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장고 끝 “요기요 매각해라”, 배민 인수 조건에 엇갈린 플랫폼·스타트업 업계 반응

시간 입력 2020-12-29 07:00:03 시간 수정 2020-12-30 07:44:47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공정위, 6개월 이내 요기요 매각 조건 명령
배민-요기요 결합시 시장점유율 99.2%, 경쟁제한성 추정 요건 성립
DH측, 요기요 매각 유감…차후 계획 세워나갈 것

국내 공룡 배달앱이 결국 탄생하지 못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에게 배달의민족을 품으려면 요기요의 손을 놓으라 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DH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심사 결과, DH는 6개월 이내에 요기요와 배달통을 매각해야 한다. 사실상 지난달 공정위가 DH에 전달한 심사보고서와 같은 내용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 쪽에서는 배민과 요기요 결합은 시장 경쟁을 제한 할 것이라며 공정위 판단이 옳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스타트업의 성장을 저해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DH와 우아한형제들 사업구조 <자료제공=공정위>
DH와 우아한형제들 사업구조 <자료제공=공정위>

2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3일 전원회의를 열어 DH가 우아한형제들의 주식 약 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다만 양사 간 기업결합 시 음식점, 소비자, 배달라이더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DH가 보유한 DH코리아 지분 전부를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이와 함께 지분 매각을 완료할 때까지 요기요 서비스 품질 등 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해 현재 상태를 유지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즉 다른 배달앱과 요기요를 합치거나 전환·유인 등을 시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배달앱 연결과 화면 구성 등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공정위, “배민-요기요 결합시 경쟁제한성 요소 충분해”

공정위는 배민과 요기요의 결합이 배달앱 시장 내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DH와 우아한형제들의 시장 점유율이 99.2%로 경쟁제한성 추정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제7조 제4항에 따르면 특정 기업이 △시장점유율 50%이상을 차지하고 △1위와 2위 사업자 간 점유율 격차가 25% 이상일 경우 경쟁제한성 추정요건을 충족한다고 본다.

지난해 거래금액 기준 시장점유율을 보면 △배민 78% △요기요(DH 소속) 19.6% △배달통(DH 소속) 1.3% △푸드플라이(DH 소속) 0.3% 등이다.

여기에 지난 5년 간 이들을 위협할 만한 신규 사업자가 없는 것도 경쟁제한성 추정 요건에 해당한다. 물론 최근 쿠팡이츠가 약진하고 있으나 이는 수도권에 한정돼 있고, 전국 기준으로 보면 시장점유율은 5% 미만이다.

이에 따라 양사가 결합함에 따라 경쟁요소가 사라지면 △소비자 혜택감소 △음식점 수수료 인상 등 경쟁제한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배달대행과 공유주방 등 연관시장으로의 지배력 전이 문제도 지적했다. 만약 양사가 배달대행 시장까지 장악할 목적으로 자사 배달대행 서비스 이용 음식점을 우대할 경우, 다른 업체들의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음식 배달대행시장에서의 양사 점유율은 배달처리건수 기준 약 20%로 업계 3위다. 이외에 생각대로·바로고·부릉·쿠팡이츠 등 합계가 80.2%다.

같은 논리로 양사가 공유주방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입점 음식점에게만 혜택을 부과할 경우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봤다. 현재 우아한형제들은 ‘배민키친’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 공유주방을 운영 중이다. DH는 해외에서 공유주방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국내 진출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위 측은 “이번 조치는 배민과 요기요 간의 경쟁관계는 유지되도록 해 배달앱 관련 시장의 소비자 후생을 증진하고 상호 간의 혁신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기반을 유지하도록 했다”며 “동시에 DH와 우아한형제들 간의 결합은 허용함으로써 당사 간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8일 DH 측도 공식 입장문을 냈다. DH측은 "공정위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우아한형제들과의 기업결합을 위해 DH코리아를 매각해야만 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하는 점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정확한 현황파악 및 향후 구체적인 계획 수립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DH가 행정소송까지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행정소송까지 나서게 되면 수년이 걸리고 이에 따라 M&A 실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같은 날 우아한형제들 측은 "이번 기업결합을 계기로 아시아 시장 개척에 최선을 다할 것이고, 국내에서 배민의 성공 경험을 발판으로 세계로 뻗어 나가는 기업이 되겠다"며 "앞으로도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라는 비전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면서 소비자와 음식점주, 라이더 모두에게 더 많은 혜택을 드리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책임있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업계 반응 다양, “공정위 결정 납득 ” vs "스타트업 성장 저해“

이 같은 공정위 결정에 플랫폼 및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먼저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공정위 결정이 불가피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 시점에서 배민과 요기요 결합은 독과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사업자가 시장 점유율 95%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는 공정한 거래를 담보할 수 없다”며 “현재 배달앱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새로운 사업자가 나타날 수 있지만 이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공정위 결정이 스타트업 성장을 가로막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표적으로 코리아스타트포럼이 공정위 결정에 비판의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오픈커머스 사업자가 음식배달 시장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자가 라이브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는 등 디지털 경제의 역동성을 외면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코스포는 “국내 대표 유니콘 기업 우아한형제들과 글로벌 기업 DH의 결합은 국내 최대규모 스타트업 M&A인 동시에, 해외진출의 중요한 이정표였다”며 “이번 공정위 결정으로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가치 평가에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해외진출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배민과 요기요 결합은 당장의 시장점유율보다는 미래를 내다봐야한다”며 “현재 배달앱 시장 규모가 커지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는 결국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선택하게 되고 이에 따라 기업은 경쟁을 통해 더 좋은 서비스를 개발하게 되며 이는 결국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DH는 지난해 12월13일 배민을 4조7500억원(우아한형제들 지분 88%)에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같은 달 30일 공정위에 결합심사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번 공정위 결정으로 딜리버리히어로는 6개월 이내에 요기요를 운영하는 DH코리아 지분 전부를 제3자에게 매각해야 하지만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될 경우 기간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조문영 기자 / mycho@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