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구조조정 없다”지만…공공기관 통폐합·인력감축 불가피

입력 2022-07-29 17:18:23 수정 2022-07-29 17: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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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까지 기관별 조직혁신 계획 제출 요구, 12월 확정·실시
“인위적 구조조정·민영화 없다”면서 ‘중복·저성과 조직은 통폐합’
중복 기능은 민간·지자체에…“간부 줄이기? 민영화 전초 단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 운영위원회 전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의 생산성·효율성제고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면서 선긋기에 나섰지만, 조직 통폐합과 인력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기재부에 따르면 이번 가이드라인은 전체 공공기관 350개를 대상으로 각 기관이 혁신계획을 수립해 주무부처에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특히 기재부가 최종적으로 주무부처로부터 받은 혁신계획을 점검·조정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하게 될 전망이다. 기관별 추진실적은 상시 점검되며, 이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및 정부업무평가에 반영한다.

공공기관 혁신 5대 분야는 △기능 △조직인력 △예산 △자산 △복지후생 등이다. 불요불급한 자산을 매각하거나 과도한 복리후생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 등이 골자이나, 이 중 핵심은 조직 통폐합·축소, 인력 감축에 맞춰지고 있다.

기재부는 검사, 지식재산 평가 등 민간이 수행하는 기능의 공공서비스는 줄이고 지방 관련 업무 등 지자체 업무는 단순 위탁을 넘어 아예 축소·폐지하거나, 유사·중복되는 기관간에 기능을 통폐합하는 방향으로 기능 조정 방침을 세웠다.

정부는 이에 따른 조직·인력 정비를 올 12월 말까지 마무리할 방침이다. 특히 추가로 발생하는 초과인원은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신규채용 규모는 자연감소 인력의 비율과 병행해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정부는 조직 통폐합에 따른 기존 종사자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실제 이같은 우려에 대해 기재부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인위적인 구조조정, 민영화는 추진계획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초과 정원을 감축해 정·현원을 일치시키고 간부 등 상위직은 비율 축소, 부문장·본부장 등 유사업무 수행 직위는 통폐합하는 식으로 축소시킬 것이라 밝혔다. 특히 구성원이 적은 단위조직은 대부서로 전환하고 사업성과나 서비스 수요를 내지 못하는 지방 또는 해외 조직은 축소하는 식으로 효율화를  도모한다.

또한 2023년도 공공기관 정원을 기능조정, 조직·인력 효율화를 감안해 ‘원칙적으로 감축한다’는 입장이다. 국정과제나 법령 제·개정에 따른 필수인력 수요도 기존 정원이나 인력 재배치를 통해 자체 흡수 하겠다는 방침이다.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시에서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는 김언성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맨 왼쪽부터),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 김윤상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 <사진=연합뉴스>

보수체계도 인건비 효율화와 직무·성과 중심으로 정비한다. 경제상황, 재무실적, 특히 경영평가 결과를 고려해 임직원 보수를 조정하는 식이다. 특히 직무성과로 보수를 나누는 직무급제를 도입해 기존 호봉제의 연공성을 완화할 방침이다.

또한 공공기관에 자체적으로 경상경비를 절감토록 요구했다. 불필요한 국내외 출장은 자제하거나 홍보성 광고비도 줄이도록 했다. 기재부는 이에 따른 경상경비 예산 절감 목표치를 올 하반기엔 10% 이상, 2023년은 전년대비 3% 이상으로 잡았다.

각 기관별 혁신계획 수립과 제출 마감은 다음 달 말까지다. 소관부처와 기재부의 검토·조정 일정은 10월까지이며, 올해 12월까지 기관별 혁신계획이 순차적으로 확정, 이행돼야 한다. 기재부는 다음해에 분기별 추진실적을 점검해 반기별 공운위에 이를 보고할 계획이다.

한 달만에 공공기관의 인력 감축 계획을 수립하라는 것인데, 당장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이 정도로 난감할 줄 몰랐다”면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조직 통폐합이나 지사 폐쇄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 하다는게 공공관 관계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실제로, 정부의 획일적인 조직 통폐합 요구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은 지난해 11월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에 따라 원자로설계개발단을 해체하고 원전총괄사업본부 내 각 처로 편입시키려 했다. 그러나 여론으로부터 ‘원전 죽이기’ 란 역풍을 받자 당시 경영진은 이를 급히 취소했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서는 조직 통폐합 논리에 휘둘리고 있다. 

최근에는 한전기술이 북미 원전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해온 캐나다 지사를 폐쇄했다. 정부의 적자경영 개선을 이유로 3000억원 어치 주식까지 매각하는 상황에서 기재부의 이번 발표는 대규모 구조조정 논란에 불을 지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정부의 입장과 달리 민간·지자체로의 완전한 기능 위탁이 민영화를 위한 ‘눈 가리고 아웅’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공공기관 종사자는 “비용 절감을 명목으로 간부 수를 줄이고 기능 위탁을 한다 해도, 업계 특성상 간부들의 공공기관 유관 기업 재취업이 버젓한 상황”이라며 “이는 민영화를 위한 전초 단계와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현지용 기자 / hj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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