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쌀수록 더 오른다"…주택 양극화 심화

시간 입력 2021-12-23 07:00:12 시간 수정 2021-12-23 08: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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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20% 평균 아파트값 1년 만에 26.2%↑… 하위 20%는 14.5%↑
고가·저가 주택간 가격격차 나타내는 5분위 배율 9.3으로 사상 최고

주택가격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고가 아파트의 가격 상승 폭이 저가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최근 대출 규제 등으로 서울과 수도권, 비수도권 지역 모두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고가 아파트의 가격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23일 KB부동산 월간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 전국 5분위(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11억6743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억2535만원보다 2억4208만원 증가했다. 또 1분위(하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1억2575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억980만원보다 1595만원 늘었다. 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26.2% 증가한 반면 하위 20% 아파트는 14.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간의 가격격차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은 지난달 9.3으로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 5분위 배율은 주택가격 상위 20% 평균(5분위)을 주택가격 하위 20% 평균(1분위)으로 나눈 값이며,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5분위 배율은 지난해 2월 처음으로 7.0을 넘어선 데 이어, 같은 해 10월 8.2를 기록한 뒤 줄곧 8.0을 상회하다 지난달 처음으로 9.0까지 뛰어넘었다.

부산에서도 격차가 두드러지고 있다. 부산 지역 상위 20% 평균 아파트 가격은 8억5518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억356만원보다 41.7%(2억5162만원) 올랐다. 반면 하위 20% 평균 아파트 가격은 1억4097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억1951만원보다 18.0%(2146만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5분위 배율은 6.1로 이 역시 부산 역대 최대 수치다.

서울의 한 아파트 사진. <사진=성희헌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사진. <사진=성희헌 기자>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고가 아파트의 가격 강세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07%를 기록했다. 지난 5월 10일 이후 처음으로 0.1% 밑으로 떨어졌다.

이 영향으로 노원구(0.05%), 도봉구(0.03%), 강북구(0.01%) 이른바 '노도강' 아파트 가격은 주춤하고 있다. 특히 노원구의 경우 지난 8월 23일 0.39%까지 치솟으며 서울 평균 상승률을 웃돌았으나 10월 넷째 주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광진구·동대문구·금천구도 모두 0.02%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용산구(0.14%), 서초구(0.14%), 강남구(0.12%) 등 고가 주거 밀집 지역은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지난 8월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이는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저가 아파트에서 규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출 규제가 이어지는 데다,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조기 시행되면서 양극화는 더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5억원 이상 아파트는 애초 대출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현금 보유가 많은 사람 중심으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어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가격 방어를 위해서라도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는 고가 아파트나 상급지로의 이동을 희망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결국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으로 이어지는 등 양극화는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성희헌 기자 / hhsung@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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