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파’ 전자업계 ‘지각 변동’…LG전자 영업익, 삼성 앞지르나

시간 입력 2023-03-31 17:02:15 시간 수정 2023-03-31 17: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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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증권, LG전자 영업익 1조3140억 추정…삼성은 1조440억
“LG, 삼성보다 3000억 가량 상회…2009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
LG, 재고 조정 영향으로 실적 개선…삼성은 ‘반도체 한파’ 직격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사진=LG>

국내 전자 업계가 1분기 실적악화로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한파’로 삼성전자의 실적이 큰폭으로 줄어들면서, 올 1분기 LG전자의 영업이익이 삼성전자를 앞지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1일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 1분기 LG전자 매출 전망치는 20조773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1조1114억원 대비 1.6%(3376억원)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8805억원에서 1조683억원으로 43.2%(8122억원)나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1년 전과 비교해 올 1분기 LG전자의 실적은 부진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을 살펴보면 LG전자의 상황이 훨씬 낫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매출액 64조3016억원, 영업이익 1조1031억원 등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7.3%, 92.2% 축소된 수치다.

단순 수치만을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매출액이 LG전자를 압도적으로 앞선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영업익이 큰폭으로 줄어들면서 LG의 영업익 보다 낮은 수준이 될 전망이다. 

실제 일부 증권사에서는 LG전자가 삼성전자를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대신증권은 올 1분기 LG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1조3140억원으로 추정했다. 당초 대신증권은 LG전자가 1조900억원의 영업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1조3000억원 넘게 벌어들일 것으로 상향 조정했다.

증권 업계가 LG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보다 높여 잡은 것은 공장 가동률 축소 등 적극적인 재고 조정의 여파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 구미사업장 TV 생산라인. <사진=LG전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생활 가전 사업을 영위하는 H&A 부문 가운데 세탁기 생산라인 가동률은 84.3%로, 2021년 대비 22.5%p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에어컨 생산라인 가동률은 14.5%p 내린 96.2%에 그쳤다. 냉장고 생산라인 가동률 역시 2021년 126.1%에서 지난해 103.6%로 22.5%p 줄었다.

TV를 생산하는 HE 부문의 가동률은 81.2%로 가장 낮았다. 기업 간 거래(B2B)를 담당하는 BS 부문의 모니터 생산라인 가동률도 127.7%에서 100.1%로 떨어졌다.

LG전자가 각 생산라인의 가동률을 잇따라 축소한 것은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고 때문이다. 실제로 가전 수요 둔화가 정점을 찍기 시작한 지난해 3분기 LG전자의 재고 자산 규모는 11조2017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를 지켜보고 있을 수 없었던 LG전자는 감산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재고 처분에 나섰다. 그 결과 불과 1분기 만에 1조8129억원의 재고를 털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에 지난해 LG전자의 재고 자산은 총 9조3888억원으로, 10조원대 밑으로 내려갔다.

최근 LG전자의 공장 가동률은 다시 회복하는 모습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가전 부문에서 시스템 에어컨, 빌트인 가전 등 B2B 매출을 전체 가전의 25%까지 끌어 올렸다”며 “이에 전체 가전 사업부의 공장 가동률을 100% 이상으로 회복시켰다”고 설명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삼은 전장 사업에서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LG전자 전장 부문은 고공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전장 사업을 영위하는 VS 부문의 지난해 매출액은 8조6496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 전체 매출액에서 VS 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10%를 웃돌았다. 영업이익은 1696억원으로, LG가 투자를 본격화 한 이후 본격적으로 턴 어라운드(실적 개선)하는 기염을 토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반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조원대를 겨우 턱걸이할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올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익 전망치를 1조44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LG전자 영업익 전망치 1조3140억원보다 3000억원 가량 낮은 수치다. LG전자가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을 거둔 것은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측면에서 LG전자에 추월당할 것으로 점쳐지는 것은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반도체 한파’ 때문이다. 삼성전자 DS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익은 2700억원으로, 2021년 같은 기간 8조8400억원과 비교해 무려 96.95%나 급락했다.

수요위축으로 반도체 재고는 급증했다. 지난해 말 DS 부문의 재고 자산은 29조576억원으로, 2021년 말 16조4551억원에 비해 76.6%나 급증했다.

이 중 완성품인 상품 재고는 2021년 말 2조4910억원에서 지난해 말 6조6011억원으로 무려 165.1%나 확대됐다. 삼성전자의 주력 상품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둔화되면서 재고로 쌓이는 물량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당분간 반도체 출하량이 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의 D램 출하량 증감율은 -13%로 추정됐다. 낸드플래시도 -12%로 전망됐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주요 고객사들의 재고 축소 기조가 당초 예상과 달리 훨씬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올 1분기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은 시장 예상을 크게 하회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올 1분기 삼성전자가 적자를 낼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익 전망치가 -68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재고 평가 손실 여파로 DS 부문의 영업 적자가 4조1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을 적자전환시키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내다 봤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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