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연초부터 알짜 정비사업 수주전 잇달아 '고배'

시간 입력 2020-01-22 07:00:04 시간 수정 2020-01-21 17:5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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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현1·한남3·한남하이츠 등 대형사업장 놓쳐…"과도한 입찰제안 등으로 조합 신뢰 잃어"

현대건설 사옥 전경.
현대건설 사옥 전경.

새해 첫 달부터 굵직한 해외수주에 성공한 현대건설이 국내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는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2조8322억 원의 수주액을 올렸지만 최근 굵직한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시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올 1월에만 총 2조1000억 원 규모의 해외 건축공사 수주에 성공했다. 새해 첫날인 2일 중동 지역 카타르에서 약 6130억 원 수준의 '루사일 프라자 타워 PLOT4' 공사 낙찰통지서를 접수했다.

이어 14일 카타르 부동산개발회사에서 발주한 6093억 원 규모 '루사일 프라자 타워 PLOT3' 공사 낙찰통지서도 접수했다. 다음날인 15일에는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컨소시엄을 구성, 총 8500억 원 수준의 알제리 '우마쉐3 복합화력 발전소' 공사 수주에도 성공했다.

이처럼 현대건설은 해외 수주시장에서 전통강자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지만 국내 도시정비사업에서는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지난 18일 '한남하이츠' 재건축조합은 임시총회를 열고 GS건설을 시공사로 선택했다. 전체 조합원 557명 중 510명이 참여한 총회에서 현대건설은 228표를 얻어 281표를 얻은 GS건설에 시공권을 넘겨주게 됐다.

한남하이츠는 강북권 한강변 정비사업 수주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올해 첫 마수걸이 사업장으로 관심을 받았다. 이 때문에 현대건설은 자사의 하이엔드 주택브랜드 '디에이치(THE H)'까지 내세웠으나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한남하이츠 재건축 조감도. <사진=서울시 클린업시스템>
한남하이츠 재건축 조감도. <사진=서울시 클린업시스템>

한남하이츠 시공권이 GS건설에 넘어가면서 현대건설은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된 주요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4번 연속 물을 먹은 모양새가 됐다.

지난해 10월에는 '갈현1구역' 재개발조합으로부터 시공사 지위를 박탈당했다. 조합은 현대건설의 과도한 이주비 제안 등을 문제삼으며 대의원회의를 통해 현대건설 입찰 무효 및 입찰보증금 몰수, 현대건설 입찰 참가 제한, 시공사 재선정 공고 등의 안건을 가결했다. 현재 현대건설은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 사업장인 '한남3구역' 수주 일정도 차질을 빚었다. 현대건설과 GS건설, 대림산업이 맞붙은 이곳 사업장은 과열된 수주경쟁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검찰 수사까지 동원된 가운데 시공사 선정 총회는 기존보다 6개월 가량 늦어진 오는 5월 열릴 예정이다. 앞서 21일 검찰은 이들 3사에 대해 형사처벌할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지만 국토부는 이와 관계 없이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 기준'과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 등을 위반해 입찰무효 조치가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연이은 수주 낙방 소식은 지방까지 이어졌다. 지난달 현대건설은 대전 최대 재개발 사업장인 유성구 '장대B구역' 수주에 실패했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계롱건설산업 등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GS건설과 맞붙었으나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2019년 마지막 재건축 사업장이었던 대구 수성구 '수성지구2차우방' 재건축 수주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에 시공권을 넘겨주며 체면을 구겼다. 범현대가의 싸움으로 주목받았던 이 사업장은 일찍이 현대건설이 수주를 위해 공을 들였던 사업장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작년 12월30일 개최된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현산은 전체 550표 가운데 394표를 받은 반면, 현대건설은 148표를 얻으며 참패했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공격적인 수주 전략을 펼치며 지난해 두드러지는 성과는 챙겼지만 과도한 입찰 제안 등 논란을 잠재우지 못하면서 정비사업 조합으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자칫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시공사 선정 과정에 신중을 기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이사비 지원이나 어느 수준 이상 분양가 보장 등 조건을 내세우고도 정부가 눈을 감았지만 이제는 좀 더 엄격한 잣대로 수주 활동을 지켜보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남3구역 합동점검 이후 기존 시공사의 지위를 박탈하고 새 시공사를 선정하겠다는 사업장이 많아졌다. 시장이 깨끗해지고 투명하게 수주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조합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모습"이라며 "재건축·재개발 일감이 줄면서 건설사가 브랜드를 내세우고 차별화된 상품을 제안하는 건 당연하지만 조합의 입김이 세지는 만큼 진정성 있게 수주전을 펼치는 게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배수람 기자 / bae@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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