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원자재값 상승에 부산 재개발 최대어도 입찰 '시큰둥'

시간 입력 2022-05-25 17:39:48 시간 수정 2022-05-25 17: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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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자재 가격 급등→건설사 수익성 악화로…매출 증대에도 영업익 감소
우동3구역, 부산 해운대역 인접해 입지 우수…2918가구 규모로 대단지
입찰에서 연이어 무산…"3.3㎡당 공사비 약 600만원으로 증액 필요"

국내 건설사들이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 입찰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건설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부산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우동3구역은 2차 입찰까지 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아 결국 유찰됐다. 내달 예정인 세 번째 입찰도 건설사의 참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올해 1분기 건설자재 가격 급등으로 영업이익이 감소세를 보였다.

현대건설의 올 1분기 매출은 4조1453억원으로 작년(4조1496억원)과 비슷했지만, 영업이익은 17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 줄었다. GS건설의 1분기 매출은 2조375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8.0%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533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13.2% 감소했다.

같은 기간 포스코건설의 매출은 2조1122억원으로 작년보다 17.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177억원으로 9.8% 감소했다. 대우건설 역시 1분기 매출은 2조24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213억원으로 3.5% 줄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글로벌 원자재 수급난이 심화하면서 철근·레미콘·시멘트 등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이달 철근(SD400 10mm) 톤당 가격은 112만원으로 전년 동기 82만원 대비 36.6% 올랐다. 올해 1월 107만원 이후 5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레미콘 원재료인 시멘트 가격은 올해 2월 계약분부터 톤당 9만800∼9만4000원으로 15∼17% 가량 올랐다. 올해 1분기 이후 원자재값 상승분이 본격 반영되면 영업이익은 더 줄어들 수 있다.

부산시 전경. <사진=연합뉴스>
부산시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이 사업 규모가 큰 부산 우동3구역 사업 입찰에도 선뜻 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규모가 크고 입지가 우수하지만 수익성 담보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우동3구역은 부산의 대표적 부촌 해운대구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철2호선 해운대역과도 인접하다. 지하 3층~지상 최고 39층, 24개동, 2918가구의 대단지인 데다, 공사비만 9200억원에 달한다.

지난 3월 처음 진행된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GS건설·롯데건설·KCC건설·동원개발 등 5개 건설사가, 지난 4월 열린 두 번째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롯데건설·SK에코플랜트·동원개발 등 4개사가 참석한 바 있다.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건설사에게만 입찰 참가 자격이 주어지지만 이들 건설사는 모두 입찰 제안서를 내지 않았다.

지난 23일 열린 3차 현장설명회에는 7곳(현대건설·GS건설·DL이앤씨 등)의 건설사가 참석했다. 세 번째 본 입찰 예정일은 6월 13일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은 3.3㎡당 공사비를 약 600만원 수준으로 책정했다"면서 "이 공사비로 서울 강남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의 특화설계를 제안해달라고 한 만큼 비싼 마감재 등을 사용해야 하는데 건설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현재로서는 무리라고 본다. 결국 조합이 책정한 공사비보다 증액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도 떨어지고 있어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일만 하고 수익성은 담보할 수 없는 상태"라며 "아무리 뛰어난 입지의 사업지를 수주하더라도 여러가지를 고려하면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입찰보증금 조건도 현금납부만 700억원으로 높은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역대 최대 재개발로 주목받은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의 경우 공사비가 약 1조9000억원·현금납부가 800억원 수준으로, 우동3구역 공사비의 두 배지만 현금납부는 큰 차이가 없다. 이미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누구나 접근 가능한 수준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성희헌 기자 / hhsung@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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