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낙인효과 및 국내외 수백 개 사업장 중단 우려
처벌보다 '사전예방' 위한 보완입법 절실
건설업계가 내년 1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을 두고 과도한 제재라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양형기준도 대폭 강화되면서 가중처벌로 인한 업계 전반의 경영 의지가 꺾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중대재해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산안법 위반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안도 새로 마련됐다. 중대재해법 제정안은 산업재해나 사고 등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해당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인이나 기관도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간의 유예기간을 뒀다.
상향 조정된 산안법 양형기준에 따르면 앞으로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아 근로자가 사망하면 기본 양형이 징역 1년~2년 6개월로 늘어난다. 특별가중영역 범죄일 경우에는 법정 최고형인 징역 7년까지 선고하도록 권고했으며 다수범이거나 5년 내 재범은 권고 형량이 최대 징역 10년 6개월까지 확대된다. 이 같은 산안법 양형기준안은 내년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법 구체적인 양형기준안 마련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건설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산재 여부에 따라 기업과 최고경영자(CEO)에 범죄자 낙인이 찍힌다면 정상적인 기업 운영이 어렵고 국내외 수십개에서 수백개의 현장을 운영하는 건설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2019년 기준 시공능력평가 10위 이내 건설사들이 운영하는 건설현장 수는 업체당 270개에 달한다. 이 중 해외현장은 67개 정도다. 대형건설사의 경우 아파트 현장이 상시적으로 50개가량 가동되며 현장 1개당 하루에 투입되는 근로자는 최소 500~1000명 규모다. 전체적으로 하루에 2만5000~5만명의 근로자가 건설현장에 상주하는 셈이다.
면책규정이 없어 사실상 국내 모든 건설사와 CEO들이 징역형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원청은 물론 하청까지 모두 처벌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오너가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중소건설사는 존폐위기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 실제 지난해 10대 대형사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을 제외한 9개사가 운영하는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국내 건설단체로 구성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은 "현장 상주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CEO가 개별 현장 근로자 각각에 대한 안전을 챙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도 사고가 나면 처벌하겠다고 하니 막막하다"며 "중대재해 발생 기업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면 기업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나 CEO 통제 범위 밖에 있는 일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기업의 운명을 운에 맡겨야 하는 셈"이라며 "사고가 나면 범죄인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는데 살아남을 기업과 CEO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사후 처벌보다 사전예방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U의 경우 중대재해 발생원인을 기업의 안전보건 투자재원 부족, 안전보건 역량 및 기술, 정보 부족 등에 있다고 진단하고 경제적 인센티브를 운영 중이다.
독일은 연간 근로자당 최대 500유로까지의 안전비용에 대한 세금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프랑스는 안전증진 기술개발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마련했으며 이탈리아는 산재보험료 결정 시 재해율 외 재해예방대책 도입여부를 평가하고 안전장비·유해환경 개선 등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두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고 최고경영자 처벌 및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이중 삼중 처벌을 한다면 건설사들은 사업 자체를 줄일 수밖에 없고 신규수주 감소는 결국 일자리 감소로 직결될 것"이라며 "사고예방에 대한 노력을 인정하는 면책조항을 마련하는 등 법 시행 이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배수람 기자 / bae@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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