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특정업체, 9년간 환경영향평가 독식…서울시, 관련조항 '슬쩍' 삭제

시간 입력 2020-02-14 16:09:09 시간 수정 2020-02-14 1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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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3개 업체, 66% 업무 쏠림현상…시민단체 "유착 의혹" vs 서울시 "사실 아냐"


서울시 기후환경본부(환경본부)가 10년 가까이 특정 환경영향평가 업체들에 업무를 몰아줬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방업체들이 용역에 나설 수 없도록 상위법인 환경부 환경영향평가법에도 근거하지 않는 '주소지 제한' 조례까지 만들어 9년간 운영해 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14일 서울시와 환경영향평가 업계 등에 따르면 시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의 주소지를 서울로 제한해 업무를 수행했다. 2009년 5월 개정된 '서울시 환경·교통·재해 영향평가 조례'(현 환경영향평가 조례)에는 '제11조(환경영향평가 대행자 신고)' 조항이 신설됐다.

이 조항에는 "환경영향평가법 제35조에 따라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에 등록한 주소지가 서울특별시인 대행자로서 제10조제1항에 따른 평가서 등의 작성을 대행하고자 하는 평가대행자는 대행계약일로부터 20일 이내 시장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서울시에서 진행되는 건축사업 환경영향평가는 본사 주소지를 서울에 두고 있는 업체여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 조항의 근거가 된 '환경영향평가법 제35조'에는 주소지와 관계없이 업체가 각 지방환경청에 대행업자로 등록만 하면 된다고 돼 있다.

시는 이같은 규정에 따라 2010년 7월 1일부터 9년간 운영해오다 지난해 1월 돌연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 2019년 1월 3일자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조례 일부개정안을 살펴보면 해당 조항은 "제11조(평가업자 신고) 제10조제1항에 따른 평가서 등의 작성을 대행하고자 하는 평가업자는 대행계약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시장에게 신고해야 한다"로 수정됐다.

이는 독소조항 논란을 의식한 조치라는 게 관련 업계의 반응이다. 환경영향평가 조례를 두고 있는 경기, 인천, 강원, 광주, 대전, 부산, 경남, 제주 등 지자체에도 관련 조항을 둔 곳은 없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는 환경본부 공무원과 특정 환경영향평가 업체의 유착 관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주소지 제한 조항이 운영된 2010년 7월부터 지난해 연말까지 서울시가 실시한 98건의 환경영향평가 사업을 살펴보면 △예평이앤씨(29건) △동해종합기술공사(23건) △제일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13건) 등 3개 업체에 집중됐다. 이들 업체가 진행한 환경영향평가 업무는 전체의 66.3%를 차지한다. △대영EEC(7건)을 포함하면 10개 사업 중 7개 이상을 4개 업체가 독식한 셈이다.

이희범 자유연대 대표는 지난달 16일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특혜' 의혹과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공무원 5명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대표는 전국에 300여개 대행업체가 있음에도 특정 업체가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전반을 수행하도록 방치한 것을 문제 삼아 해당 업체와 서울시 간 유착 의혹이 있다고 봤다.

이 대표는 "평가대행사는 사업자가 선정하지만 서울시는 사업자 및 대행사의 평가 협의 내용에 대해 관리 점검하는 역할을 하므로 서울시와 대행사 간의 관계가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며 "특히 예평이앤씨와 기후환경본부 환경영향평가 담당자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업계 및 전 직원 등으로부터 부적절한 관계라는 다수 증언이 있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행동하는 자유시민' 측도 "환경영향평가 업체 선정에 있어 다양성과 객관성을 지원해야 할 서울시가 제도적으로 그와 반대되는 결과가 나타나도록 오히려 방조한 셈"이라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는 서울시의 환경영향평가 업체가 반드시 회사 소재지가 서울에 위치해야 한다는 유래와 이유를 알 수 없는 업무 매뉴얼을 조례에 담아 약 9년간 유지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고의든 과실이든 실무적으로 건축 사업자들이 소수 대행업체에 업무를 쏠림으로 주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환경영향평가를 빨리 마쳐야 하는 건축 사업자 입장에서는 공무원과 친하다고 알려진 대행업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서울시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관계자는 "(2009년 5월 조례개정 당시) 입법예고 기간에 서울시 환경영향평가는 국가 환경영향평가와 성격이 다르니 서울시 소재 업체로 주소를 한정지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들어와서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지난해 조례개정을 검토하면서 자체적으로 심사를 거쳤다. 조례 기간이 오래됐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주소지 제한 조항을) 시에서 자발적으로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정비사업 조합이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기 때문에 서울시가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다"며 "특정 업체를 선택했다고 해서 처리 기간이 빠른 건 아니다. 각 사업장 특색에 따라 처리가 이뤄지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배수람 기자 / bae@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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