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31%↑에도 영업이익 78%↓…이익률 1% 미만
수출 반토막에 마진 축소…팔수록 못 버는 구조
흑자 전환 후 3년 연속 영업이익 하락
르노코리아가 분기점에 섰다. 지난해 내수는 그랑 콜레오스를 앞세워 31%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206억원으로 78% 급감하며 이익률이 1% 아래로 내려갔다. 중견 완성차 3사 중 내수 1위 차종을 보유하고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다. 니콜라 파리 사장은 부산공장을 생산 허브로 키워 반등을 꾀하고 있으나, 판매 다변화·수출 재건·수익성 회복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본지는 지난해 9월 출범한 파리 사장 체제의 현주소와 과제를 세 차례에 걸쳐 진단한다.<편집자 주>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이 부산공장의 문을 처음 연 건 지난해 9월 1일이었다. 스테판 드블레즈 전임 사장이 르노그룹 인도 총괄 CEO로 자리를 옮기면서 바통을 이어받은 자리였다. 르노그룹 내부에서 구매통으로 손꼽히는 파리 사장이 마주한 한국법인의 실적은 판매와 손익이 반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실제 중견 3사 중 내수 1위 차종을 손에 쥐고도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파리 사장의 이력을 보면 르노그룹이 그에게 어떤 미션을 줬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ZF와 보쉬를 거쳐 2015년 르노그룹에 합류한 그는 해외 시장 신차 개발과 섀시·플랫폼, 전동화, 첨단 기술 등 구매 관련 핵심 업무를 맡아왔다. 중국 상하이에 있는 이노베이션 랩에서 구매 담당장을 역임하며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분야 첨단 기술 개발에도 깊이 관여한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판매 증대가 아닌 돈 버는 구조를 다시 짜는 일이 그의 주요 미션으로 추정된다.
23일 르노코리아 판매 실적 분석 결과 이 회사는 지난해 내수 5만2271대와 수출 3만5773대를 합쳐 총 8만8044대를 팔았다. 내수는 전년 대비 31.3% 늘었지만, 수출이 46.7% 줄어들며 전체 판매는 17.7% 감소했다. 직전 해인 2024년 내수 3만9816대, 수출 6만7123대 등 총 10만6939대를 기록한 부분을 볼 때 불과 1년 만에 약 1만9000대가 증발했다. 내수와 수출의 비중도 사실상 자리를 맞바꾸게 됐다. 2024년에는 수출이 전체의 62.7%였으나, 지난해에는 내수가 전체의 59.3%로 역전됐다.
내수 실적은 단 1개의 차종이 견인했다. 르노코리아가 지난해 가장 많이 판 차종은 그랑 콜레오스로 4만877대가 판매됐다. 이 중 하이브리드 모델이 3만5352대로 86.5%를 차지했다. 그랑 콜레오스가 내수 전체의 78.2%를 가져간 것이다. 그랑 콜레오스는 2024년 9월 출시 이후 1년 만에 국내에서 5만대 이상 팔리며 르노코리아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하지만 단일 차종이 내수 전체를 떠받치는 구조는 그랑 콜레오스가 무너지면 르노코리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제는 내수 회복에도 손익계산서가 마이너스로 기운 데 있다. 르노코리아의 영업이익은 최근 4년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2년 매출 4조8620억원, 영업이익 1848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2023년에는 매출 3조2914억원, 영업이익 115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2.3%, 37.7% 감소했다. 2024년은 매출 3조6997억원, 영업이익 960억원으로 매출은 전년 대비 12.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6.7% 줄었다.
파리 사장이 취임한 지난해에는 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3조5767억원, 영업이익 20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3.3%가 줄었는데 영업이익은 78.5%가 사라졌다. 영업이익률을 보면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차 한 대를 팔아도 손에 쥐는 이익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2022년 흑자 달성 이후 3년 연속 영업이익이 하락세를 보인 점은 일시적 부진이 아닌 추세적 침체를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판매가 늘었음에도 이익이 사라진 부분이다. 우선 수익성이 높은 수출 물량이 절반 가까이 빠진 게 뼈아팠다. 르노코리아는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수출로 고정비를 분산하고 환율 효과를 얻어 수익성을 높인다. 또 그랑 콜레오스가 르노 자체 설계 모델이 아닌 터라 한 대를 팔 때 남는 르노코리아에 남는 마진이 과거만 못하다. 신차 개발 사이클에 들어서며 개발비 등 비용 부담이 커진 점도 발목을 잡았다. 르노코리아 감사보고서 분석 결과, 지난해 집행한 개발비는 2029억원으로 전년 대비 48.4% 증가했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에서 1년에 1대씩 신차를 내기로 발표했고 내년에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를, 2028년에 순수 전기차를 출시하기 위해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개발비는 신차 전략을 수행하는 차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작년에는 필랑트 개발 비용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다만 재무 체력 자체가 무너진 단계는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39.6%로 동종 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견조한 편이다. 이런 가운데 르노그룹 차원의 분위기도 르노코리아 운신의 폭을 좌우할 전망이다. 르노그룹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276억유로로 전년 대비 2.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6억5000만유로로 24.1%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8.1%에서 6%로 하락했다. 그룹 본사가 허리띠를 죄는 국면에서 한국법인에 배정될 자원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정해질지는 파리 사장도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내수 판매 1위 차종을 보유하고도 영업이익률이 0%대를 기록한 것이 르노코리아가 처한 상황”이라며 “더 많이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팔아서 남기는 방법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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