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장에 부는 '클린수주' 바람...정부 고강도 규제 효과

시간 입력 2020-02-18 07:00:03 시간 수정 2020-02-18 08: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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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중심 단속반 및 신고센터 운영…"사업지연 우려에 공정경쟁 선호"

한남3구역 조감도. <사진=서울시 클린업시스템>
한남3구역 조감도. <사진=서울시 클린업시스템>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주택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강화한 가운데 사업 지연을 우려한 조합과 시공사들이 수주 과열 논란을 자발적으로 차단하려는 분위기다. 이에 그간 공염불에 그쳤던 '클린수주' 움직임이정비사업 시장에서 정착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8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는 용산구와 함께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단속하기 위한 '현장 신고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기존 신고센터가 운영 중이지만 시공사 선정 과정에 지속적으로 부정행위 과열 양상이 드러나면서 이를 차단하는 방편으로 마련됐다.

신고센터로 접수한 사안 중 금품·향응 수수행위는 수사 의뢰 및 고발 조치할 예정이다. 기타 정비사업 계약 및 시공사 선정기준 위반 사항은 용산구에 통보하고 조합이 입찰 무효, 시공사 선정 취소 등을 검토하도록 했다. 시는 오는 4월 26일 시공사 선정 총회까지 센터를 운영할 방침이다.

이 사업장 수주전에 나선 GS건설은 이례적으로 조합원들에게 클린수주를 다짐하는 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GS건설은 지난해 11월 첫 입찰 당시 OS요원(홍보요원)이 일부 조합원에게 300만 원의 금품과 고가의 식사 등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며 물의를 일으켰다.

GS건설은 재입찰을 앞두고 조합원을 대상으로 개별 홍보 활동을 하지 않고 사업제안서 및 브랜드 가치로 승부를 보겠다는 방침이다.

GS건설 측은 "1차 입찰이 무효가 돼 사업이 지연되고 조합원들의 소중한 재산이 손해로 연결될 수 있어 책임감을 가지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1차 입찰과 같은 일이 반복돼 사업이 더 지연돼서는 안되기 때문에 오직 최고의 사업제안서로 입찰에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조합에서도 공정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남3구역 조합은 입찰 참여 규정 및 입찰제안서 작성기준 등 일부 조항을 수정했다.

기존 '추가이주비(최저이주비 한도 명시), 대안설계, 무이자 대여한도 및 조합원에게 제공하는 특별제공품목을 명기한다(단,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29조 제2항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 한한다)'는 내용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30조에 따른 추가이주비, 대안설계 내역을 포함한다'로 변경됐다.

또한 '대안설계 제안은 1개의 안만 가능하며 혁신안 제안은 불가하다'고 명시했다. 이밖에 무상제공계획서는 '시공과 관련 있는 추가제공계획서'로 바뀌었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반포3주구) 재건축조합은 자체적으로 신고센터를 운영할 방침이다. 17일 시공사 재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낸 반포3주구 조합은 시공사 홍보활동지침 준수계약서 제출 의무화,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반 및 신고센터 운영 계획을 밝혔다.

이곳 조합은 OS요원의 조합원 접촉 및 홍보물 배부, 허위과장 홍보, 상호비방, 허위사실 유포 등을 금지하고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행위를 방지하기로 했다.

해당 사항을 어길 경우 조합은 시공사의 입찰 무효와 선정자격 박탈, 입찰보증금 10억 원 조합 귀속 등의 제재를 취할 수 있다. 또한 사업 진행 과정에서 위법행위로 기소되는 것만으로도 입찰보증금 몰수, 시공사 지위를 박탈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금품·향응 수수 등 불법행위 신고자에게는 기준에 따라 최대 2억 원(최종처분 통지 시)까지 포상금을 차등지급한다.

앞서 정부는 시공사의 불법행위에 대해 입찰 무효는 물론 검찰 수사 의뢰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조합을 중심으로 클린수주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수주과열 논란에 따른 사업지연 우려에서다. 대형건설사들이 대거 입찰에 참여한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과열 수주전이 재발하면 자칫 한남3구역 시공사 입찰 무산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부담감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수주경쟁 과열로 논란을 빚었던 한남3구역이 시범케이스가 된 셈이다. 한남3구역 시공사 입찰이 한 차례 연기되는 것을 본 다른 사업장도 알아서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라며 "조합에서는 사업 지연을 막는 게 최우선이다.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 않고 공정경쟁을 통해 수주전을 치르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는 인식이 번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사업지연은 곧 사업비 증가를 의미한다. 사전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 조합이나 시공사들이 선제적 대응을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라며 "(정부가 개입해 강력하게 규제할 수 있는 만큼) 과열 수주전이 외부적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자정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배후에서는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동원해 치열한 접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배수람 기자 / bae@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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