 이상 늘린다…조주완 “전략적 M&A에 2조 쏟아 붓는다”

시간 입력 2024-01-11 17:40:00 시간 수정 2024-01-11 1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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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고객 가치 경영’, 그룹 핵심 LG전자서 본격 시동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 도약 위한 ‘2030 미래 비전’
B2B(성장)·Non-HW(수익)·신사업(가치) 등 3대 축 가동
조주완 “2024년, 한계 돌파해 성장 가속…미래 비전 달성”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LG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고객’이라는 비전 아래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5월 31일 열린 사장단 협의회에서 “지금 씨를 뿌리지 않으면 3년, 5년 후를 기대할 수 없다”는 고(故) 구본무 회장의 말을 인용하며 “일희일비하지 말고, 고객을 향한 변화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며,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고객 가치’ 혁신을 강조한 구 회장의 경영 기조는 LG그룹 곳곳에 녹아들고 있다. 이 중 고객 가치라는 DNA를 가장 먼저 반영하고 나선 곳은 LG전자다.

앞서 지난해 7월 LG전자는 ‘2030 미래 비전’을 선포하고, 가전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제조 업체에서 벗어나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지난해 미래를 향한 변화와 도약의 기틀을 다진 LG는 올해 ‘고객에게 일상 모든 공간으로 확장 가능한 미래를 선사하겠다’는 비전 구체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구상이다.

◇올해 경영 키워드 ‘한계 돌파’…미래 경쟁력 강화 위해 10조원 투자

LG전자는 현지시간으로 10일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LG전자의 올해 경영 방침과 사업 전략이 소개됐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한계 돌파’를 경영 키워드로 내걸고, 미래 경쟁력 강화에 연간 1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조 사장은 “올해 전 세계 시장 및 공급망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나 탈탄소화, 서비스화, 디지털화 등의 변곡점 또한 명확해지고 있어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상황이다”며 “어려운 한계 상황도 반드시 이겨 나가는 성공 정신(Winning Spirit)을 기반으로, 실질적 성과를 내는 고성과 조직으로 변모해 사업의 한계를 돌파하고 성장을 가속화하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이어 “지난해가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위한 방향타 설정을 완료한 해였다면, 올해는 본격 ‘엑셀러레이터(가속 페달)’를 밟아 나가는 해다”며 “2030 미래 비전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시장과 고객들과의 약속인 만큼 전 구성원들의 힘을 모아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10일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LG전자>

2024년을 미래 비전 구체화의 원년으로 삼은 LG전자는 올해 신규 투자 규모를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늘린다는 구상이다.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원 10조원 가운데 연구개발(R&D)에 4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2조원은 전략적인 자본 투자와 인수합병(M&A)에 쏟아 붓는다. 나머지 3조5000억원은 시설 투자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 대규모 투자를 통해 LG는 전장, HVAC(냉·난방 공조), 빌트인, 사이니지 등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이나 webOS 플랫폼 사업과 같이 고성장·고수익 사업 육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전기차 충전 사업, 로봇 사업 등 신성장동력에도 투자를 이어간다.

단기적인 투자에 그치지 않는다. LG전자는 포트폴리오 전환과 사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2030년까지 50조원 이상을 투입한다는 입장이다.

M&A, 합작 법인(JV) 파트너십 등을 통한 성장 기회 또한 적극 모색한다. AI(인공지능), MR(혼합 현실)등 고객 가치 혁신 관점의 게임 체인저 영역은 물론, 기존 사업의 고도화 관점에서 시너지가 기대되는 영역에서 성장동력을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조 사장은 “M&A 대상 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으나 아직 갖고 있지 않은 역량을 확보해야 하므로 B2B나 신규 사업 영역에 집중할 예정이다”며 “올해 1~2개 정도의 M&A가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양적 성장 위한 ‘트리플 7’ 달성 목표…B2B·Non-HW 사업 집중해 수익 제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의 토대를 다진 LG전자는 양적 성장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조 사장은 △B2B(성장 주도) △Non-HW(하드웨어) 사업 모델(고수익 사업 구축) △신사업(기업 가치 제고)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트리플 7(연평균 성장률 및 영업이익률 7% 이상, 기업 가치(EV/EBITDA 멀티플) 7배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먼저 성장 측면에서 B2B 사업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LG전자는 시장 수요 감소에도 B2B 사업에 힘입어 펜트업 수요 당시에 버금가는 경영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5년 간 B2B 사업 연평균 성장률은 두 자릿수를 훌쩍 넘어섰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 연평균 성장률은 8%대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B2B가 LG전자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B2B 사업의 중심에 있는 분야가 바로 전장이다. LG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사업 10년 만에 연간 매출액 10조원을 달성하며 LG전자의 주력 사업으로 부상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VS사업본부는 전기차 전환 및 고부가 전장 부품 수요 증가로 인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에 LG전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 전기차 e-파워트레인, 차량용 조명 시스템 등 3대 축을 기반으로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역량 확보 △전기차 구동 부품 고객 확대 △지능형 램프 리더십 강화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은석현 LG전자 VS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지난해 수출 잔고는 계약이 지연돼 90조원 중반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기차 시장이 살짝 둔화하고 있는 것은 맞으나 전동화 흐름이 바뀔 것 같지는 않아 ‘2030년 매출 20조원 돌파’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이달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LG전자의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 ‘LG 알파블’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LG전자>

