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과점체제 깰 묘수로 등장한 ‘챌린저뱅크’, 실효성 두고 갑론을박

시간 입력 2023-02-28 17:49:15 시간 수정 2023-02-28 17:4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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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은행이 은행권 총 순익 84% 점유…이자장사 도마 위
‘챌린저뱅크·스몰라이선스’ 도입 검토…과점 완화VS기대효과 미미

5대 시중은행의 과도한 이자장사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금융당국이 이자이익 독식 기반이 된 과점체제 손질에 나섰다. 영국이 도입한 특화 은행 개념인 ‘챌린저뱅크’와 은행업 진입 장벽을 낮추는 ‘스몰라이선스’ 등이 과점 해소 방안으로 거론된다.

이를 두고 전문가 견해는 엇갈린다. 금융당국의 시도가 과점을 해소하고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이자이익에 의존하는 은행의 수익구조를 해결하려면 업종 간 장벽을 허무는 것이 직접적인 해법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 5대은행이 은행권 총 순익 84% 점유…과점체제 해소 논의 촉발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5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NH금융지주)가 시장을 독식하는 과점체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1차 은행권 관행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논란이 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이자이익에만 안주하는 은행의 영업행태를 개선하고 소비자에게 충분한 선택권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취지다.

과점체제 논란의 불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을 두고 ‘공공재’라고 못 박으면서 시작됐다. 지난 15일 윤 대통령은 제13 비상경제회의 모두발언에서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 사업”이라며 “업계도 물가 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금리 등으로 경제 여건이 악화하고 이자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금융 시장을 독식하면서 막대한 이자수익으로 역대 최대 성과를 거둔 데다 고액의 성과급까지 지급한 은행을 직접 겨냥한 발언이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은행의 과점체제를 해소하고 경쟁을 유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2일 은행권 관행 제도 개선 TF 회의를 주재하며 “은행업이 정부 인가에 의해 제한적으로 설립 운영되는 과점적 구조”를 문제로 꼬집으며 “고객에게 충분한 선택권을 제공하기보다 이자수익에만 치중하고 예대금리차를 기반으로 과도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을 포함해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등이 금융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순익 비중을 보면 5대 은행이 압도적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특수은행을 제외한 국내 은행 16곳의 지난 3분기 기준 순이익 11조9586억원 중 5대 은행의 순익은 10조758억원으로 나타났다. 무려 전체의 84.5%에 달하는 규모이다.

이 같은 과점체제가 은행이 이자수익에만 골몰하고 수익 다각화 같은 혁신 작업엔 소극적으로 일관하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내놓은 ‘미국 4대 금융그룹 2022년 실적분석과 시사점’을 보면 미국의 주요 4대 금융그룹이 2021년 거둔 이자이익은 1735억달러로 비이자이익 1875억원보다 적다. 같은 기간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의 총 영업이익 중 비이자이익이 고작 26%를 차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과점 해소 방안 실효성 두고 시각 엇갈려“은행 비이자수익 강화 길 열어줘야”  

5대 은행이 손쉽게 이자이익을 거둬들이는 행태를 방지하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챌린저뱅크’와 ‘스몰라이선스’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챌린저뱅크는 영국에서 등장한 소규모 신생 특화은행 개념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국 내 6개 주요금융그룹의 과점체제가 심화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도입한 방식이다. 정보기술(IT)를 활용해 특화된 소매금융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심수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챌린저뱅크는 기존 은행 대비 단순한 상품을 투명하고 저렴한 수수료에 제공함으로써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도전하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챌린저뱅크를 도입한 영국의 경우 실제 과점체제가 일부 해소되는 성과도 얻었다. 2018년 94%에 이르던 기존 은행의 개인 계좌수 기준 시장 점유율이 2021년 88%로 감소한 반면 디지털에 기반한 챌린저뱅크 점유율은 1%에서 8%로 성장했다.

스몰라이선스는 단일 인가 형태인 은행업의 인가 장벽을 낮춰 소상공인 전문은행 등 특정 분야에 경쟁력 있는 은행을 활성화하는 방안이다.

두 방안 모두 금융시장에 ‘메기’를 출현해 5대 은행의 과점을 허물고 완전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와 맞닿아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중은행의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챌린저뱅크와 스몰라이선스 도입으로 과점체제가 단번에 해소될 것 같지는 않지만 챌린저뱅크가 등장하면 시중은행이 의식을 안 할 수 없다”며 “시중은행 견제 효과로 금리 산정시 영향을 주고 견제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 개편 작업에 공감하면서도 과점체제를 해소하고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출지 회의적인 시각도 읽힌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챌린저뱅크가 도입되면 접근성이 용이해져 이용률이 높아지겠지만 은행이 자체적으로 금리를 낮춰 이자부담을 덜어주는 환경 조성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미국의 경우 상업은행뿐만 아니라 투자은행 형태로 영업을 할 수 있어 예대마진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지만 우리나라 시중은행은 예대마진 외에 수익을 늘릴 방안이 제한적이어서 대출금리가 높다”며 “업종 간 장벽을 허물어 주고 미국처럼 수입원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은행 개편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에서는 챌린저뱅크와 스몰라이선스가 유일한 해답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지난 27일 “자금 시장 내 금융사 간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나 지대추구적 환경을 해소하는 게 먼저”라며 그 과정에서 전체 판을 흔드는 것은 아니더라도 분야별 특성화은행의 진입을 허용해 경쟁이 촉진될 수 있다는 일부 입장도 있다는 것을 경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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