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 몸집 줄이고 은행 앞세운 우리금융, 차기 행장·계열사 대표 ‘부담’ 늘었다

시간 입력 2023-03-08 17:43:41 시간 수정 2023-03-08 17: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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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임종룡 회장 내정자 의지 담은 ‘영업 중심’ 조직개편 단행
‘은행의 과도한 이익 창출 자제’…정부 예의주시 속 어깨 무거워

우리금융그룹이 지주사의 몸집을 줄이고 은행의 영업력 강화를 앞세운 조직개편을 단행한 데 따라 차기 행장의 어깨가 한층 더 무거워질 전망이다. 여기에 정부가 은행의 일명 ‘이자 장사’를 지적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비이자수익을 늘려야 한다는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의 경영 전략 키워드는 ‘영업 중심’으로 알려진 상태다. 과거 전략에 중점을 두고 지주사에 힘을 실었던 것과 상반되는 경영 철학이다.

이는 전날 단행된 조직개편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지주사의 총괄사장제(2인), 수석부사장제, 회장 비서실(본부장급)을 폐지하고 부문도 11개에서 9개로 축소했다. 또 지주 임원을 11명에서 7명으로 줄이고 지주 전체 인력도 20% 정도 감축했다. ‘전략 수립, 시너지 창출, 조직문화 혁신’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슬림화·정예화한 것이 특징이다.

지주사의 몸집을 최소화하며 자회사들이 영업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셈이다. 자회사들의 업종 특성을 감안해 경영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임종룡 회장 내정자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대신 주요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조직을 확대했다. 영업조직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기존의 영업총괄그룹을 폐지하고 국내영업부문, 기업투자금융부문 등 부문 2곳으로 재편했다. 아울러 각 부문 산하에 5개, 4개의 주요 영업 관련 그룹들을 배치했다.

이와 함께 신성장기업 대상 영업 및 기관 영업 시장, 연금시장 등의 영업력을 확충하기 위해 중소기업그룹과 연금사업그룹, 기관그룹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그룹은 총 22개로 늘어났다.

같은 날 단행한 인사 역시 영업실적이 뛰어난 영업 현장 중심의 본부장급 인력을 전진 배치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영업 중심의 경영 전략은 자회사 대표이사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할 전망이다. 자율성을 부여받은 만큼 영업실적으로 보답해야 하는 이유에서다.

특히 차기 우리은행장의 부담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의 경우 여타 주요 금융지주사와 달리 아직까지는 비은행 부문의 포트폴리오가 약세한 만큼 우리은행의 영업력이 곧 그룹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조9198억원으로 지주 전체 실적인 3조1693억원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주요 자회사 합산 실적에서 우리은행의 기여도는 84% 수준이다.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 은행의 이익 창출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실적 확대에 대한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을 ‘공공재적 성격’으로 분류한 데 따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시중은행의 경영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은행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과도한 이익 창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상황에서 영업력을 강조한 경영 전략과 이를 위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은 행장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자율성 부여를 통해 차기 행장이 경영능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금융은 지난 7일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사의를 표명한 데 따라 우리은행의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해 신임 행장을 선임할 방침이다.

임종룡 회장 내정자가 오는 24일 정기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취임한 이후 공식적으로 진행할 예정으로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후임이 결정되기 전까지 행장직을 수행한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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