또다른 B2B 사업인 HVAC에서는 모터, 컴프레서 등 핵심 부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제품 라인업을 적극 확대할 예정이다. 실외공기전담공조시스템(DOAS) 등 공조 제품 기반 인접 영역으로도 사업을 확장한다.

R&D에도 힘을 쏟는다. 미국 알래스카 히트펌프연구소를 지은 LG는 올해 유럽 R&D기지 구축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렇듯 LG전자는 B2B 사업을 단품 공급에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고부가 사업으로 키운다는 뜻을 내비쳤다.

조 사장은 “B2B를 고부가 사업으로 확장해 2030년 매출액 규모를 현재의 2배 수준인 40조원 이상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밝혔다.

LG의 기존 주력 사업인 TV·가전 사업에서는 콘텐츠, 서비스, 구독 등 Non-HW 영역을 결합하는 사업 모델 혁신을 추진한다. 전 세계 수억대 제품을 플랫폼으로 삼아 지속적인 매출과 이익을 내는 구조로 변화한다는 복안이다.

HE사업본부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스마트 TV 플랫폼 webOS 사업을 가속화한다. 특히 외부 TV 업체뿐만 아니라 스마트 모니터, IVI 등으로 webOS 생태계를 확장해 플랫폼 사업의 모수(母數)를 빠르게 늘릴 예정이다. webOS 플랫폼 사업은 올해 조 단위 매출액을 내는 것이 목표다.

생활 가전 사업 또한 서비스, 구독 등 신규 영역을 결합해 스마트 홈 솔루션 사업을 전개한다. 가전이 제공하는 기능 영역만으로는 커버하기 어려웠던 ‘가사 해방을 통한 삶의 가치 제고(Zero Labor Home, Makes Quality Time)’를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가전과 생활 서비스를 결합한 구독 사업의 경우 성장세가 가파르다. 기존 정수기 등 소형 가전 위주로 진행된 구독 사업 영역이 냉장고, TV 등 대형 가전으로 확대되면서 지난해 국내 가전 매출 가운데 구독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를 넘어섰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사진=LG전자>

◇미래 성장 기회 확보 박차…AI·로보틱스 등 8대 기반 기술 발굴

조 사장은 성장 잠재력이 크고, 사업 시너지가 기대되는 유망 영역에서 미래 성장 기회를 확보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중요한 임무를 맡을 전진기지는 미 실리콘밸리 소재 LG북미이노베이션센터(LG노바)이 낙점됐다. LG노바는 올해 말까지 스타트업 육성 펀드를 1억달러 이상 규모로 키울 예정이다.

전기차 충전 사업은 제조, 판매 등 인프라 영역에서 원격 진단·조치, 차량 배터리 진단 등을 포함하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부터 글로벌 전기차 충전기 시장 공략에 나서는 LG전자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최근 미 댈러스 포트워스에 충전기 생산라인도 구축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의 경우 미 암웰(Amwell)과 협업해 원격 의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예방, 진단·사후 관리, 회복 등 영역의 서비스도 검토한다.

유망 분야로 꼽히는 MR 기기 사업화도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HE사업본부 내 XR(eXtended Reality)사업담당을 신설했고, AR(증강 현실) 등에서도 다양한 파트너와 전략적 협업을 벌이고 있다.

조 사장은 미래 성장동력인 8대 기반 기술을 중심으로 R&D에 박차를 가한다는 포부도 내놨다. 그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온칩(SoC), AI, 로보틱스, 차세대 컴퓨팅, 클라우드·데이터 등의 8대 기반 기술을 중심으로 사업 경쟁력 강화 및 원천 기술 발굴을 위한 R&D를 선행적으로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I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과 관련해선 “실제 고객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AI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화두다”며 “삶의 모든 영역에서 AI가 손에 잡히는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또 공감할 수 있는 AI를 생활 곳곳에 도입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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