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일부 규제 완화 및 SOC 예산 확대로 건설경기 활성화 도모해야
180석 '슈퍼여당'을 탄생시키며 제21대 총선이 마무리된 가운데 건설업계 표정은 여전히 암울하다.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통한 주택시장 규제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코로나19 장기화 여파에 따라 경기부양 일환으로 추진된 건설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與, 주택규제 유지 및 주거복지 초점…민간아파트 공급책 '미비'
거대여당으로 거듭난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 3기 신도시를 비롯해 총 1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는 등 청년·신혼부부 중심의 주거복지 확대에 초점을 둔 공약을 내놨다.
청년 및 신혼부부 전용 '수익 공유형 모기지' 형태의 주택담보대출 상품도 내놓겠다고 했다. 공유형 모기지는 저금리로 대출을 받는 대신 집값 상승 이익을 주택도시기금과 나누는 주담대 상품이다. 이밖에 △청년 디딤돌 전세자금 금리 인하 △청년 전·월세 대출 규모 최대 3조 원으로 확대 △최소 4년의 임대차 기간 보장 등을 약속했다.
반면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주택 공급책은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 공약이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2.0'과 방향성을 같이하고 있어 수주에 목마른 건설업계를 달래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 1월 재개발·재건축 수주는 지난해 동월 대비 70.7% 감소한 6420억 원을 기록했다. 정비사업 수주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연속 1조 원 이상 수주가 발생하는 등 양호한 듯했지만 지난 1월 6375억 원이 빠지면서 불과 4개월 만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유가 급락으로 해외수주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국내 주택사업 일감 확보도 녹록지 않아 건설업계 전반이 외형은 물론 수익성도 악화됐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지정한 대기업집단의 지난해 업종별 연결기준 실적을 조사한 결과, 건설 및 건자재기업(30개사)의 매출액은 142조9820억 원, 영업이익 8조1234억 원, 순이익 4조8041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 매출액 146조2911억 원, 영업이익 8조7570억 원, 순이익 5조3640억 원과 비교하면 각각 –2.3%, -7.2%, -10.4%씩 하락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2018년 6.0%에서 지난해 5.7%로 0.3%포인트 감소했다.
하지만 정부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요 정비사업이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고 여기는 만큼 여당에서 규제완화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오히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관리 등 주택규제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교통부는 코로나19 여파로 당초 이달 말부터 시행 예정이던 분양가상한제를 7월 말까지 연기했다. 일감난으로 허덕이는 국내 건설사들은 분상제 유예기간을 6개월 더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정부는 추가 연장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의 정비사업 추진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정부가 소위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식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여당이 힘을 보태고 있어) 앞으로 정비사업 추진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건설업은 공공과 민간이 함께 가야하는데 민간 건설 수주가 거의 없고 공공 발주 물량만 가지고 버티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내년까지는 건설경기 침체가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건설투자 최대 10.1조 감소 예상…"공공투자 확대·SOC 예산 확충 필요"
최근 코로나19 사태까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건설사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욱 비관적이다. 업계에서는 건설산업이 다른 산업생산 및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건설투자 확대 및 SOC 예산을 늘려 경기 위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9.4포인트 하락한 59.5로 집계됐다. CBSI는 건설업체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을 기준으로 지수가 밑돌면 현재 건설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건설사가 많다는 의미며 100 이상이면 그 반대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민간 활력을 도모하기 위해 건설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개선됐던 CBSI가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다시 부정적으로 돌아선 셈이다.
정부는 주택사업 규제에 따른 건설업계 수주난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발주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올해 정부 예산안에서 SOC 예산은 23조2000억 원으로 확대 편성됐으며 104조 원 규모 중장기 인프라 투자 계획도 포함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이 같은 정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 정부는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확보를 위해 올해 책정된 SOC 예산 가운데 5804억 원을 삭감하는 추경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 중 철도사업 연계별 투자계획 변경(5000억 원)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건산연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올해 건설투자가 1조9000억~10조1000억 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산업생산액이 3조8000억~20조3000억 원 줄어들고, 취업자 수가 2만1000~11만1000명 감소하는 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안정화 및 종식 이후 경기 활성화 대책으로 건설투자 확대 방안을 고려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올해 건설투자 감소분과 내년도 민간부문 건설투자 감소를 감안해 최소 5조 원 이상 SOC 예산 확충이 필요하다. 또 정비사업 추진이 어려워지는 등 민간건설부문 위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공공부문이 이를 상쇄하기 위해선 확대된 SOC 예산을 3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다.
건설투자 확대를 위한 과제로는 △지역 의료기관 및 임시주거시설 등 의료·재난 대응 인프라 확충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의 전략적 공공투자 실행 △예타면제사업, 생활 SOC 복합화사업, 노후 인프라 개선사업 등의 조속한 추진 △지역 및 경제 파급효과가 큰 대형 프로젝트 발굴 및 실행 등이 거론된다.
박철한 건산연 부연구원은 "정부의 투자로 인해 민간이 자발적으로 투자를 더 늘리는 유인 효과가 발생하도록 해야 하는데 코로나19 등으로 예산을 삭감해버리면 이 같은 투자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긴 했지만 추가로 규제를 펼치는 것은 시장을 더 위축시키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멈춰있는 건설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한다"며 "건설사들이 사업 자체를 추진하기 부담스러워하는 상황까지 가게 되면 정부가 예상하는 것보다 경기는 더 침체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우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GDP 15% 이상을 차지하는 건설투자까지 위축된다면 국가 경제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본격적인 경제회복에는 건설투자 확대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배수람 기자 / bae@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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