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혀지지 않는 공기업 임금격차…무기계약직, 정규직의 53%에 불과

시간 입력 2021-06-04 07:00:06 시간 수정 2021-06-04 07:00:06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지난해 무기계약직 평균연봉 4357만…정규직 8155만<br>성과상여금도 정규직이 1000만원 이상 더 받아


지난해 공기업 무기계약직 1인당 평균 임금이 정규직원이 받는 급여의 5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실적과 자체 성과평가에 따른 성과상여금도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간 1000만원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무기계약직을 고용한 공기업 34곳의 무기계약직 평균연봉은 4357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규직원이 받는 평균연봉 8155만5000원의 53%에 수준이다.


연봉이 가장 낮은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간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지난해 정규직 임금이 가장 낮은 공기업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5936만원7000원)였다. 무기계약직의 임금이 낮은 곳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로, 3115만2000원이었다.

연봉이 높은 순으로도 공기업 정규직이 무기계약직을 크게 앞질렀다. 작년 기준 정규직원 1인당 평균 급여가 가장 많은 공기업은 한국수력원자력으로, 9581만8000원을 기록했다. 무기계약직 연봉이 가장 높은 공기업은 부산항만공사(7249만8000원)로, 한수원과 2300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성과상여금도 정규직이 무기계약직보다 1000만원 이상 더 받았다. 지난해 34개 공기업 정규직의 평균 성과상여금은 1758만1000원이었지만 무기계약직이 받은 성과상여금은 758만3000원에 그쳤다. 성과상여금은 매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실적과 각 기관별 자체 성과평가에 따라 지급된다.

정규직 성과상여금이 가장 높은 공기업은 한국도로공사(2645만원)였다. 반면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경우 무기계약직 성과상여금이 0원이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관계자는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기존 운전기사, 비서직무를 수행하는 계약직 직원들이 공무직 직원들이 전환됐고, 이들이 공사의 무기계약직에 해당한다"면서 "성과상여금은 직원들의 업무 성과나 실적에 따라 상당 부분 책정돼야 하는데, 현재 공무직의 직무상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기에 맞지 않는 측면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2017년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작업이 본격 추진되면서 무기계약직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임금 등의 처우는 열악한 실정이다. 작년 기준 34개 공기업 무기계약직 상시근로자는 8402명으로, 2017년 3186명에 비해 165% 급증했다.

하지만 무기계약직의 처우 개선을 두고 사회적으로 임금 형평성 등의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기간에 문제가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기본적으로 공기업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의 업무 성격이나 직무가치가 달라 임금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 구조"라면서 "다만 미국의 사례처럼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과는 별개로 페어 웨이지(Fair wage)와 관련한 논의가 상당 부분 진척돼 이를테면 청소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상당한 임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민간에서도 임금 격차는 존재하는데, 공공부문만 정부 재정을 투입한다는 이유로 무기계약직의 임금을 높이면 공공과 민간 간 격차가 벌어지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면서 "결국 큰 틀에서는 부의 분배, 임금 형평성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살펴보고, 중장기적 차원에서 어떤 문제부터 순차적으로 풀어나가야할 지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2017년부터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을 담보하는 차원에서 공공부문의 정규직화 작업을 추진했다. 같은 해 7월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솜이 기자 / cotton@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