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멀다”…라이더-배달플랫폼, 불공정 계약 자율시정 조치 효과있을까

시간 입력 2021-01-22 07:00:11 시간 수정 2021-01-22 13: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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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우아한청년들·DH코리아·쿠팡이츠 표준계약서 불공정 조항 시정해야
부릉·바로고 등 배달대행업체와 라이더 간 계약 천차만별…관련 관심도 필요

올 겨울 기록적인 폭설로 라이더 처우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라이더와 배달플랫폼 간 작성되고 있는 계약서에 불공정 조항이 아직도 많아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 문제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1분기 안으로 우아한청년들·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이하 DH코리아)·쿠팡이츠 등 3개 배달업체에 불공정 조항에 대한 자율시정 조치를 내렸다. 다만 부릉과 바로고 등 배달대행업체는 빠져 있어 라이더의 처우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배달플랫폼사업자와 라이더 간의 계약 내용을 검토한 결과 △라이더에게 불리한 배상책임 조항 △라이더에게 일방적 불이익조치를 가능하게 하는 조항 △ 계약 외 업무조건 조항 등이 발견됐다. 우아한청년들·DH코리아·쿠팡이츠 등 3개 배달플랫폼 사업자는 1분기 안으로 이 내용을 자율시정 해야 한다.

배달플랫폼 업체와 라이더 간의 계약서는 ‘표준계약서’를 참고해 작성된다. 표준계약서는 작년 10월 배달서비스 업계와 노동계가 마련한 사회적 대화기구(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포럼)를 통해 합의한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다만 이는 표준계약서일뿐 반드시 사용해야 할 의무는 없다.

표준계약서까지 합의했지만 현실 계약서에는 플랫폼사업자에게 더 유리한 내용이 담겨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검토한 공정위는 배달플랫폼 3사, 라이더유니온 등 라이더 대표단체와 논의를 거쳐 불공정 내용에 대한 자율시정 조치를 내렸다. 1분기 이후 플랫폼 사업자가 자율시정한 내용에 대해서도 재검토할 계획이다.

이번 공정위가 발견한 불공정 조항은 총 16개다. 이 가운데 핵심은 ‘불리한 배상 책임 개선’으로 꼽힌다. 그동안 주류주문, 안전사고 발생, 제3자 위탁에 따른 분쟁 발생 시 라이더가 사업자를 면책하거나 사업자가 면책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자율시정안에는 사업자를 면책하는 조항을 삭제해 사업자도 과실이 인정되면 책임을 져야 한다.

또 라이더와 계약해지를 하게 될 경우 사전에 의견을 수렴하고, 그 사유를 명시하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라이더가 일방적으로 해고당하더라도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계약해지를 사전에 통보하고 라이더의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

자율시정안으로 배달플랫폼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는 6000명가량의 라이더가 영향을 받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배민커넥터·쿠팡이츠 2개 배달 대행 앱을 이용하는 파트 타임 라이더도 같은 내용이 적용된다.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아쉬운 점은 이번 자율시정 조치가 배달플랫폼 업체에 한정됐다는 것이다. 통상 음식주문과 배달대행 사업은 배달플랫폼 업체가 주문부터 배달까지 운영하는 통합형과 주문은 플랫폼을 통해서 받고 배달은 지역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는 분리형으로 나눠진다.

배달업계에 따르면 현재 배달플랫폼 업체 소속 라이더보다 부릉과 바로고 등 배달대행업체와 계약을 맺은 라이더의 수가 더 많다. 즉, 개인사업자인 지점 지사장과 라이더 간 위탁계약을 맺는 형태인 배달대행업체 소속 라이더는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라이더 유니온 관계자는 “배달대행업체와의 계약서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만약 계약서를 쓰지 않았을 경우, 사고가 발생하거나 배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이는 라이더와 업주 간에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앞으로 배달대행업체까지 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공정위도 지역 배달 대행업체와 라이더 간 계약도 검토하고, 표준 계약서 보급이 확대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또 배달대행 플랫폼 사업자와 지역 배달대행업체 간 계약서에도 불공정한 내용이 있는지도 검토할 예정이다.

계약서도 좋지만 배달플랫폼 업체와 라이더 간의 즉각적인 소통도 중요하다고 업계에서는 강조한다. 계약서는 현실적 문제를 모두 포함하지 못할뿐더러 ‘배달’ 업무 특성 상 갑작스러운 상황도 맞닥뜨리기 쉽기 때문이다. 이에 배달플랫폼 업체들도 저마다 소통창구를 마련하고 있다.

요기요 관계자는 “원래 라이더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팀이 따로 있고, 코로나19 전에는 라이더허브와 앱을 통해 라이더들의 불편사항을 접수해왔다”면서 “다만 코로나19로 라이더 전용 앱을 통해서만 비대면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이츠 관계자도 “예를 들어 고객의 주문주소가 잘못돼 있다거나 배달 도중 생기는 문제들은 라이더 전용 고객센터를 통해 즉각적으로 접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 측 역시 “민주노총 산하 서비스일반노조와 단체교섭을 체결하고 정기적으로 정책 협의회를 진행하고 있어 건의사항을 접수하고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며 “불만이나 개선사항은 카톡 상담채널이나 관제 서비스센터로 연락하면 필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조문영 기자 / mych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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